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와카타베 나나미) - 작가정신

야곰야곰+책벌레 2022. 2. 2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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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그렇게 즐기지 않지만 굉장한 긴장감이나 놀라울 정도의 추리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런 장르를 하드보일드 장르라고 한다. 이 작품은 하드보일드의 대척점에 서 있어서 소프트 보일드라고 하기도 하고 코지 미스터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2건이나 발생하지만 자연스럽게 풀어져나가며 마무리까지 훈훈한 이 작품은 작가정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미스터리 장르여서 조금 긴장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홀로 있는 깊은 밤에 꺼내기 살짝 망설여지는 것이 미스터리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살인 사건임에도 그렇게 긴박하지 않다. 2건이었지만 연쇄 살인 사건도 아녔으며 범죄자의 메시지나 복선들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가장 어색했던 것은 살인이 일어났음에도 등장인물들이 너무 평온하다는 점이다. 그들의 사정은 그들만 안다고 했던가? 생각보다 드라이한 인간관계 속에 묵혀 있는 응어리 같은 것들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드러난다. 사건의 전말을 숨기기 위해서 철저하기 알리바이를 만들고 증거를 모아가는 과정은 없고 오히려 감정에 솔직하고 범죄자로 몰릴 수 있는 발언들을 서슴없이 던진다. 다른 미스터리가 철저한 스토리 구성으로 범죄사를 숨긴다면 이 작품은 너도나도 범죄자일 수 있다는 듯 에피소드를 쏟아내며 범죄자를 숨긴다.

  미스터리에 공포가 있거나 입문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편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긴장감이 높아가는 순간순간 힘을 빼버려서 극도로 높아지는 텐션을 느끼기는 조금 힘든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살인 사건이라는 것은 부수적인 소재이고 오히려 그 사건으로 인한 이웃 혹은 가족들 간에 덮어 두었던 응어리가 분출되는 것이 주요했던 것 같다.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위급한 상황이 되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탐문 수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내어 놓는 속 마음들로 인해서 그들의 사정을 알아가고 때로는 의심하고 추궁하기도 하지만 서로 이해하기도 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여러 사건을 조금씩 꼬아두었지만 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아니었고 살인의 동기도 실수나 우발적인 사건이었다. 이 점은 범죄가 해결되어 안도의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 다른 하드보일드 작품과 달리 살인 사건이라는 에피소드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 알아가며 조금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극단적인 범죄가 아니며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표출해 내는 장면, 그렇다고 행동으로까지 옮기지는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함으로써 공감을 만들어 낸다. 어느 외진 해안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통한 곪아버린 관계의 상처를 치유되는 장면을 묘사한 이 작품은 공포나 두려움으로 미스터리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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