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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독후감)/소설 167

아몬드 (손원평) - 창비

한 때 서점가를 휩쓸던 화제의 소설 '아몬드'를 구입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읽어볼 수 있었다. 영혼 없는 듯한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 주듯 주인공의 감각에는 조금의 문제가 있었다. 정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그런 대중과 같지 않음에 있는 상태를 우리 사회는 얼마나 불안하게 바라보는지도 묘사하고 있다. 책 중간에 나오는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가상의 인물 P.J. 놀란의 얘기가 모든 것을 얘기하듯 사람들은 대부분의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를 이해하려고 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을 때 어떤 기적이 생기는지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까. 주인공인 윤재의 삶도 불현듯 찾아온 곤의 삶도 끝까지 놓지 않고 보살피는 사람들..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1988년 초판을 찍은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도서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알리는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 편의 단편을 담고 있으며 모두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으며 받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자는 이 작품집을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행복한 상처 깁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것은 작품의 주인공들이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퍼져있는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따뜻한 형태로 상처를 치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체가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친절하고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문장들은 불편함이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가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세밀한 묘사가 읽는 재미를 유..

(서평) 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 비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이 만난 또 다른 이방인.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동질감과 벗어나고 싶은 감정이 뒤엉킨 주변인으로서의 삶과 심리를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 한 명은 하버드에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며 추방을 기다리는 듯한 무기력함을 다른 한 명은 택시 운전을 하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지지 않으려는 듯한 투쟁심을 보여준다. 하버드라는 견고한 울타리 속의 인간이 택시 운전을 하며 추방을 무서워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느끼는 심리를 잘 묘사한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온 유대인. 튀니지에서 온 아랍인. 둘은 어쩌면 앙숙이어야 할 것 같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적응하는 이방인으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추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추방되기를 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 시공사

갑자기 닥친 한파처럼 얼어버린 마음도 봄날의 햇볕으로 서서히 녹아내리듯 인간의 마음도 사랑으로 녹아내리듯 하는 작품이다. 계절은 줄곧 겨울에 갇혀있지만 이야기는 봄 같은 따사로움이 있다. 날씨가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속에 훈훈함이 생긴다면 혹은 기분 좋음이 함께 한다면 눈이 오던 비가 오던 그날은 좋은 날이지 않을까? 햇살이 쏟아지는 맑은 날만이 꼭 좋은 날은 아닐 거다. 내 마음과 꼭 맞는 날씨를 만났을 때의 기분 좋음이 있는 소설이다. 특히 겨울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을 맞는 듯한 따사로움이 있다.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소설도 좋지만, 은은하게 스며드는 이런 소설은 내 취향에 잘 맞는 듯하다. 이 작품은 이치카와 다쿠지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소설과 같은 향..

(서평) 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모치즈키 마이) - 지금이책

귀여운 고양이가 전달하는 삶의 지혜, 노년의 피아니스트가 남긴 작은 소망,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과 해결 그리고 다른 이야기이지만 인물의 관계가 계속해서 연결되는 스토리 전개. 일본 작가들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귀여움이 있고 감동이 있고 생활에 가깝다. 귀여운 판타지를 담고 있고 훈훈함과 해피엔딩으로 즐거움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은 지금이책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펼치면 얼마 전에 읽은 마스다 미리 작가의 가 바로 떠오른다. 현실 세계에서 상처받은 혹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힐링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다. 그 과정에서 고양이가 등장하고 점성술이 등장해서 오묘함을 더해 준다. 여러 일본 작가들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특히 작가..

(서평)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와카타베 나나미) - 작가정신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그렇게 즐기지 않지만 굉장한 긴장감이나 놀라울 정도의 추리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런 장르를 하드보일드 장르라고 한다. 이 작품은 하드보일드의 대척점에 서 있어서 소프트 보일드라고 하기도 하고 코지 미스터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2건이나 발생하지만 자연스럽게 풀어져나가며 마무리까지 훈훈한 이 작품은 작가정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미스터리 장르여서 조금 긴장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홀로 있는 깊은 밤에 꺼내기 살짝 망설여지는 것이 미스터리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살인 사건임에도 그렇게 긴박하지 않다. 2건이었지만 연쇄 살인 사건도 아녔으며 범죄자의 메시지나 복선들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가장..

너에 대한 두근거리는 예언 (류잉) - 아르테

풋풋하면서도 달달한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에 조금의 판타지적 요소가 담겨 있어 여러 가지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청춘 로맨스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 더 직설적이고 솔직한 것이 매력인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사랑에 대한 아픔보다는 행복이 많은 글이었다. 작품 초반에 나오는 짧은 타임리프는 한참 필사 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소환했고 잠깐의 실망을 주었지만, 청춘 로맨스 특유의 발랄함으로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고민과 사색이 필요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 파고드는 청춘이라는 감정은 읽는 내내 미소를 끌어내었다. 그들에게는 갈등이고 아픔이고 행복이었지만 나에게는 추억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래 청춘 소설의 문법은 이런 거였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만나게 된 미래. 그..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 엘리

을 읽고 나서 나는 테드 창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다. 다른 sf소설과는 결이 많이 다른 면이 있었고 굉장히 어렵게 적는다는 느낌도 있었다.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브라운 대학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해서 그럴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전작인 이 책을 더 많이 추천했다. 사람들의 말과 같이 이 책은 테드 창이라는 작가의 진가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테드 창의 글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문장이 어렵게 꼬여 있는 것이 아닌 내용 그 자체가 어렵다. 굉장히 심오하면서도 전문적이다. 때로는 철학적이다. 어느 글은 수학적인 지식을 어느 글은 언어학적 지식을 그리고 또 어느 글은 신학적 지식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집요하도록 깊게 파고든다. 그 안에서 철학적인 얘기를 한다. 그의 SF는 지금에 집중되..

숨 (테드 창) - 엘리

SF 팬이라면 아이작 아시모프는 교과서처럼 테드 창의 소설은 참고서처럼 읽는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여러 장르를 섭렵하느라 테드 창의 책은 처음 열어보게 되었다.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구성이지만 굉장히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정성 들여 읽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은 9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초단편부터 중단편까지 길이는 가지각색이다. 그나마 최근에 발간된 책임에도 그렇게 먼 미래를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얘기를 꺼내어 놓음으로써 나에게 SF라는 정의를 다시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Science Fiction은 가까운 미래나 아주 먼 미래를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 책은 SF는 과학을 이용한 픽션이라는..

(서평)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기욤 뮈소) - 밝은세상

오랜만에 읽는 기욤 뮈소의 작품이라 사실 조금 갸우뚱했다. 기욤 뮈소가 글을 이렇게 적었던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세밀한 묘사보다는 닮은꼴을 얘기하고 알 수 없는 결말을 내어 놓고 마무리해 버렸다. 디오니소스 신화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예술인 집단을 글에 녹여낸 이 작품은 밝은 세상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BNRF(국제 도주자 수색대)에서 리더를 맡고 있던 록산은 BANC(특이 사건 국)으로 전출된다. BANC는 원래 독특한 사건을 주로 맡는 조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직이 되어 있다. 범죄를 해결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록산에게는 좀이 쑤시는 공간이 될 터였지만 이내 사건이 터지고 만다. 센 강에 나체로 투신한 여인을 하천 경찰대가 구하면서 범죄 집단과 록산의 싸움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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