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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88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뻔하지만 이 말밖엔 (그림에다) - 위즈덤하우스

육아에 바쁘고 치일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아이가 부쩍 크고 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아이도 세상이 처음이고 엄마 아빠도 처음인 아이. 둘째라고 또 그렇게 같지도 않다. 아는 게 많아졌지만 역시 또 처음 만나는 아이. 정신없이 키우다 보면 아이는 훌쩍 자라 있다.  아이가 예쁘다는 얘기도 세 살까지 효도를 다한다는 얘기도 힘들어도 그때가 좋다는 얘기도 당시에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느끼기엔 쉽지 않다. 어쩌면 서로 힘든 얘기를 나누며 힘을 받는 시간이 좋다. 때로는 그 어려움을 해악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  이 책은 육아가 끝난 저녁이나 (육아에 끝이 어딨냐) 아이가 꽤 자란 뒤 읽어보면 조용히 예전을 회상하며 웃음 지을 수 있다.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행복했던 경험도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에 좋은 ..

(서평)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 (임승원) - 필름

강렬한 주황색에 철학적인 제목.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지인의 소개에 이끌리듯 참여하게 되었다. 옆면까지 주황으로 덮고 있는 책이라 디자인 그리고 제목까지 나를 만족시켜 줬다. 어떤 얘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사실 기대도 많았다.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는 나는 이런 식의 기대를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마주하게 된 건 약간의 갸우뚱 이었다.  유튜브 '원의 독백'을 운영하는 임승원 님의 이 책은 필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도입부와 자신의 독백이 다른 누군가의 독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저자의 말이 있었기에 그저 나도 나의 독백 같은 리뷰를 써내려 갈까 싶다.   강렬한 커버에 비해 매운맛은 전혀 없고 오히려 슴슴한 맛이랄까. 백색 표지에 파..

(서평)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니나 버튼) - 열린책들

소로우가 생물학자였다면, 아니 시인이었다면 이렇게 글을 쓰지 않았을까?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자연 속에서의 삶은 어떨까? 한가로울까? 하지만 적어도 소로우와 니나 버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자연을 이토록 세심하게 관찰하려면 도심에서 살 때 보다 더 바빴을 것 같다. 오랜 시간 비워 둔 별장에서 만난 수많은 생명체와의 만남. 텅 비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곳은 가득 차 있었다.  자연에서 느낀 감각을 글로 적은 이 책은 열린책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자신을 아마추어 생물학자로 소개하는 그녀는 생명체에 대해 굉장히 해박한 지식을 보여준다. 그녀가 별장에서 만난 자연 하나하나는 그녀에게 특별한 깨달음을 전달했다. 그것은 그것에 관심을 두고 부지런히 관찰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자연을 받아들일 자세..

(서평)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나오냥) - 서사원

HSP(High Sensitive Person).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꽤나 예민한 사람들을 부르는 단어다. 하지만 꼭 민감해야지만 관계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건 아니다. 기를 받고 기를 빨리는 관계는 언제나 성립하니까. 에너지가 부족하면 집에 머물고 싶다. 사실 나도 집에만 있고 싶다. 사회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묘한 친근감이 있는 이 책은 서사원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집에만 있으면 몸에 좀이 쑤셔 못 버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실 바닥에 그대로 누워 멍하고 있는 일이 좋은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 중에 한 명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주야장천 있고 싶은 건 아니다. 취미 생활을 할 땐 또 그렇게 즐겁게 할 수 있지만 일단 집에 들어서면 집 밖을 나가고 싶은 생각은 많이 없다.   그렇..

(서평)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브로니 웨어) - 트로이 목마

가장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일까? 행복의 정의는 참 다양하고 행복론이라는 것도 사 람마 다다르다. 하지만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은 눈을 감 날 행복하다면 그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해도 된다는 것이다. 모든 인생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죽기 전에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면 충분하다. 호스피스로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로 자신의 삶의 나침반을 삼은 저자가 들려주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트로이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보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후회로 되어 있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많은 것에 집착한 인생을 후회한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아쉬운 것을 찾으..

