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시인은 <김동주>와 <김소월>로 충분했다. 만해 선생은 교과서에서 만나 가끔 생각날 때 읽어 본다. 그리고 청춘에 가장 적합했던 시인 <류시화>. 나에게 시인은 그렇게 자주 만남을 갖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시는 굉장히 어렵다. 단편선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내 상황에 시에 그대로 투영될 정도의 경험이 없다면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시는 청춘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시인은 평생을 청춘으로 사는 사람인지도.
우리나라 출판계의 미스터리가 바로 시집이 팔리는 것과 더불어 수학책이 팔린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독자의 수준이 참 높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시를 즐긴다는 건 꽤나 고차원적인 일이라고 나는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쉽고 자세하게 풀어주는 두꺼운 책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가끔 시집을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좋은 분의 선물로 친필 도서를 받았다. 참으로 미안하게도 독서도 습관화되어 버린 듯하다. 시라는 건 하루 한 편만 읽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한 권의 책을 읽듯 쭈욱 읽어 버렸다. 다 읽고 덮으며 시들에게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런 글은 이렇게 읽는 게 아닌데...
가볍게 열어 무겁게 덮는다. 시집이란 원래 그렇다. 덮을 땐 괜히 그렇다. 리뷰를 쓴다고 다시 뒤적뒤적 읽어 보며 다시 느낀다. 다음을 기약하며.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구구절절 얘기해야 하는 나에게 한 문자의 시구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어쩌면 철학보다 더 그렇다. 나는 시를 이성적으로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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