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타카토시와 함께 있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오후 늦게 타카토시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여러 가지를 샀다.
오늘은 타카토시의 친한 친구가 놀러 오는 날이라 그가 좋아할 만한 요리를 준비할 참이다.
사실 나는 어떤 요리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타카토시의 집에 도착해 사 온 재료들을 손질했다. 그는 방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를 간단히 정리했다.
친한 친구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야채를 담아 냄비에 넣어 둔 채로 레인지 위에 올려 두었다.
손을 닦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 오는 친구는 우에야마 씨... 지?"
"응. 에미를 엄청 보고 싶어 해."
"정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에 얼굴을 비춰 봤다.
"타카시~"
문을 두드리지 않고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굉장히 활발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타카토시는 문을 열고 나가 그를 맞았다.
"뭐 이리 낮아."
"네가 너무 큰 거야."
허리를 잔뜩 수그린 채로 문을 들어와서 가늠할 수 없었지만, 방에 들어온 그는 타카토시보다도 더 컸다.
고개를 올려 쳐다보는 나를 보며 그는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런 모습이 너무 재밌어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후쿠주 에미예요."
"우에야마 쇼이치예요"
"소꿉친구라면서요?"
"예,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죠."
"우와. 대단하네요."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차를 끓였다.
세 잔의 차를 작은 탁자 위에 두고 타카토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에야마 씨가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준 거죠?"
"그래요. 아, 뭐라고 할까.... 얘 겁쟁이잖아요?"
우에야마 씨는 타카토시를 보며 씩 하며 웃곤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하면 되지? 어떻게 하면 되지?' 라면서 치와와처럼 덜덜 떨기나 하고 말이죠."
"그랬나요?"
쑥스러운 타카토시를 보니 웃음이 났다.
"첫 데이트 약속을 할 때도, 전화기 든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예~? 우에야마 씨가 있었나요?"
타카토시가 이런 얘기는 안 해줬는데..
쑥스러운 것은 얘기하지 않았구나.. 작은 보물 발견. 잘 기록해둬야지.
그 뒤로 우에야마 씨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엄청 얘기해 주었다.
타카토시는 그만하라며 우에야마 씨를 방해하고 있었지만 우에야마 씨는 나를 향해 계속 얘기했다.
나에게 전화할 때 할 말을 메모해 두었다는 것이라던지 나에게 데이터 OK를 받았을 때 '아자!'라고 엄청난 소리를 질렀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나는 너무 행복한데, 그는 너무 창피해하는 것 같았다.
"아하하하"
너무 웃어서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저녁을 준비할게요."
라고 얘기하곤 부엌으로 갔다.
우에야마 씨는 이제와 다르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얘기한다. 아마 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저녁 준비를 다해 둔 덕에 준비는 금방 되었다.
식사를 하며 다시 많은 얘기를 했다. 시간은 금세 지나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타카토시와 우에야마 씨와 함께 역까지 걸었다.
"그럼 조심해서 가라."
"그래"
열차가 도착하고 둘은 얘기를 나눈 뒤 우에야마 씨는 나를 보고 인사했다.
"잘 먹었어요. 맛있었어요."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부디 또..."
아차. 너무 즐거운 나머지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스스로도 너무 놀라 끝을 흐리고 말았다.
"또 봐요. 밥 만들어 주세요."
라고 말하곤,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미나미야마를 잘 부탁해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는 것 같아서 잠시 머뭇거렸지만 상대의 마음은 소중히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을 수 있을 만큼 웃으며 커다란 손을 잡았다.
"예."
"괜찮은 녀석이지?"
"응"
집으로 돌아가는 밤길을 조용히 걸었다. 아직 10시도 되지 않았지만 조용했다.
"남자끼리의 우정이랄까? 그 느낌이 부러웠어."
"그게 뭐야?"
그는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둘 만이 풍기는 정겹고 행복해 보이는 느낌이 좋았다.
그 모습도 오늘로 마지막이겠구나란 생각이 드니 조금 아쉽기도 했다.
"지금의 타카토시와는, 오늘로 이별이려나?"
"그렇게 돼.... 겠지."
그는 이해한다는 듯이 얘기했지만 입 밖으로 내놓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지금의 나랑 그전의 나는 그렇게 다를까?" 타카토시가 물었다.
"나는 아직 만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분명 그럴 거야. 뭐라고 할까. 침착한 어른이라는 느낌인걸."
"각오를.... 하긴 했지"
"각오?"
"여러 일이 있었지만 전부 받아들였다고 할까. 이제부터는.... 너와 헤어지는 날까지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고자 말이야."
"과연... 나도 각오가 필요하겠네. 지금의 너와는 오늘로 이별이고. 내일부터 조금씩... 이런 관계가 아니게 되는구나 싶어서"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허무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타카토시는 주먹을 내밀었다.
주먹을 보고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도, 에미도 이제부터네. 우린 동지야."
"그러게"
"주먹, 쿵 하고 부딪쳐야지"
"오, 남자들의 우정 같아."
"좋지?"
"좋아."
주먹을 쿵 하고 맞대곤 바라보며 웃었다.
"에미."
"응?"
"사랑해."
"응"
사랑한단 말을 직접 들으니 행복감에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이 정도면 각오를, 이 마음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스쳐 지나가지 않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끝과 끝을 이은 원이 되어, 하나로 이어져 있는 거야."
타카토시가 해준 말이었다.
"마지막 날.. 23일에 네가 나에게 해준 말이야. 그날 밤에,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나에게 말해 줬으면 해."
너의 과거를 맡은 내가 나의 과거를 너에게 부탁했다. 우린 동지니까.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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