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토시는 수업을 받는 시간만 빼곤 나와 함께 있으려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최대한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은 모양이다.
그와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한 날은 금각사에 또 다른 날에는 키요미즈데라에 갔다. 무리하게 비싼 음식을 먹기도 했고 학식을 먹기도 했다. 그와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는 대부분 메모장을 보여주며 행동했지만 나는 더 자세히 적혀 있는 수첩을 보며 조금 더 정확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에게는 수첩의 내용보다는 대충의 내용만 적혀 있는 메모장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지없이 수첩에 적힌 내용대로 행동했다. 그런 그를 보는 것도 나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타카토시 군. 오늘의 예정을 발표하겠습니다.... 저랑 은각사에 갑니다."
"알겠사옵니다."
그 또한 이런 행동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이라 좋았다.
편안한 기분이 들었고 많이 웃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사소한 모든 순간을 즐겼다.
비가 오는 날에는 보통 타카토시의 방에 함께 지내는 걸로 되어 있다.
타카토시의 방에서 그가 적은 소설을 읽는 나를 보며 그가 말했다.
"정말, 이상한 기분이야."
"응~?"
나는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답을 했다.
"난 벌써 감상을 들었는데, 너는 지금 그 원고를 읽고 있다니"
나만 그의 행동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당황했다.
내가 할 말과 행동을 그가 이미 알고 있다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원고에 시선을 두고 있지만 타카토시의 말이 머리를 떠나질 않았다. 나는 미래의 나의 행동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나의 미래는 알고 싶지 않은 이기심에 괜히 쓴웃음이 나왔다.
"내가 감상은 편지로 썼다고 했지?"
"맞아"
이불 위에서 뒹굴고 있던 타카토시는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일어섰다.
"왜?"
"받은 편지가 있나 싶어서"
나는 원고지 사이에 손을 올려둔 채 타카토시를 쳐다보았다. 그는 작은 상자 앞에 앉더니 그것을 열곤 안을 보고 있었다.
"... 있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어깨너머로 그것을 엿보았다.
"그거야?"
"응"
"내가 쓴 거?"
"맞아"
"... 신기하네."
타카토시는 편지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에미, 받아 볼래?"
"무서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떡해."
나는 미래에서 온 그 물건을 열어 보는 것이 무서웠다. 우리의 시간이 엉망진창이 될 것 같았다.
"안의 문장 볼래?... 바꾸고 싶지 않지?"
라며 타카토시가 재차 권했다. 조금 궁금하기도 했지만 먼저 보는 것은 여전히 무서웠다.
"그럼 작품을 읽고 감상을 쓴 후에 맞춰보자"
"어째서?"
"똑같이 베껴 쓰는 건 싫어. 느낀 대로 솔직하게 쓰고 싶으니까."
수첩에 적힌 대로 똑같이 베껴 행동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편지는 똑같이 베끼고 싶지 않았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다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타카토시는 편지를 원래 자리에 두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빗소리가 굵어져 고개를 들어 창문 너머를 바라보다가 부엌에서 커피를 끓이려는 타카토시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부탁해의 느낌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알았다. 알았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타카토시의 모습에 행복해져서 활짝 웃고 말았다.
"블랙?"
"음~, 지금은 달콤한 커피가 필요한 기분이야."
"알았어"
그는 냄비에서 물을 끓였고 완성된 카페오레를 내 앞에 놓아주었다. 아주 익숙한 듯 자연스럽다.
"고마워"
뜨거운 카페오레를 후후 불곤 한 모금 마셨다. 이것이 연인의 커피인가.
한 마디의 질문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완벽한 커피를 끓여주었다.
"음~. 좋은데,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
"이런 거?"
"이런 거!"
라며 커피 잔을 살며시 들어 올려 보였다. 아아~ 그는 알았다는 듯 피식하고 웃곤 다시 이불 위로 올라갔다.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시곤 원고를 다시 읽기 전에 그에 얘기했다.
"저기, 타카토시. 이것만을 지금 말해 둘게"
"뭔데?"
"이거, 재미있어"
"고마워"
나는 그가 연주해 주는 쇼팽이라는 연주가의 '빗방울'이라는 곡을 들으며 원고를 계속 읽어 나갔다.
'글쓰기 + > 각색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7 (0) | 2022.02.08 |
---|---|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5 (0) | 2022.01.30 |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4 (0) | 2022.01.29 |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3 (0) | 2022.01.27 |
(각색)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2 (0) | 2022.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