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열다섯 살 때의 일을 떠올리며 계단을 올랐다.
3층의 좁은 통로에 녹색 문이 늘어서 있었다.
다섯 번째 문.
그 방에는 어제의 내가 살았기에 낯설지 않다.
오늘은 아침부터 따스하고 화창하다.
5월 23일.
오늘은 20살의 그를 처음 만나는 날이다. 그에게는 마지막 날.. 이 되겠지.
벅참과 긴장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별을 앞에 두고 있는 그에게 설렘을 보여서는 안 된다.
숨을 가볍게 내쉬고는 40일간의 나의 손길이 닿았을 문을 눈을 감은채 살짝 밀었다.
눈을 뜨고, 처음 마주하는 20살의 교토.
스스로를 격려하듯 살짝 웃어보곤 걷기 시작했다.
아침 6시.
내가 이 세계로 올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밤 12시가 되면 나의 세계에서 여행 온 이들이 잠시 머무는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 스스로 돌아가지 않으면 강제로 텔레포트된다.
풉. 신데렐라 같단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났다.
"자아~ 이제 왕자님을 찾으러 가볼까?"
오늘은 슬픈 날이 될 것이지만 너무 설레 기분이 좋다.
이 설렘을 눈치채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그가 오해하지 않도록..
슬픈 상상을 하며 계단을 오르다 보니 그가 서 있었다. 아무도 없는 역사 내에서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에게서 들은 얘기를 되뇌며 실수 없이 행동하자고, 이 세계로 오기 전까지 수없이 연습해 왔듯 가볍게 웃으며 손을 드는 그를 향해 본능적으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잡았다. 어색했겠지?
"... 그렇구나"
그는 충격을 받은 듯 말꼬리를 흐렸다. 낯섦에 대한 슬픔. 그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그가 우리의 비밀을 모르게 되려면 시간이 흘러야 한다.
"에미에게는 이게 '처음'인 거지?"
"응..."
숨길 수 없는 서먹서먹함 때문일까. 미래의 나에게서 전해 들어서일까.
나의 낯섦을 금세 알아챘다.
"역시 숨길 수 없군요."
제대로 연기해 내지 못한 미안함에 나도 모르게 애교가 나왔다. 그런 나를 보는 그는 더 괴로워 보였다.
"괜찮아. 어제 마음껏 슬퍼하면서, 마음의 준비는 했으니까"
괜찮은 척을 했지만 슬퍼 보였다. 40일 후의 나도 저럴 것 같아서 마음이 찌릿했다.
"오늘은 운전 연습 같은 거라 들었는데?"
"내일의... 어제의 저에게, 들었군요."
"맞아"
"예, 그러면 그... 곳으로"
"알았어. 가자"
발걸음을 돌려, 걸으려는 순간 갑자기 그의 손이 느껴져서 놀랬다. 그도 놀랬는지 손을 놓으려 했다.
"아, 미안"
아, 사랑하는 사이지.. 재빨리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손을 너무 당당하게 잡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연습이에요"
그는 어린 소녀를 보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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