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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88

말하기, 목소리에 관한..

읽기를 하고 허무해지지 않기 위해 시작한 독후감 적기. 조금 더 멋지게 얘기하면 리뷰 혹은 서평이라고 불릴만한 글은 아니지만 타인들은 서평이라고까지 얘기해 준다. 글을 내보인다는 것은 나에게는 크게 거부감이 없지만 말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는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목숨이 사라지는 듯 숨이 찬다.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그렇게까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모르는 사람 혹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부담스럽다. 나는 왜 말하는 게 어려울까? 혼자 있길 좋아하는 나는 기본적으로 아웃사이더다. 항상 중심에 있는 무언가를 탐하기보다는 남들이 관심 가지지 않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좋다. 서태지가 처음 데뷔했을 때 그랬고 모두가 좋아할 때 소원해졌다. '발해가 꿈꾸..

(서평) 300개의 단상 (세라 망구소) - 필로우

제목 그대로 300개의 짧은 글의 모음이다. 무언가 글을 쓰기 위해 평소의 생각을 끄적이듯 메모해둔 느낌이랄까. 뭔가 날것의 느낌이면서도 때때로 좋은 문장을 만나기도 한다. 산문집인지 시집인지 모를 에세이랄까. 작가로서 대하는 일상이라고 하면 너무 일반화하는 것 같고 조금은 삐딱하고 조금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가끔은 웃긴 그런 글들이다. "나는 요약이 불가능한 글을 좋아한다. 핵심이 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압축할 수 없는, 쓰인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는 글을." 나도 그런 글을 좋아하지만 어떻게 요약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도 사실이다. 더 요약이 가능할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축약된 문장들은 필로우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추는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긴 글을 쓰지 않는다는..

(서평) 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 필로우

일기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 작성하기 위한 글인데, 망각 일기라니 제목이 조금 독특하다. 저자는 25년 동안 일기를 써왔다. 사라지는 기억 때문에 일기를 쓰지 않으면 자신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으로 강박적으로 써왔던 것 같다. 느낌보다 사실을 충실하게 기록하려고 애를 쓴다. 일기는 기억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기록일까, 잊으려는 것에 대한 철저한 배제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의 원제는 이다. 육아를 하며 방금의 기억이 마치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완벽하게 잊히기도 하고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일부는 너무 또렷하게 기억남을 느끼며 잊히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임을 인식해간다. 기억에 대한 작가의 회고를 담은 이 책은 필로우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쓰는 일기. ..

(서평) 죽음이 물었다 (아나 클라우디아) - 세계사

어릴 적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다 굴삭기가 파놓은 구덩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물속 깊이 빠졌다 다시 운 좋게 제자리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교통사고를 극적으로 피한 순간도 있었다. 축의금을 내러 가는 횟수보다 조문을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죽음은 어느샌가 내 옆에 와 있다. 나이 든 부모님을 뵈면 문득 어떤 기분으로 마주해야 하나 상상을 해보다가도 이내 떨쳐버리고 만다. 죽음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단어다. 저자가 얘기한 눈을 가리면 마치 마주하지 않을 것은 기분으로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에 대해 직설적으로 얘기하며 죽음은 마주해야 하는 소중한 기회라고 얘기하는 이 책은 세계사 콘텐츠 그룹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원래부터 완화 치료, 안락사를 지지하는..

(서평) 은찬이의 연주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보연) - 봄름

세상에 존재하는 희귀 질환은 6000 ~ 7000개에 달하며 이를 앓고 있는 사람은 인구의 약 3.5 ~ 5.9%로 2억 6천에서 4억 4천 명 정도에 이른다. 희귀병은 병에 걸린 사람도 많지 않아 치료제를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소수의 인원이 지불해야 하는 방식이라 고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고 전문가도 많지 않다. 치료제나 시술이 있다면 그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예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삶의 절반 이상을 백혈병과 투병한 은찬이의 이야기는 이런 문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했다. 어른보다 더 묵묵히 병과 싸웠던 은찬이와 그 가족의 투병기는 봄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킷토 아야의 '1리터의 눈물'을 보면 희귀병의 투병에 있어 용기는 의..

