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 푸른숲

야곰야곰+책벌레 2022. 9. 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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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이미지를 3차원으로 바꿔 보이게 하는 표지와 빨간, 파란색으로 칠해진 안경. 책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른 것을 보여주는 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다. 다중 우주는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제시되는 이론이다. 아직은 허점이 많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모든 발전은 상상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이 또한 언젠가 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다중 우주가 실재하고 그 속을 건너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다중 우주를 건너는 법을 찾은 자의 세상을 건너는 이야기. 자신과의 싸움의 시작. 클론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 작품은 푸른 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삶은 선택이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서 선택(Choice) 하는 것이 삶이라고 혹자는 얘기했다. 모든 선택에는 아쉬움이 남고, 모든 결과에는 후회가 묻어 있다. 물리학 교수 '제이슨'은 천재 과학자가 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내와의 삶을 선택한다. 아내 다니엘라 또한 선택을 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우리는 그저 흘러가는 삶 속에 만난 것이 아니야.
내가 한 선택과 네가 한 선택이 우리를 여기에 있게 했고,

우리를 만나게 한 거야.

  그런 선택의 결과를 뒤집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또 다른 선택을 한 '제이슨'의 욕심 때문이었다. 명예도 얻고 지식 욕도 얻었지만 지나간 연인에 대한 후회가 남았던 그는 완벽한 두 인생을 살기 위해 또 다른 자신의 삶을 빼앗는다. 악은 때때로 자신의 동기가 선하다고 합리화를 하는데, 서로 인생의 한 측이 완벽한 삶을 살았으니 서로 다른 완벽한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등가교환인 것 같지만 합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뺏긴 제이슨은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오고자 한다. 수많은 갈래의 세상을 지나치며 결국 원래 자신의 세상으로 도착한다.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자신의 선택은 또 다른 세상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결국 살아서 도착한 제이슨 또한 엄청난 수였다. 결국 자신의 세상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게 되고 그 선택은 아들 찰리에게 맡기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시간의 존재는 사실 알 수 없다. 우리가 인지하는 시간은 우리 뇌의 기억이라는 독특한 영역에 의해서 결정될 뿐이다. 뉴턴 또한 시간이 무엇이냐고 묻지 말라고 했다. 자신도 모르는 것이라고. 이 스토리의 시작도 인간의 지각의 변화는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전제한다. 선택 또한 뇌의 영역이니 선택을 함으로써 지각은 새롭게 발현한다고 본지도 모르겠다. 과학적 요소를 뺀다면, 오히려 과학 발전이 가져올 재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순리를 흔들기 시작하면 대혼란이 오게 될지도, 하지만 그 또한 적응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새로운 세상에 떨어진 제이슨의 탈출기. 그리고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오려는 분투. 마지막으로 수많은 자신과 싸워야 했던 요소까지 쉴 새 없는 장면 전환으로 책을 놓지 못하게 했고, 중간중간 차지하고 있는 아내의 심리적 변화는 긴장감의 피로를 풀어주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자신의 세상에 돌아왔을 때 안도했을 독자를 위해 여전히 많이 남은 페이지를 보여주며 결국 일을 내는 저자의 노력에 끝까지 즐거웠다.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마지막에 떠난 제이슨은 정말 그 제이슨이 맞을까? 저자가 시점을 뒤틀어 버렸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저 착한 제이슨 한 명을 골랐을지도 모르고, 마지막 승자가 될 제이슨을 골랐을지도 모른다. 다니엘라와 새로운 기억을 최초로 공유한 제이슨이 진짜 제이슨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덮으며 안도했을 독자를 뒤돌아보며 씩 웃는 제이슨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책이 주는 마지막 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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