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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4

야곰야곰+책벌레 2022. 1. 2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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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나질 않지만 슬픔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를 보자 말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그래?"
나는 '아니야'라고 고개를 저었다.
탄바바시에서 요도야바시행 특급을 탔다. 차량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어제의 이별이 실감 나질 않아 그를 계속 쳐다봤다. 나를 사랑해주는 그의 모습을 오래 간직해 두고 싶다.
내 시선이 너무 오래 머물렀는지 그는 조금 묘한 표정을 지었다.
"히라카타는 어떤 곳이야?"
그가 얘기해 준 대로 라면, 오늘은 타카토시의 본가에 가는 날이다. 
"히라카타 파크라는 유원지가 유명해. '히라파'라는 별명으로 요즘 인터넷 뉴스에도 가끔 나와."
그의 말은 머릿속으로 되뇌어 본 말과 비슷했다. 나는 감탄한 듯 '오오.'라고 답했다.
이제 츠타야에 대해서 얘기할 것이다. 츠타야는 책이나 DVD를 대여해주는 회사다.
"그리고 츠타야의 발상지야."
"츠타야라면 그 비디어 대여점?"
"응. 역 앞에 1호점이 있어."
"제법인걸. 히라카타."
"뭐, 평범한 주택가지만."
타카토시는 그대로 창 밖을 그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나도 물끄러미 바라봤다.
철교를 지나고 이제는 녹색으로 채워진 벚나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와 헤어지는 날에는 벚꽃이 흩날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타카토시가 다시 생각나서 눈에 그를 계속해서 담아 두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타카토시가 나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런 타카토시도 그대로 기억에 담는 듯 마주 보았다.
내일은 조금 더 멀어져 있는 타카토시와 만난다.
감각이 느낄 만큼의 속도가 아니라 아직 현실감은 없다.
화창하고 평화로운 날씨처럼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역에서 탄 버스에서 내려 그가 이끄는 대로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기억을 더듬듯 발걸음이 차분하다. 그런 그의 곁이 좋다.
"초등학생 때 축구했다는 얘기는 했지?"
"응" 아니. 처음 들어.
"그거 하고 귀가할 때 언제나 지나다니던 길이야."
아하. 어제 그가 왜 십 년 뒤의 얘기를 해주지 않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여기에 서점이 있었어. 처음으로 소년 점프를 샀지"
응. 이 이야기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처음 통장을 만들었어"
"응"
타카토시는 걸으며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어릴 때 이야기를 했다.
"타카토시가 태어난 고향이구나."
"... 그러게" 그는 그리운 듯 잠깐 멈췄다 이내 다시 걸었다.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니, 타코야키 가게가 있었다. 도시에 늘어선 가게들처럼 줄지어 늘어선 정돈된 이미지가 아니라 골목길에 아무렇게 서 있는 모습이 주위 경관과 꽤 잘 어울렸다.
"왠지 좋다, 분위기가 엄청 좋아."
"예전부터 하던 곳이야"
투명한 유리 카운터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 놀랐다.
"와왓. 30개에 이 가격이야?"
"타코야키란 원래 이런 거야"
타카토시는 타코야키를 사려는 듯 가게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께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30개 주세요."
"그렇게 많이 사도 돼?"
"에미도 10개 정도는 먹잖아?"
"아마도"
"그럼 문제없어.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었거든. 여기서 '30개' 사는 거."
알 것 같다. 30개는 판에 올려진 모든 타코야키를 사는 것이다. 남김없이 쓸어 담는 희열은 기분 좋은 일이다.
주인아주머니는 두 개의 포장지에 나눠 담아내어 주었다.
종이 포장 안에 서로 달라붙어 있는 타코야키를 이쑤시개로 떼어내 먹었다.
"맛있어"
"응"
그와의 첫 데이트. 기분 좋은 웃음이 났다. 
후후 불어가며 타코야키를 먹었다. 식지 않은 타코야키를 입에 넣곤 앗 뜨뜨. 하며 발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런 나를 보는 타카토시의 시선은 내가 타카토시를 보듯 지금의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또 한 번 그와 타코야키를 먹으러 오게 될 것 같다.
오늘의 기억도 소중히 기록해 둬야겠다. 더 미래의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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