(서평)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정혜진) - 미래의 창

로스쿨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제도다. 부자들을 위한 음서제다 뭐다 말이 많지만 생각보다 장학금 제도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산속에서 몇 년을 공부해 고시에 합격하던 시대는 지나서 사시 또한 고시촌에서 이뤄진다. 둘 다 돈이 필요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사회로 배출되는 법조인이 많아지면 가난한 사람도 조금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당직처럼 돌아가며 서던 국선 변호사는 이제는 하나의 직업이 되기도 했다. 국선 변호사는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도이기도 하다. (물론 개선점도 필요하지만.) 한 명의 국선 변호사가 뉴스에는 다뤄지지도 않을 법한 생활 밀착형 범죄들을 변호하며 느낀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는 이 작품은 미래의 창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온통..

(서평)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존 그린) - 뒤란

사실 부제에 인상이 깊어서 이 책이 '인류세'라는 책의 리뷰를 하는 책인 줄 알았다. 마치 책의 평과와 해설을 겸한 책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살아가며 느낀 인류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와 견해 그리고 서평가답게 깔끔한 별점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인류세는 지구의 생태 환경이 인간의 영향을 많이 받기 시작하면서 제안되었는데 인간에 의한 지구 파괴를 강조하려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구의 삶에서 인간의 등장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데도 인간이 지구를 변화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과하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인류세를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시선 그리고 개인의 감정을 가지고 작성한 이 에세이는 뒤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류세라고 ..

(서평) 나의 어린 왕자 (정여울) - 크레타

어린 왕자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보아뱀 그림이고 가장 많이 들은 것은 여우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왕자는 당연하다는 듯한 마음들을 차분히 곱씹으면서 소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생을 살아오며 당연한 것이라며 자신을 다독이던 세월 속에 상처받은 자아를 숨기고 살고 어느새 자신이 왜 화가 나고 왜 슬픈지 알 수 없게 된다. 어린 왕자를 읽으며 내면의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고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적어내는 정여울 작가의 에세이는 크레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로 인한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이 심리 상담 기법은 카를 융의 원형(archetype)의 개념에서 분리돼 나왔다고 한다. 내면 아이의 개념은 심리학보다는 ..

(서평) 비빔툰 시즌2 3: 삶의 모든 순간은 이야기로 남는다 (홍승우, 장익준) - 트로이목마

비빔툰 시리즈는 들어 귀에 익은데 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즐거운 에세이일 거라는 생각을 넘어 유쾌한 책이었다. 제목에 들어간 '툰'이라는 글자는 만화를 의미하고 있다는 것은 책을 펼쳐보고 나서 알았다. 유쾌한 4컷 혹은 8컷 만화는 예전에 신문에 있던 만화를 연상하게 했고 그 내용은 일상 속의 유쾌함을 담아 두었다. 그리고 챕터가 바뀔 땐 공감할 만한 글이 담겨 있었다. 만화와 글이 담긴 일상을 담은 에세이는 트로이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지난 몇 해를 집어삼킨 팬데믹 상황에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재택근무로 생긴 에피소드는 익숙하면서도 재밌었다. 격리라고 얘기되는 상황에서 부쩍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진 가족의 이야기. 층간 소음. 그리고 급속도로 번진 비대면 시스템으로..

(서평) 어른 공부 (양순자) - 가디언

죽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왔을 때,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하여 시작한 사형수 교화위원. 저자는 30년간 사형수들을 보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은 교화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깨달음과 배움을 얻었다고 얘기한다. 죽음 앞에서 섰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새롭게 새기는 시간이었다. 죽고 싶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정작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오늘을 힘껏 살아가는 것이다. 2012년에 출간되어 이미 1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의 재출간이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며 나이 듦이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이 책은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을 단숨에 날려 버릴 특효약을 찾곤 한다. 하지만 인생은 하루하루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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