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에 종사하면서 글의 초안을 폰을 통해서 작성한다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미친 사랑 이야기만 쓴다'는 문구 또한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로맨스를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지만 읽으면서 오히려 갸우뚱해지는 시간이 많았다.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극단적인 문장을 내어 보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히려 웃기는 일인 듯 적힌 이 글은 마요네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꽤 많은 초단편들도 이뤄진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장편의 경우에는 작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도 읽어갈 수 있지만, 단편의 경우 생략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작가의 생각을 더듬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보는 작가. 익숙지 않은 문화는 의아함을 가지고 계속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분명 유머 코드인 것도 있을 터인데.. 진지하게만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글의 밑바탕에는 늘 사회의 부조리와 가난한 삶이 그려져 있었다. ‘이딴 세상 될 대로 되어라’식의 태도는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태도였다. 사고도 살인도 마약도 크게 개의치 않고 세상에 반해서 행동하고 오히려 세상이 무너져버리고 새 세상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꽤나 파괴적이지만 기존의 영미 소설에 비하면 또 그렇게까지 신랄한 거 같지도 않다.
이 책을 표현할 수 있는 두 문장을 뽑자면 '섹스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생각과 하는 것이라는 교훈이요'와 '개미들은 행복하지. 곤충으로서 충만하게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다 가지고 있으니까'였다. 우리는 개미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나고 더 많은 능력이 있지만 개미보다 행복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다. 사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사랑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책을 두르고 있는 '미친 사랑'은 미치도록 사랑하는 것이 아닌 정말 미친 사랑 같았다. 하지만 그것을 미친 사랑이라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들이 미쳐 보여도 그들은 서로가 미치도록 사랑스러울 수 있다.
세상에 고립된 사람들의 어떻게 보면 미친 이야기. 세상이 다 부서져버렸으면 하는 이야기. 우주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 환각 속의 세상으로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 모든 것들은 사회 문제라고 얘기하는 밑바탕의 마음이고 이해되지 못하고 규탄받는 삶의 모습이다.
영미 소설에는 이런 심리의 글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의료 보험이 없어 병원뿐만 아니라 응급차를 부르지조차 못하는 삶.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양극화는 심해져 있는 것 같다. 능력과 운에 따른 사회적 격차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적어도 개미와 같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어쩌면 미쳐 보이는 그들의 행동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문장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적재적소에만 사용되었으면 하는 욕설이 감탄사처럼 사용되지만 그래도 사회 문제로 생각이 이어지는 것들이 있어서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단편선은 작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는 것이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것 또한 새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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