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 비채

야곰야곰+책벌레 2022. 9. 1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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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모르는 작가였는데, 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작가라고 한다. 문장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스토리 수시로 전환되었지만 막힘없었다.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과 해결될 듯한 실마리 속에서도 끝끝내 잡아가며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 조차 반전을 만드는 노력이 대가라고 부르는 사람의 작품이었다. 

  <밀약>으로 출판되었다가 절판된 이 작품은 복간되었고 시대의 감각을 넘어 여전히 스릴 넘치는 스토리를 제공하는 이 작품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주 평범하게 시작되는 스토리. 8년 전 아내를 잃은 벡은 그날의 충격 때문인지 나이가 들어 철이 들었음인지 몰라도 뉴욕 빈민가에서 환자를 돌보며 살아간다. 평범한 삶이었지만 빈민가 아이들에게 애정이 있었는지 츤데레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메일 한통으로부터 고조되기 시작한다. 아내와 함께 기념일을 챙기는 시각에 확인할 수 있는 영상.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고 적힌 메시지. 둘 만의 암호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해 준다. 사건이 있었던 그날의 호숫가에서 시체가 드러나고 주위 사람들이 죽는다. 갑자기 FBI가 드리 닥친다. 아내의 친구의 죽음에 누명을 쓰게 되는 부분에서부터는 수그러지지 않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사건이 해결될 듯 또 다른 실마리로 이어지며 높은 텐션 속에서도 출렁거림을 유지하며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아내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장인의 스토리로 이어지고 이내 벡의 아버지의 이야기로 전염된다. 모든 것이 펼쳐지고 사건의 뿌리에 닿았을 때 작가는 이야기를 뒤집어엎어버리며 작품을 마무리해버린다.

  하나의 사건이지만 자신의 믿기로 한 형태로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로 다른 믿음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지만 그 종착역은 모두 같은 방향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백인 경찰에게서 벡을 구해줄 수 있게 처음부터 빈민가의 부지런한 의사로 설정한 점도 미국의 슬럼가의 역할을 이용한 것도 작가의 의도가 잘 반영되었다. 도청 장치뿐만 아니라 아내의 암호화된 메시지 전달에도 세심함이 있었고, 서로 꼬여 있는 사건 또한 어색함 없이 잘 엮여 있었다.

  중간에 단 한번 등장하는 '넷스케이프'라는 용어로 이 작품이 오래된 작품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넷스케이프를 응원했지만, 익스플로러에 이기질 못했다.) 그만큼 시대의 감각을 타지 않는 훌륭한 작품이었고 가랑비에 옷 젖듯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계속 책을 열어 보게 만들었다.

  그동안 영미 소설에서 느껴지는 문화적 어색함이 전혀 없었고 내가 아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만으로도 충분히 이해 갈 만한 것들이었다. 주인공에게 행운이 여러 번 따르는 것은 충분히 수렴할만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너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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