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길을 빠져나가자 타카토시는 손가락으로 길 건너를 가리키며 '저기야'라고 말했다.
길 건너에는 미나미야마 사이클이라고 적힌 자전거 가게가 있었다. 오늘 이때쯤 나를 데려다준다고 얘기해 준 타카토시의 부모님께서 운영하는 자전거 가게였다. 차도를 건너 열려 있는 입구로 들어서자 중년의 여성분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라 분명 타카토시의 어머니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는 타카토시를 대신해 빠르게 인사를 했다.
"어서 와요"
라며 고운 미소로 화답해 주셨다.
타카토시의 어머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몇 대의 새 자전거 사이로 거꾸로 고정된 자전거가 있다. 그 바로 옆에 작업용 융단과 작업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기름 냄새가 났다.
타카토시는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테이블로 나를 안내했다.
아이보리 색을 띠는 하얀 테이블이었다.
"이거, 약소합니다만.."
선물로 드리려고 샀던 과자를 타카토시의 어머니께 보였다.
"어마나, 고마워요"
".... 아빠는?" 타카토시가 어머니께 물었다.
"담배 사러 가셨다"
"그렇구나"
타카토시의 어머니는 차와 함께 내가 가져온 과자를 내어 주셨다.
맞은편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 모습에 말이 끊어져 정적이 흘렀다.
그 순간 인기척이 났다.
회색 작업복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타카토시의 아버지인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아, 안녕하세요"
타카토시의 아버지도 밝은 웃음을 보이시며 정중한 반응을 보이시곤, 어머님의 옆 자리에 앉으셨다.
이별을 얼마 남지 않은 연인을 부모님께 소개하는 일은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타카토시는 자신이 해왔던 그대로 자신의 부모님께 나를 소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머뭇거리는 그는 이 상황이 여전히 낯선 것 같다.
이내 그는 결심한 듯 짧은 호흡과 함께 나를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후쿠주 에미... 내 여자 친구야"
그러곤 나에게 고개를 돌리곤 "아버지랑 어머니 셔"라고 말했다.
"아아. 정말 예쁜 아이라서 깜짝 놀랐지 뭐니."
"그 정도는 아니에요..."
어머님이 너무 기분 좋은 듯 칭찬해 주셔 몸이 쭈뼛쭈뼛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타카토시,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역에서 내려 말을 걸었어... 첫눈에 반했거든."
쑥스러운 듯한 타카토시의 말에 부모님들은 정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첫눈에 반했다고 말하는 타카토시의 말이 귀를 간지럽혀 부끄러웠다.
행복했다.
"좋은 일이야"
어머님은 대견하다는 듯이 말하시곤 옆의 아버님께 '그렇지?'라고 말했다.
아버님은 그저 흐뭇해만 하셨다.
"후쿠주 씨, 타카토시를 잘 부탁해요."
라고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그 부탁은 타카토시의 내일까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예"라고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만날 타카토시를 소중히 할 것이란 내 마음은 변함이 없으니까. 거짓은 아니었다.
"넌 이렇게 좋은 아이 두 번 다시 못 만날 테니까. 놓치면 안 돼."
어머니의 말에 타카토시는 잠시 동요한 듯 슬픔이 보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타카토시는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이내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다음에는 집으로 오렴. 둘이서 함께"
타카토시는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을 쉬이 하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예"라고 인사를 드렸다.
아무도 없는 버스정류장에 손을 잡은 채 앉아 있었다.
타카토시의 표정은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평온했다.
"어째서 탄바바시였는지 이제 알 것 같아."
그의 말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독립할 때 말이야. 학교 근처가 아니라 어중간한 장소로 정했는지..."
"왜 그렇게 정했어?"
".... 집이랑 너무 멀어지는 게 무서웠던 것 같아"
여린 모습을 보이는 그가 안쓰러워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곤 그를 쓰다듬듯 엄지로 그의 손을 쓰다듬었다.
나를 돌아본 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 어째서 너와는 가족이 될 수 없는 걸까..."
하루 종일 참았던 감정을 이제는 견딜 수 없다는 듯 슬픔과 절망이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눈물을 보는 나도 울컥 눈물이 나왔다.
"... 미안해"
그 말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째서 사과하는 거야...."
"..... 응... 하지만... 미안."
"나도.. 이럴 생각은 아니었... 는데..."
화창하고 평안한 오후. 따스한 햇살 덕분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우리는 손을 잡고 그저 울었다.
그렇게 오늘이 끝나간다.
'글쓰기 + > 각색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7 (0) | 2022.02.08 |
---|---|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6 (0) | 2022.02.03 |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4 (0) | 2022.01.29 |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3 (0) | 2022.01.27 |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2 (0) | 2022.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