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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6. 2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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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사 북클럽 에디션으로 만나는 다자이의 3번째 책이다. 처음에 만난 '인간 실격'에서 너무 깊은 심연을 봐서인지 계속해서 만나는 다자이의 작품에는 생각보다 서정적이고 희망적인 부분을 계속 찾아내게 된다. 그중에서도 다자이가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안정된 시기를 보냈던 시절에 썼던 '달려라 메로스'는 더 이상 희망적일 수 없다.

  '나는 신뢰받고 있어. 나는 신뢰받고 있어.'를 외치며 역경을 이겨내는 이 작품은 세상의 불신과 불신을 조장하는 유혹 속에서도 신뢰를 지키고 포기하려 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이 잘 표현되고 있다. 그간 다자이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작품이다.

  달려라 메로스는 애니메이션의 이름 같기도 하고 일본 드라마에서도 종종 인용된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친구에게 '네가 달려라 메로스냐?'라는 핀잔도 종종 사용되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가진 이야기가 다자이의 작품이라는 게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 많은 작품들이 어둡기보다는 오히려 서정적이었다. '벚나무와 마술피리'는 특히 서정적이었는데 죽음을 앞둔 여동생에게 아주 희망적인 편지를 직접 적은 언니의 행동 그리고 그동안의 편지가 여동생 스스로가 적었다는 사실까지 두 사람의 절절한 마음이 애틋하고 너무나 감동적인 문장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이 섬세함은 '여치'에서도 나타났는데, 가난했지만 예술의 길을 걸었던 남편 옆에서 너무나 행복했던 부인이 유행해지고 돈이 많아지며 세속적이게 되는 남편에게서 그동안의 내적 풍족함을 잃어버리는 모습은 대조적이면서도 그 느낌이 너무 알 것 같았다. 고고할 것 같았던 남편은 너무나 속물이었고 부인은 고고했다. '헤어지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단오한 문장과 변해가는 남편의 모습에서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라고 느낀다. 세상에서는 부를 이룬 사람이 분명 옳다고 느낄 테지만 부인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유명세보다는 고고함을 지키고 싶은 작가의 신념일지도 모르겠다.

  다자이의 글은 소설인지 수필인지가 헷갈리는 어느 지점에 항상 서 있다. 주인공이 남자든 여자든 화자는 늘 다자이인 것 같다. 독자에게 편지를 적듯 느껴진다는 편집자의 후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다자이 하면 '인간 실격'으로 대표되지만 다자이를 알려면 오히려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 할 것 같았던 개인적인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곧 만나게 될 '만년'과 '사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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