(서평)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 소담

사강이 이렇게 들떠 있는 듯한 통통 튀는 사람이었던가?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분명 읽은 듯한 책은 꽤나 진중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책을 찾아보니 '비강'이었다. '델핀 드 비강'. 처음부터 오해하고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이라고는 라는 책 제목뿐이었기에 갑작스레 다가온 그녀의 에세이는 시종 되게 물음표를 달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해하고 있었으니 더 멘붕이다. 작가가 49세에 쓴 자신의 에세이인 이 책은 소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오해하고 있던 이미지와 사뭇 달라서 잠깐 놀랬다. (지금은 꽤 어울린다) 19세의 혜성처럼 나타나 어린 시절에 이미 부와 명예를 가졌던 그녀에게는 꽤나 독특한 취미가 있었다. 그런 취미..

아이 러브 모텔 (백은정) - 달

지금에서야 모텔은 하나의 숙박시설로 인정받고 있지만 예전엔 그렇게 고운 시선으로 보질 않았다. 모텔은 여관이나 여인숙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모텔 하면 불륜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일 거다. 지방도로가 닿은 어느 한적한 고갯길에 있는 모텔이 장사가 잘된다는 우스갯소리도 그 덕분일 거다. 그동안 사회는 참 많이 변했고 개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개방적이게 되면서 그저 무덤덤하게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 모텔을 이용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사실 나는 혼자 가면 모텔에 잘 가질 않는다. 되려 찜질방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나를 보면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 않을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7년 차 모텔 운영을 하고 있는 백은정 작가의 에..

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 엘리

어느 날 갑자기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때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에 반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목표로 달려오다가 남들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비싸 것을 가지게 되는 것이 성공이라고 정의 내리게 된다. 쉼 없이 달려 다른 이들을 재치며 허겁지겁 달리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 자리에 놓이게 된다. 과연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길 그것을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불안. 그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한다. 세상은 자본주의에 묶여 돈이 순환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있다. 그 속에서 가장 핵심은 회사이며 직장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차별을 겪게 된다. 충분히 많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직장이 없다는 이유 만으로 더 많은 의심..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 민음사

독서 클럽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소모임을 열고 각자 읽고 싶은 대로 (사실 읽고 싶지 않으면 않은 대로) 그렇게 함께 읽고 있다. 우리 모임의 첫 번째 '내 이름의 빨강'을 2월에 읽었으니,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몇 달 함께 읽다 보니 조금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새롭게 읽는 책은 읽는 대로 진행하고 첫 책부터 다시 꼼꼼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작가의 여러 책을 읽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스탄불'은 작가를 알아가는 마지막 책이 될 듯하다. 'hüzün'이라는 티르기예 단어는 우리나라 말의 '한'처럼 다른 나라의 언어로 품어내기 힘든 정서적인 특별함이 있다. 이난아 역자는 이를 '비애'라고 번역했고 이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한 때는 서양 최대의 도시였고 또 다른 ..

(서평) 우린 평생 전학생으로 사는 운명이니까 (케이시) -플랜비

스토리가 있는 에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생각에 글을 더하는 그런 글들이 남겨져 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다 방이 열 개 달린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하길래 내심 부러웠다. 부자라서 취미로 글을 쓰나라는 잠깐의 오해를 뒤로하고 그건 마음의 방이라는 것을 이내 알아챈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불안은 문전박대할수록 문을 더 심하게 두드린다. 그저 방한칸 내어주면 조용하다. 그렇다고 나머지 아홉 개의 방이 불안해지는 건 아니니까. 책은 그런 저자의 생각을 담아내는 곳이고 이 책은 에세이다. 작가사 살며 보며 느끼며 때로는 비틀어 생각하는 이 글은 케이시 작가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마냥 작가로고만 생각했던 저자는 어떻게 보면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두 번의 스타트업을 실패하고도 자신에게 투자했다고 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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