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High Sensitive Person).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꽤나 예민한 사람들을 부르는 단어다. 하지만 꼭 민감해야지만 관계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건 아니다. 기를 받고 기를 빨리는 관계는 언제나 성립하니까. 에너지가 부족하면 집에 머물고 싶다. 사실 나도 집에만 있고 싶다. 사회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묘한 친근감이 있는 이 책은 서사원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집에만 있으면 몸에 좀이 쑤셔 못 버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실 바닥에 그대로 누워 멍하고 있는 일이 좋은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 중에 한 명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주야장천 있고 싶은 건 아니다. 취미 생활을 할 땐 또 그렇게 즐겁게 할 수 있지만 일단 집에 들어서면 집 밖을 나가고 싶은 생각은 많이 없다.
그렇다고 집에서 멍하니 있는 건 아니다. 나름 분주하다. 집순이/집돌이가 집 밖을 나가지 않는 건 에너지가 모자라기보다는 오롯이 에너지를 나에게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인과 의 관계에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은 것도 한 몫한다. 때때로는 SNS에서도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늘 일정 거리를 두려 한다. 그게 서로에게 편할 것 같아서..
에세이인데 묘하게 괜찮다. 뭔가 진솔하다는 것이 텍스트를 뚫고 올라오는 책들을 가끔씩 만나는데, 이런 귀욤뽀짝 한 캐릭터 사이의 빽빽한 글들이 그런 분위기를 내고 있다. 모든 것을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너는 그랬구나 정도의 토닥거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에세이를 읽는 게 힘든 이유가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 일방적으로 쏟는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기 빨리는 작업이다. 다행스럽게 저자는 동일한 분위기의 소유자라서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아서 좋았다. 자주 읽던 내용인데도 뭔가 반감이 없다고 할까(동지애인가..). 그런 느낌이다.
순식간에 읽어버린 책이지만 '이건 책장 어딘가에 꼽아둬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의 나를 위해서랄까. 가족들을 위해서랄까. 그런 기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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