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사카모토 유지, 구로즈미 히카루) - 아웃사이트

야곰야곰+책벌레 2022. 9. 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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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 <귀멸의 칼날>의 칼날의 흥행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선 이 영화는 일본 로맨스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일본 영화계에서 히트를 치기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6주 동안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작품은 영화를 바탕으로 소설화했다. 사실 영화를 소설화하면 스토리가 빈약해져 소설 특유의 섬세함을 느낄 수 없는데 영화를 보질 못한 상황이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어있는 여백이 의미 있을 만큼 좋았다.

  일과 삶이라는 인생의 높은 허들을 체감하며 둘만의 사랑이 말라감을 표현한 이 작품은 아웃사이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무기와 키누는 막차를 타며 생활하던 대학생이었다. 같은 작가, 같은 공연을 좋아하고 똑같은 흰색 컨버스화를 신고 다닐 만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스물한 살이었다. 어느 날 막차를 놓쳐버린 날 둘은 우연히 만났지만 필연적으로 사랑을 했다. 젊은 날의 특별하나 존재. 꿈을 향해 가는 동반자. 젊은 날의 사랑은 조금 특별했다.

  사랑이 낭만적이라는 것은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사회로 나간다는 것은 취업을 한다는 것은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했던 키누 어머니의 말이 명언이다. 들어가기 전에는 망설여지지만 우선 다녀오면 개운하다는 그 말.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감에도 그 속에서 적당한 행복을 찾아낸 어른들의 말이다. 젊은 날의 두 커플은 행복의 허들을 낮춘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다 이렇지, 뭐, 하면서 허들 낮춰서 살고, 그런 게 좋아?
키누는 자기가 유치한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쯤은 꿈을 꾸고 싶다. 
희망을 품고 싶다.

  함께 프리터로 동거하다가 키누가 취업을 하여 사회생활을 함에 조급함을 느낀 무기는 어느 회사 영업직으로 입사하게 되고 빠르게 사회화되어 간다. 꿈은 현실에 묻혀 버리고 둘의 공감대 또한 함께 사라져 버렸다. 많은 것을 공감하고 나누고 싶었던 키누와 키누 그 자체만이 목적이 되어버린 무기의 이별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엉켜버린 이어폰 줄처럼 꼬인 사랑이고, 한쪽씩 나눠 낀 이어폰이지만 그 속에 흐르는 음악은 미묘하게 다르다. 어느 날 문뜩 서로에게 선물한 무선 이어폰은 꼬여버린 이어폰을 풀 행동조차 없애버림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어 버린 듯했다. 나눠 낀 이어폰은 조금 다른 음악을 듣지만 각자 낀 이어폰에서는 완전히 다른 음악이 흐르기 때문일까. 둘은 그렇게 정중하게 이별한다.

  일본 로맨스의 특징은 흔한 소재를 아름답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설렁 그 결말이 행복하지 않더라도 애절함을 남겨둔다. 아주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공식 같은 전개이라서 신파라고 느끼는 사람도 밋밋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장르와 이런 전개는 일본 로맨스의 강점이다. 단순한 스토리에 빼어난 영상미를 입히는 일본 감독들 특유의 노하우다. 

  영상을 글로 옮기면 영상미가 사라지고 빈약한 스토리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영화에 감동해서 책을 들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로 판단할 수 없지만, 글 자체로는 잔잔한 로맨스다움이 있었다. 차분한 글귀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과 조여 오는 슬픔 그리고 담담한 이별.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이뤄지는 회상. 일본 특유의 잔잔한 로맨스를 좋아하신다면 이 책 또한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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