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글쓰기 +/각색하기 8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7

오늘도 타카토시와 함께 있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오후 늦게 타카토시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여러 가지를 샀다. 오늘은 타카토시의 친한 친구가 놀러 오는 날이라 그가 좋아할 만한 요리를 준비할 참이다. 사실 나는 어떤 요리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타카토시의 집에 도착해 사 온 재료들을 손질했다. 그는 방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를 간단히 정리했다. 친한 친구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야채를 담아 냄비에 넣어 둔 채로 레인지 위에 올려 두었다. 손을 닦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 오는 친구는 우에야마 씨... 지?" "응. 에미를 엄청 보고 싶어 해." "정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에 얼굴을 비춰 봤다. "타카시..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6

타카토시는 수업을 받는 시간만 빼곤 나와 함께 있으려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최대한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은 모양이다. 그와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한 날은 금각사에 또 다른 날에는 키요미즈데라에 갔다. 무리하게 비싼 음식을 먹기도 했고 학식을 먹기도 했다. 그와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는 대부분 메모장을 보여주며 행동했지만 나는 더 자세히 적혀 있는 수첩을 보며 조금 더 정확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에게는 수첩의 내용보다는 대충의 내용만 적혀 있는 메모장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지없이 수첩에 적힌 내용대로 행동했다. 그런 그를 보는 것도 나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타카토시 군. 오늘의 예정을 발표하겠습니다.... 저랑 은각사에 갑니다." "알겠사..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5

좁은 길을 빠져나가자 타카토시는 손가락으로 길 건너를 가리키며 '저기야'라고 말했다. 길 건너에는 미나미야마 사이클이라고 적힌 자전거 가게가 있었다. 오늘 이때쯤 나를 데려다준다고 얘기해 준 타카토시의 부모님께서 운영하는 자전거 가게였다. 차도를 건너 열려 있는 입구로 들어서자 중년의 여성분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라 분명 타카토시의 어머니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는 타카토시를 대신해 빠르게 인사를 했다. "어서 와요" 라며 고운 미소로 화답해 주셨다. 타카토시의 어머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몇 대의 새 자전거 사이로 거꾸로 고정된 자전거가 있다. 그 바로 옆에 작업용 융단과 작업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기름 냄새가 났다. 타카토시는 제법 오래되어..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4

어제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나질 않지만 슬픔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를 보자 말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그래?" 나는 '아니야'라고 고개를 저었다. 탄바바시에서 요도야바시행 특급을 탔다. 차량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어제의 이별이 실감 나질 않아 그를 계속 쳐다봤다. 나를 사랑해주는 그의 모습을 오래 간직해 두고 싶다. 내 시선이 너무 오래 머물렀는지 그는 조금 묘한 표정을 지었다. "히라카타는 어떤 곳이야?" 그가 얘기해 준 대로 라면, 오늘은 타카토시의 본가에 가는 날이다. "히라카타 파크라는 유원지가 유명해. '히라파'라는 별명으로 요즘 인터넷 뉴스에도 가끔 나와." 그의 말은 머릿속으로 되뇌어 본 말과 비슷했다. 나는 감탄한 듯 '오오.'라고 답했다. 이제 츠타야에 대해서 얘기할 것이다..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3

함께 상점가에서 쇼핑을 했다. 그의 방에 돌아와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는 나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은 민망했지만 그에게는 마지막 모습일 거라 생각하니 아무렇지 않은 듯 요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처음 마주한 식사.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산조를 걸었다. 그는 둘이서 자주 다니던 가게와 걸어 다닌 길을 하나하나 안내해 주었다. 손을 잡는 것이 그새 자연스러워졌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는 그러는 내내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런 눈길이 부끄러워 여러 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전철을 탔다. 그와 내가 처음 만나게 될 전철이었다. 나에게는 마지막 날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려 그에게 물었다. "타카토시는 여기에 앉아 있었어?" "응..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2

어제의 나에게는 익숙했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모든 것이 새롭다. 넓지 않은 방이었지만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방이었다. 방을 한 바퀴 돌아보다 커피가 보였다. 그를 쳐다보며 "차 끓여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응"라고 대답했다. 머그컵은 쉽게 찾았는데, 커피포트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포트는 없으니까 그 냄비로 물을 끓여야 해"라고 그가 말했다. "아하" 냄비에 물을 끓여 커피를 만드는 건 처음인데, 재밌다. 냄비에 물을 붓고 레인지에 올린 뒤, 머그컵을 나란히 놓았다. "커피는 어느 정도 넣죠?" "보통" 보통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커피 가루를 넣은 컵을 그에게 내밀었다. "... 이 정도?" 그는 컵에 담긴 가루를 살피곤, "응. 이런..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1

그 해 열다섯 살 때의 일을 떠올리며 계단을 올랐다. 3층의 좁은 통로에 녹색 문이 늘어서 있었다. 다섯 번째 문. 그 방에는 어제의 내가 살았기에 낯설지 않다. 오늘은 아침부터 따스하고 화창하다. 5월 23일. 오늘은 20살의 그를 처음 만나는 날이다. 그에게는 마지막 날.. 이 되겠지. 벅참과 긴장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별을 앞에 두고 있는 그에게 설렘을 보여서는 안 된다. 숨을 가볍게 내쉬고는 40일간의 나의 손길이 닿았을 문을 눈을 감은채 살짝 밀었다. 눈을 뜨고, 처음 마주하는 20살의 교토. 스스로를 격려하듯 살짝 웃어보곤 걷기 시작했다. 아침 6시. 내가 이 세계로 올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밤 12시가 되면 나의 세계에서 여행 온 이들이 잠시 머무는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 스스로 돌아..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프롤로그)

열다섯의 나는 옆 세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혼자 여행을 떠나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엄마, 아빠를 설득하느라 꽤 힘들었다. 사춘기 소녀의 호기심을 채우려고 간다고 했지만 사실 다섯 살 때 만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더 컸다. 바로 옆 세계로의 여행은 최장 40일이지만 갈 수 있는 주기는 사람마다 달랐다. 가족 여행으로 갔던 지난 다섯 살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아무도 맞질 않았다. 엄마, 아빠가 반대한 이유이기도 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좁은 통로. 내 기억에는 어렴풋하지만 처음 가는 길과 같았다.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래도 바로 이 사람이야라고 느꼈던 그 순간의 감정은 너무 생생하다. 얼굴도 기억나질 않지만 "또 만나자"라고 했던 그 사람의 확신에 찬 말이 나를 알아봐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