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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 소미미디어

야곰야곰+책벌레 2022. 10. 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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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의 일방적인 사랑이 불러일으킬 범죄를 연상하게 했던 제목과는 다르게 작품은 세상에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미아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감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면 이 작품은 게이고의 치밀한 스토리에 젠더 문제를 담았다. 어떤 강요도 없이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그들이 느껴야만 하는 압박과 편견에서 살아 남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보여준다. 세상을 그들의 잣대로 보질 않기 때문에 실마리를 잡아내지 못하는 모습 또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경계가 모호하다. 젠더 또한 다르지 않다. 

  흑백으로 재단하려는 세상에 대해서 그라데이션 세상을 얘기하는 이 작품은 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로서의 끊임없는 구애를 표현하고 있다. 성소수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고 싶은 그들의 외사랑을 표현한 이 작품은 소미 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세상에 성소수자라고 하면 신체와 다른 마음을 가진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차이라고 대부분 받아들인다. 하지만 생물체는 언제나 다양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정신적인 차이뿐 아니라 남녀의 성기를 모두 가지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인간은 중성으로 태어나지만 유전자가 발동하여 둘 중 하나를 퇴화시키는데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 또한 있다. 호르몬 발란스에 따라 다른 정체성을 가지기도 하며, 염색체로 인해 XX, XY가 아니라 XXY, XXXY 등의 인간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경우를 지칭해서 인터 섹스라고 하고 성소수자를 나타내는 LGTBAIQP+ 중 I를 가리킨다.

  남성과 여성의 간극은 계단처럼 한 단계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속성이 있고 우리는 정보량을 제한하여 효율을 얘기하지만 남성중에도 부드럽고 예민한 사람이 있고 여성 중에도 험악하고 폭력적인 사람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은 늘 다수의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단지 게이나 레즈비언의 문제만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의 한 중간에 서 있는 미쓰키는 사건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두 가지 세상을 이어주는 가교 같은 역할을 한다. 데쓰로는 다수의 대표 중 다정함을 가진 측이며 하야타는 다수의 대표 중에서도 이성적인 사람이다. 나카오는 소수자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물론 평범한 사람을 상징하는 스가이도 등장한다. 이 모두를 강하게 묶어주는 것이 바로 미식축구다. 그들은 모두 같은 동아리로 승리를 위해 강한 연대를 가지고 있었고, 행동과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세상을 강하게 나누는 '갈등'에 그들의 '끈끈함'이 대항하는 모습이 추리 소설을 넘어 뜨거운 무언가를 가져다준다.

  혈액형은 A, B, AB, O로 나누지만 아마두 사람들을 혈액형에 가두질 않는다. 최근에 유행하는 MBTI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젠더에 관해서는 남/녀의 카테고리에 강력하게 가둔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사회적 역할을 넘어 차별의 요소가 되어 버렸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거라고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건의 세밀함과 해결 과정보다는 주인공 데쓰로의 심리의 변화가 더 주요한 스토리다. 리사코와 결혼한 데쓰로는 아내가 종군기자로 가질 못하게 하기 위해 피임을 하지 않는다. 아내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자신을 기만했다고 느낀다. 그런 와중에 데쓰로는 자신을 이렇게 얘기한다.

결국은 자신 역시 낡아빠진 꼰대들과 같은 부류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기혐오에 빠졌다. 입으로는 아내의 자립을 바란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강한 저항감을 품었다는 말인가.
그런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 p106

  하지만 미쓰키와 대화를 나누고 그를 남자로 대하면서 그의 마음도 조금씩 바뀌어 간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작 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누구나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

미쓰키의 마음이 남자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p213

  남자의 마음으로 리사코를 사랑한 마쓰키. 그 마음을 받아준 리사코의 말은 남편으로써 아내에게 들은 말로는 치명적이면서도 깨달음이 있지 않았을까?

당신은 마음이 여자고 레즈비언이 아니면 남자의 육체를 가진 사람만
사랑하리라 생각하나 본데, 마음은 역시 마음에 반응해.

여자인 내 마음은 마쓰키의 남자 마음에 호응했지.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거야. 형태는 상관없어.
- p401

  인간은 모두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은 언제 다른 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젠더의 얘기만은 아니다. 밝은 사람이 어두운 사람이 되기도 하고 소극적인 사람이 환경에 따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것이 감정의 영역, 마음의 영역이라고 해서 이해되지 못해야 하는지 작가는 얘기하는 듯했다.

  추리소설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성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는 끈끈한 믿음과 우정 그리고 사랑을 얘기한다. 이미 대가의 위치에 들어선 히가시노 게이고라서 가능했을까. 700페이지를 한 번의 지겨움도 없이 읽어낼 수 있었고, 그 안에 녹인 메시지도 너무 명확했다.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있을 뿐이다. 소외된 그들이 세상에 대한 절박한 사랑이 일방적인 '외사랑'이 되질 않도록 형태가 아닌 마음에 반응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렬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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