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큰 뜻을 가진 무 왕제의 큰 뜻일 잘못 이해한 하대곤 장수와 그에게서 길러진 해평. 인생은 누구에게서 태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길러졌는가도 중요하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기꺼이 손을 내밀고 잡는 권력의 모습. 그 속에서도 굳건한 대왕의 자세. 자신의 행동을 끝없이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현자의 자세. 새로운 대왕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광개토대왕의 출생과 소수림왕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던 이 책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늙은 대왕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불혹을 넘긴 나이에 자식이 없이 홀로 태자에 자리에 있던 대왕 구부는 어쩐지 연약해 보였다. 능력 없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고구려 연대표를 보고 그가 소수림왕이었다는 사실일 알곤 판단이 바뀌었다. 대왕 구부의 진가는 1권에서 진중하고 사료 깊다는 것이 중간중간 언급되었으니 대왕 사유의 아들이라는 점과 늙은 나이까지 태자였다는 점이 나에게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소수림왕은 어떻게 보면 인내의 왕이다. 감정을 인내하고 국가의 기강을 잡고 나라가 강해지는 법을 알았다. 백성들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농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쟁을 피했다. 불교를 받아들여 백성들의 마음을 모으고 태학을 설립해서 문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였다. 출신에 연연하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다. 주위의 말을 헤아릴 줄 알았고 또한 단호한 결의도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성왕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1권부터 등장하는 해평이 광개토대왕일까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저돌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은 아무래도 대왕의 면모가 아니었다. 2권에는 비로소 담덕이 출생하게 되고, 해평은 그저 반란의 중심에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훌륭한 아비인 무 왕제의 바람 따라 훌륭한 장수가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쥐를 막다른 길로 몰지 말라는 말처럼 국사 을두미는 권문세가를 너무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권력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결국 사달이 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라며 읽으면서도 끄덕일 수 있었다.
대왕 구부와 을두미 국상이 한 자씩 내어 만든 '담덕'. '깊고 그윽하다'는 뜻의 '담'과 '은혜를 베풀다', '바로 서다'의 '덕'을 담아 만들었다. 대왕에 걸맞은 멋진 이름이었다. 자신은 아들이 없지만 동생이 아들을 낳은 것이 왕가에 더 없는 기쁨이라고 얘기하는 소수림왕의 됨됨이는 더 멋졌다. 왕권 찬탈로 얼룩져 있는 사극 드라마들만 보다가 이런 훈훈함을 보니 소수림왕이 더 존경스럽게 되었다.
2권에서는 죽었을 것 같았던 두충이 조환으로 대상의 행수로 들어간 것과 추수가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좋았다. 모두 충심이 가득하고 됨됨이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졌던 것이 고구려와 백제의 전투 중에 백제의 태자 수가 독약을 썼다는데 크게 분노한 근초고왕이었다. 도의 어긋난 전투 방식과 상대의 국왕이 운명하여 '상'을 지내게 되자 순순히 병력을 물려주는 모습이 약탈의 전쟁이 아닌 자웅을 겨루는 전쟁이라는 것이 또한 대단했다. 그것을 기억해 수곡성을 수복하고 여세를 몰아 진격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근초고왕의 병세가 심해 지원군이 없었음 알고 더 이상 진격을 하지 않은 소수림왕의 결단도 멋졌다.
2권은 광개토대왕의 탄생과 함께 소수림왕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짧게 소비하기엔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인 두충과 추수의 소식을 짤막하게나마 전해줘서 좋았고 서역의 아가씨와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해평과 하대곤의 생각은 무 왕제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왕위를 찬탈하라고 하기엔 무 왕제의 행동은 고구려 그 자체를 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갈수록 흥미진진한 광개토대왕의 이야기 3권에서는 거상 조환(두충)의 이야기가 많으면 좋겠다.
'독서 (서평+독후감)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마운 마음 (델핀 드 비강) - 레모 (0) | 2022.08.04 |
---|---|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 자이언트북스 (0) | 2022.07.26 |
(서평) 광개토태왕 담덕 1. 순풍과 역풍 (엄광용) - 새움 (0) | 2022.07.22 |
(서평) 더블 버드 (버드 스미스) - 마요네즈 (0) | 2022.07.09 |
벗겨진 베일 (조지 엘리엇) - 민음사 (0) | 2022.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