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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독후감)/소설 167

(서평)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현찬양) - 엘릭시르

여섯 편의 작품이 마치 하나의 작품인 듯이 같은 등장인물에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었다. 작품의 설명을 읽지 않았다면 분명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하나의 장면이 넘어갈 때 조금 뜬금없다 싶다가도 이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렴되곤 했다. 중간중간 조금의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말이다. 조선 시대 경복궁에서 일어날 법한 기담을 만들어 모은 이 책은 엘릭시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누군가 들어주었기 때문에 완성되는 것이라는 말처럼 기담 또한 서로의 입에서 귀로 이어져 그것에 살이 붙기도 하고 조금씩 변해 새로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곽재식 작가의 를 참고하여 궁궐의 기담을 완성해 내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생소하면서도 기발했고, 그것을 적절..

(서평) 고양이의 제단 (김묘원) - 엘릭시르

미스터리이면서도 굉장히 가벼운 이런 작품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했던 것 같다. 의 작품들도 가볍다고 느꼈는데, 이 작품은 더욱 가벼웠다. 미스터리가 꼭 무서워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수 있다. 다르게 보면 청소년 소설이고 성장 소설이다. 중학생인 주인공의 학교 생활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해결 그리고 새롭게 맞이한 언니와의 관계가 엮여 있다. 고양이 한 마리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학교의 여러 사건들을 펼치고 모우는 묘미가 있는 이 작품은 엘릭시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채경은 그린 지후의 그림자 같은 또 하나의 자아 같은 지후의 새로운 언니다. 새로운 언니라는 것은 부모님들이 재혼을 했기 때문이다. 평범했던 지후의 가정과 조금은 특..

(서평)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사카모토 유지, 구로즈미 히카루) - 아웃사이트

2021년 1월 의 칼날의 흥행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선 이 영화는 일본 로맨스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일본 영화계에서 히트를 치기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6주 동안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작품은 영화를 바탕으로 소설화했다. 사실 영화를 소설화하면 스토리가 빈약해져 소설 특유의 섬세함을 느낄 수 없는데 영화를 보질 못한 상황이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어있는 여백이 의미 있을 만큼 좋았다. 일과 삶이라는 인생의 높은 허들을 체감하며 둘만의 사랑이 말라감을 표현한 이 작품은 아웃사이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무기와 키누는 막차를 타며 생활하던 대학생이었다. 같은 작가, 같은 공연을 좋아하고 똑같은 흰색 컨버스화를 신고 다닐 만큼 비슷한 취향을 가진..

하얼빈 (김훈) - 문학동네

몇 해 전 광복절 나는 무엇인가에 끌린 듯 안중근 굿즈를 구입했다. 그기엔 안중근 의사의 유묵으로 적혔던 인무원려난성대업(人無遠慮難成大業)이 손바닥 모형과 함께 들어 있었다. 나는 핸드폰 뒤에 그것을 붙여 두었고 케이스도 투명으로 바꿨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큰 일을 이룰 수 없다'라는 말은 큰일을 준비할 일이 없는 나에게도 꽤나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일생은 이순신 장군의 일생처럼 그 가치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다 그 이상의 것을 배운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이후였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안중근 의사의 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에게..

(서평) 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 소미미디어

보통의 스릴러라면 범죄자 혹은 형사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발단부터 종결까지가 보통의 전개다. 이 작품은 그 뒷 이야기를 하고 있고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고 그들이 진정으로 용서받고 사회로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얘기하고 있다. 사건의 전개보다 주인공과 피해자 가족의 심리적 묘사가 좋았고 인간임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등장인물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범죄자라는 낙인.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인간임을 지키고 싶었던 선한 범죄자를 품는 이야기를 담는 이 작품은 소미 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작가에게는 스릴러 작품이 많았고 커버에도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여름에는 어김없이 출판되는 그런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장을 넘기며 주인공이 저지른 사건에서 '어, 이건..

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 - 레모

비강이라는 작가는 감정을 유도하는 글쓰기를 잘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듯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적어나가면서 독자의 마음은 먹먹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일상 같은 얘기를 흘리면서 감정의 진폭을 만들어 낸다. 이런 마음일까? 이런 마음일 테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충실한 마음'은 무엇인가? 이 마음은 참 많이 다중적이다. 충실하다는 것이 좋은 의미로만 사용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하게 요동치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면서 사회적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의 고뇌와 아픔이 있다. 내가 가진 페르소나에 알맞은 행동을 하는 것은 과연 충실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가면 속에 숨겨진 내면을 드러내어 보여줄 수 없는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다. 책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

고마운 마음 (델핀 드 비강) - 레모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너무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 버린 듯했다. 비판적 사고, 과학적 지식으로 뇌가 굳어 있었을까. 기계처럼 문장을 읽어나가다가 불현듯 글자만 탐독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이 듦 그리고 잃어감을 대하는 모습. 그리고 옆에서 묵묵히 지켜 봐 주는 사람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치밀한 스토리로 읽어내는 책이 아님을 알아채고는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느끼려고 했지만 사실 쉽지는 않았다. 여유로움이 있고 공감의 마음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읽어내었을 때 진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세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그런 미묘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린 시절 아랫층 마쉬카 할머니의 호의를 받았던 마리는 어느새 입장이 바뀌어 보살핌을 나누고 ..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 자이언트북스

45억 년 전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구는 우주의 순리대로 존재하고 또한 변화하고 있다.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혹은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들로 인해 환경은 여러 번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많은 생물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였지만 지구의 입장에서는 사사로운 문제일지 모른다. 태어나고 사라지는 생명체는 이런 순리를 따른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공룡이 사라지고 포유류가 출현하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450만 년에서야 인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형태로 처음 등장했다. 사피엔스가 된 후, 농경을 위해 정착한 이후, 더 이상의 진화는 이루지 못한 것 같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문명을 만들었고 과학과 함께 지구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거대한 생태계에서 어느새 인간은 우세..

(서평) 광개토태왕 담덕 2 : 천손신화 (엄광용) - 새움

누구보다 큰 뜻을 가진 무 왕제의 큰 뜻일 잘못 이해한 하대곤 장수와 그에게서 길러진 해평. 인생은 누구에게서 태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길러졌는가도 중요하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기꺼이 손을 내밀고 잡는 권력의 모습. 그 속에서도 굳건한 대왕의 자세. 자신의 행동을 끝없이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현자의 자세. 새로운 대왕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광개토대왕의 출생과 소수림왕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던 이 책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늙은 대왕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불혹을 넘긴 나이에 자식이 없이 홀로 태자에 자리에 있던 대왕 구부는 어쩐지 연약해 보였다. 능력 없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고구려 연대표를 보고 그가 소수림왕이었다는 사실일 알곤 판단이 바뀌었다. 대왕 구부의 진가..

(서평) 광개토태왕 담덕 1. 순풍과 역풍 (엄광용) - 새움

가장 훌륭한 왕을 언급하다 보면 세종대왕과 함께 어김없이 나타나는 왕이 있는데,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다. 이 좁은 땅에 사는 우리에게 광활한 광야를 평정했던 왕의 모습은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기 충분하다. 명장 이순신의 이야기도 충분히 훌륭하나, 때론 위기에서 나라는 구하는 얘기가 아니라 넓은 땅으로 의지를 내달리는 진취성을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장편의 역사 소설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고구려는 우리의 위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 영토가 북한과 중국에 닿아 있어 우리나라의 역사 자료는 충분치 못하다. 오히려 북한의 역사학자들의 연구가 훨씬 정확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역사 인용 대부분이 조선에만 닿아 있어 아쉬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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