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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독후감)/소설 167

(서평) 더블 버드 (버드 스미스) - 마요네즈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글의 초안을 폰을 통해서 작성한다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미친 사랑 이야기만 쓴다'는 문구 또한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로맨스를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지만 읽으면서 오히려 갸우뚱해지는 시간이 많았다.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극단적인 문장을 내어 보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히려 웃기는 일인 듯 적힌 이 글은 마요네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꽤 많은 초단편들도 이뤄진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장편의 경우에는 작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도 읽어갈 수 있지만, 단편의 경우 생략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작가의 생각을 더듬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보는 작가. 익숙지 않은 문화는 의아함을 가지고 계속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분명 유머 ..

벗겨진 베일 (조지 엘리엇) - 민음사

독특한 제목에 눈길이 닿아서 민음 북클럽에서 선택을 했다. 사람의 심리 묘사의 절묘함을 보여준다는 조지 엘리엇의 책이어서 기대도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쯤을 읽은 후에 이틀의 공백이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는데, 처음 읽을 때보다 확실히 기억나는 부분이 많아졌다. 굉장히 절묘하고 세세해서 눈으로 훑어가며 읽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흘리는 부분이 페이지를 넘기는데 방해가 되었다. 굉장히 곱씹으며 읽는 편이 여러모로 좋은 책이었다.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판타지 소설에는 단골손님처럼 나오지만 이 작품에서는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에 집중한다. 그런 힘인 처음 몇 번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계속된다면 분명 굉장한 피곤함..

달려라 메로스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민음사 북클럽 에디션으로 만나는 다자이의 3번째 책이다. 처음에 만난 '인간 실격'에서 너무 깊은 심연을 봐서인지 계속해서 만나는 다자이의 작품에는 생각보다 서정적이고 희망적인 부분을 계속 찾아내게 된다. 그중에서도 다자이가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안정된 시기를 보냈던 시절에 썼던 '달려라 메로스'는 더 이상 희망적일 수 없다. '나는 신뢰받고 있어. 나는 신뢰받고 있어.'를 외치며 역경을 이겨내는 이 작품은 세상의 불신과 불신을 조장하는 유혹 속에서도 신뢰를 지키고 포기하려 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이 잘 표현되고 있다. 그간 다자이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작품이다. 달려라 메로스는 애니메이션의 이름 같기도 하고 일본 드라마에서도 종종 인용된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친구에게 '네가 달려라 메로스냐?'라는..

스캔들러스 (문은숙) - 동아 & 발해

여성향 로맨스 웹소설을 읽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최근에 보았던 여성향 로맨스의 정석을 본듯한 기분이다. 전의 남자와 헤어지는 설정이 있어야 하지만 여성의 잘못이 아니여야 한다. 적어도 주인공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낄 만큼의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과 완벽한 남성상의 설정과 함께 여성에게 무심해한다. 가질 것 다 가진 철벽남 정도 될까. 그리고 수동적이지 않은 여성상과 매력. 외모로 반해서는 안 되는 설정. 여성향 로맨스의 법칙은 이렇게 녹여내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흥미로 독자를 끌고 가는 책이기 때문에 읽음에도 막힘없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뭔가 알 것 같은데 계속 읽게 되는 기분은 흡사 무협지를 읽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남자들이 무협지를 읽는 기분이 여자들이 이런 로맨스를 읽는 ..

(서평)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 모로

'집착'에 대한 단어를 '가족'에 이어 붙여 스토리를 전개해 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신선한 소재도 아니고 기분 좋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왜, 너여야만 했나"라는 평범하면서도 간절한 질문은 이 작품을 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사건 그 자체보다는 슬픔과 집착이라는 심리적인 상태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들게 했다. 사랑의 광기로 묻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엮여 있는 이 작품은 모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즈노 다이키라는 소년의 죽음으로 출발해서 그 소년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며 마무리된다. 완전히 다를 것 같은 두 사건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다이키의 엄마인 미즈노 이즈미가 있었다. 15년의 거리가 있는 두 사..

