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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 소담

야곰야곰+책벌레 2023. 11. 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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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강이 이렇게 들떠 있는 듯한 통통 튀는 사람이었던가?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분명 읽은 듯한 책은 꽤나 진중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책을 찾아보니 '비강'이었다. '델핀 드 비강'. 처음부터 오해하고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이라고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책 제목뿐이었기에 갑작스레 다가온 그녀의 에세이는 시종 되게 물음표를 달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해하고 있었으니 더 멘붕이다.

  작가가 49세에 쓴 자신의 에세이인 이 책은 소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오해하고 있던 이미지와 사뭇 달라서 잠깐 놀랬다. (지금은 꽤 어울린다) 19세의 혜성처럼 나타나 어린 시절에 이미 부와 명예를 가졌던 그녀에게는 꽤나 독특한 취미가 있었다. 그런 취미들이 작품 활동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가의 스타일을 이해하기에는 꽤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굉장히 격렬하고 위험해 보이는 스릴을 즐기는 사람인 듯한 그녀는 그동안 구설수에 올랐던 여러 얘기들을 한다. 세간의 눈치를 봐야 할 것 같은 취미 같지만 그녀의 당돌함 때문인지 시종 일관되게 흥분되어 있는 듯한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도박이나 스피드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일들에 대한 거침없는 열정도 그랬다. 그녀의 사랑도 그랬으리라 예상해 본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에 여성들이 환호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포커페이스처럼 도박에서 잃어도 동요하지 않는 담대함으로 모든 일에 임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중심에 서 있는 사람과도 빠르게 친해지는 것 같다.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듯한 그녀다. 

  그런 분위기는 샤르르트와의 이야기에서 사라진다. 뭔가 진중해진다는 느낌이랄까. 소중한 것을 아끼는 듯한 기분이랄까. 아무리 활기 넘치는 사람이라도 정말 소중한 것을 다룰 때에는 조심스러워지는 것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독서에는 완벽히 작가로 돌아와 있다. 천방지축 같았던 작가가 보여주는 작가로서의 멋스러움이 한 챕터에 담겨 있다. 마치 나 작가 맞다니까라고 얘기하는 것 같인 기분이다.

  사실 작가의 작품 세계에 동화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그녀의 에세이가 확 다가오지 않았다. 단지 마지막 두 개의 챕터에서 그녀의 글이 예사롭지 않겠다는 느낌은 들었다. 그러니까 작가를 동경해 에세이를 읽는 게 아니라 에세이를 읽다 보니 작품이 궁금해진 경우랄까.

  자존감 넘치는 글을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다. 기운 빠지는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보다 작품 속의 주인공의 운명이 더 궁금하다고 얘기하는 그녀는 역시 세계가 사랑하는 작가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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