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고양이의 제단 (김묘원) - 엘릭시르

야곰야곰+책벌레 2022. 9. 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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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이면서도 굉장히 가벼운 이런 작품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했던 것 같다. <와카타베 나나미>의 작품들도 가볍다고 느꼈는데, 이 작품은 더욱 가벼웠다. 미스터리가 꼭 무서워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수 있다. 다르게 보면 청소년 소설이고 성장 소설이다. 중학생인 주인공의 학교 생활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해결 그리고 새롭게 맞이한 언니와의 관계가 엮여 있다. 

  고양이 한 마리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학교의 여러 사건들을 펼치고 모우는 묘미가 있는 이 작품은 엘릭시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채경은 그린 지후의 그림자 같은 또 하나의 자아 같은 지후의 새로운 언니다. 새로운 언니라는 것은 부모님들이 재혼을 했기 때문이다. 평범했던 지후의 가정과 조금은 특별한 채경의 가족의 결합은 묘하지만 안정되어 있는 느낌도 있다. 어떤 사건으로 자신을 가두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채경은 방에 머무르며 허가된 시간에만 얘기를 나누곤 했다. 지후는 그런 언니가 생각보다 편했고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미스터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채경의 관찰력과 추리력을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타인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채경은 지극히 냉소적이었다. 자신의 호기심에 대한 관찰로 욕구를 풀어나가는 존재였다. 위험의 순간에도 상대에게 경고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고자 했다. 독이 있는 협죽도가 교내에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도 그저 관찰만 하다가도 동생 지후가 그것에 노출되는 것은 싫었는지 알려 준다. 그리고 지후가 협죽도를 모르고 사용하려는 선배들을 막았을 때, 채경은 자신의 존재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않기로 했다. 미로 속에 갇혀 버린 미노타우로스처럼 말이다.

  지후는 교내의 탐정 같은 위치에 있다. 관찰력과 추리력이 좋은 것이다. 채경에게 조언을 구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채경은 그런 지후로부터 바깥을 보곤 한다. 지후는 채경에게 아리아드네 같은 존재고 지후가 내민 감정들은 미로에서 채경을 안내할 아리아드네의 실이 된다. 타인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채경은 지후를 위해서 행동하게 되고 지후는 그런 사건을 추리해내며 그 끝에 채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채경이 지후의 추리를 인정했을 때 지후는 화를 내지 않고 그저 '고맙다'라고 표현한다. 채경은 미로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밖에서 안으로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도록 그려왔는데,
안에서부터 출발하면 어떨까, 가운뎃손가락을 대고 천천히 옮겨본다.
바로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왔다.

  작품에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에 많은 십 대들 이 등장한다. 그들의 행동과 심리는 미묘하게 다르고 사건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또한 보는 재미가 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나가는 존재이며, 십 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관계 속에서 생기는 논쟁과 오해는 어쩌면 당한 것일 수도. 그래도 비열하고 악랄한 모습이 전혀 없고 친구들을 대하는데 나쁜 모습들이 그다지 보이질 않아 좋았다.

  이 작품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의 엉킴을 풀어나가는 소설이었다. 장르는 미스터리로 분류되어 있지만 스토리는 오히려 더 서정적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후의 행동과 독백으로 풀어내어진 채경의 생각 사이에서 오는 묘한 재미가 있다. 우리는 모두 미로 같은 삶 속에서 헤매며 살아가고 있고 소설은 그런 모습을 그런 마음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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