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 검은숲

아름다운 미스터리. 내가 읽은 미스터리 책 중에서 이런 장르가 있었던가. 64의 섬세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긴장감을 느끼며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의 대단함을 느꼈었다. 그런 와중에 '빛의 현관만큼 좋지는 않네요'는 후기는 눈에 확 들어왔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64가 평가절하를 받는지 궁금했다. 설정은 한 인물을 찾는 과정을 그렸지만 그 속에서 그려지는 주인공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고뇌는 작가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던 것일까. 여행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무려 7년의 세월을 들여 다듬었다. 스토리는 동일하지만 원래의 문장은 10 퍼센트도 남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 작가도 자신에게 필요한 그 한 작품을 위해 피나게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주인공 아오세는 건축가다. 댐에서 틀장이를 하던 아버지를 따라 건축 현..

레지스탕스 (이우) - 몽상가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서부의 총잡이들과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 일 거라고 생각했다. 흥미를 위한 소설일 것이라고 착각한 것에는 북커버의 역할도 있었다. 한동안 다른 책들 사이에 끼여 있었고 지금에서야 페이지를 열어보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야 표지의 그림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복잡한 감정이 들게 만드는 초상화는 어째서인지 깊은 슬픔이 있었다. 문학을 책으로만 배운 작가의 오랜 열정이 가득한 이야기에 여운이 돌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책은 지금에 유행하는 트렌드에서 꽤 많이 벗어나 있다. 오히려 고전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등과 같은 철학적 질문과 함께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사회 저항의 문장마저 담고 있다. 그 배경이 학교 안에..

소년이 온다 (한강) - 창비

어느 책에서 소년이 하늘을 나는 듯한 멋진 문장을 만난 나는 그렇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제목과 글귀는 세월호와 연관되었나 싶었지만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추천 도서에서 이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제주 4.3을 담은 로 한강 작가의 스타일을 알고 있는 나는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마치 죽은 정대의 혼을 시점으로 한 듯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은 무언가를 초월한 존재가의 무덤덤한 혼잣말인 듯했다. 잔인했던 그날의 모습들은 감정적인 단어들을 절제한 채 그렇게 쓰여 내려갔다. 잔인하게 죽은 이들의 시신을 모으고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들은 슬픔을 꾹꾹 눌러 참아내는 모든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시점은 인물 사이를 넘나들며 시대의 위치도 변한다. 마치 ..

아홉살 인생 (위기철) - 청년사

서른을 목전에 두고 느낀 갑작스러운 변화를 느끼며 작가는 아홉 살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아직 많이 어리고 귀엽기만 할 나이 아홉 살은 넉넉하지 못한 살림으로 빨리 철들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진난만함 속에 섞여 있는 아이의 고뇌는 나이 든 지금의 나에게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부산에서 결혼한 여민의 부모는 서울로 상경하여 친구 집에 얹혀 산다. 어린 나이에 얹혀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은 여민은 다른 아이들보다 눈치가 빠르게 된 것 같다. 어미를 잃은 강아지가 길가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집으로 가져 오지도 버리지도 못한 아이의 갈등은 그런 면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아이의 모습에서 유년 시절의 즐거움과 더불어 가난한 시절을 회상..

(서평) 씨앗을 뿌리는사람의 우화 (옥타비아 버틀러) - 비채

씨앗, 우화 그리고 SF. 그것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미래 그리고 희망이다. 희망을 바라기 때문에 현실은 절망적일 것이다. 그런 생각 속에 첫 장을 넘겼다. 너무나 익숙하지만 절망적인 모습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 책의 장르를 SF로 구분할 수 있을까? 수년 후에 이 책은 일반 소설이 되어 있을 것이고 수 십 년이 지난 뒤에는 고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고작 2 ~ 5 년 후로 설정한 시대의 모습은 지금보다 그저 더 암울해져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터전에서 더 살 수 없음을 자각한 주인공이 자신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며 사람들과 유대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곳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일반 소설의 장르에 넣을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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