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상점가에서 쇼핑을 했다.
그의 방에 돌아와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는 나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은 민망했지만 그에게는 마지막 모습일 거라 생각하니 아무렇지 않은 듯 요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처음 마주한 식사.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산조를 걸었다.
그는 둘이서 자주 다니던 가게와 걸어 다닌 길을 하나하나 안내해 주었다.
손을 잡는 것이 그새 자연스러워졌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는 그러는 내내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런 눈길이 부끄러워 여러 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전철을 탔다.
그와 내가 처음 만나게 될 전철이었다. 나에게는 마지막 날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려 그에게 물었다.
"타카토시는 여기에 앉아 있었어?"
"응"
"난?"
"으음... 저기" 맨 뒤에 두 번째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확실히 기억하고 있구나."
"그야.. 그렇지."
텅 빈 차내에 '타카라가이케'라는 안내 방송이 울렸다.
헤어짐의 시간이 한 발짝 더 다가왔다.
"네가 여기를 내려가려 했을 때 내가 뒤에서 말을 걸었어."
그는 플랫폼 낮은 돌계단을 가리켰다. 그 모습이 어떨까 싶어 먼저 걸어가 뒤를 돌아 그를 봤다.
좁은 자전거 주차장에 녹색잎으로 가득한 벚나무 사이로 그가 보였다.
"리허설이라도 할래?"
"즐거움으로 남겨둘래" 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날의 상상을 잠시 해보았다. 오늘과는 반대의 상황이 되겠지.
나도 오늘 그처럼 많이 슬퍼지겠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지금의 타카토시와 같은 기분이 되는 거니까. 울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네"
라며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울 것 같은 그의 표정에 "울면 안 돼."라고 말했다.
"... 안 울어"
황금색으로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우리의 마지막 장소.
"... 응. 여기야"
그는 디지털카메라의 액정을 확인해 가며 조절했다. 그는 나에게 돌담에 기대어 서 보라 했다.
"에미, 조금 더 이쪽으로"
그는 한쪽 손에 들린 사진과 액정을 번갈아 보면서 지시했다.
"그럼 찍을게"
"응"
타이머를 설정한 채 그는 내 옆에 바짝 다가와 섰다.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 잘 찍혔을까?"
"괜찮지 않을까?"
함께 카메라로 쪽으로 다가가서 확인해 보았다.
잘 찍혀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사진과 똑같아 보였다.
"똑같은 거 같은데?"
"... 그러게?"
그가 가져온 사진과 똑같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나에게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것으로 오늘의 이벤트는 끝났다.
이제.. 이별의 순간만 남았다.
연못 주위 산책로를 걸으며 그가 만날 나에 대해 얘기를 해주었다. 5년 뒤 그는 열다섯의 나를 만나러 올 테니까.
그에게 나의 미래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가 열 살 때 서른 살의 나를.
"에미는 훌륭했어.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레 지나간 기억이야."
그는 열다섯의 나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았다.
멀리서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만 희미하게 들리고 지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이별을 앞둔 사람에게 과거의 일을 모두 묻는다는 것이 조금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를 이해하고 모든 것을 얘기해 주었다. 이제 그를 나의 연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검은색으로 물든 호수에 가로등 불빛만이 떠다니고 있었다. 돌담에 기대 그와 함께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시계를 흘긋 쳐다보는 모습에 이별의 시간이 머지않음을 알았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나를 안았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 팔에 힘을 주었다가 이내 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곤 손을 잡아 주었다.
"행복해"
그만 눈물이 났다.
"쭉 좋아해 온 네가 이렇게나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게 마음으로 전해져. 난 분명 평생 중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할 거야"
오늘은 나에게도 이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0일 동안의 아주 느린 이별. 그는 내일부터 점점 멀어져 가게 된다.
"타카토시."
"... 응?"
"나는, 좋은 연인이었어?"
"그래."
"오늘까지, 행복했어?"
"정말 행복했어"
"그렇구나.."
또 눈물이 나고 말았다. 그의 말에 앞으로 일어날 일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는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행복해"
"응.. 그래.. 나야말로.. 사랑해! 너를 정말 사랑해!"
그는 나를 놓지 않으려는 듯 더 세게 안았다.
"나도.. 나도.."
그에게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소를 짓는 순간 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고,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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