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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정혜진) - 미래의 창

야곰야곰+책벌레 2022. 10. 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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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제도다. 부자들을 위한 음서제다 뭐다 말이 많지만 생각보다 장학금 제도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산속에서 몇 년을 공부해 고시에 합격하던 시대는 지나서 사시 또한 고시촌에서 이뤄진다. 둘 다 돈이 필요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사회로 배출되는 법조인이 많아지면 가난한 사람도 조금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당직처럼 돌아가며 서던 국선 변호사는 이제는 하나의 직업이 되기도 했다. 국선 변호사는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도이기도 하다. (물론 개선점도 필요하지만.)

  한 명의 국선 변호사가 뉴스에는 다뤄지지도 않을 법한 생활 밀착형 범죄들을 변호하며 느낀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는 이 작품은 미래의 창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온통 뉴스에 도배되는 사건들은 우리 삶으로 비춰보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나라에 큰 도둑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매일 뉴스를 채울 정도로)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서 일어나는 생계형 범죄들은 얼마나 많을까 상상이 되질 않는다. 검사들은 정치부나 경제 사범을 잡는 특수통들만 승진하고 형사 사건 검사들은 수많은 사건들을 떠맡으면서도 대우를 받지 못한다. 명예라는 것이 평등할 거라는 착각을 하지 말라던 얘기가 떠오른다.

  국선 변호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이야기들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말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 아무도 변호를 맡고 싶지 않을 때 마지못해 해 주는 것이 국선 변호사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돈의 문제가 더 크다. 변호사 선임은 적으도 몇 백이 든다. 일반인들은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생계형 범죄나 탈선 등은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이 노출되는 환경이고 그들에게는 변호사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돈이 많음에도 국선 변호사를 선호하기도 한다. 단진, 변호사비를 아끼고 싶은 마음도 있을 터이고, 거드름 부리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었다. 이 점은 분명 개선이 필요한 제도임을 알 수 있었다. 

  국선 변호사는 변호사에게도 좋은 점이 있었다. 수임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눈치를 보질 않고 사건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고 주체적으로 사건을 대할 수 있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죄 판결을 많이 받아낼수록 자신의 커리어도 쌓을 수 있고 여러 법정에서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모두 자신만의 사정이 있었고 그것은 개인만의 것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 사회가 인간을 범죄자로 몰고갈 수 있음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생계가 급박해서 재판받는 것마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가끔은 피의자들에게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배려라고는 전혀 모르는 정말 진상 고객도 있었다.

   국선 변호사로서 일을 하면서 생긴 자신의 오만과 실수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적었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후회만 해서는 바뀌질 않는다. 저자는 반성을 하고 개선하려고 했다. 책에서 인용된 독일 어느 학자의 이야기는 인상 깊었다. 사례 문제를 풀 때 법적 사고방식을 체계적으로 동원해 결론에 도달한 후에는 그 결론이 정의의 관점에서 수긍할 만한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우리 할머니는 이 결론에 대해 뭐라 하실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일반인에게도 상식적인가. 지금의 판결들을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지 못한 것이 너무 많지만 적어도 그런 질문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이 단지 피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몇 해전 AI 법률 조문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모든 판례를 AI가 찾아준다. 그럼에도 변호사가 필요한 사건들은 여전히 필요하다. 법전을 외우고 판례를 찾는 기계를 벗어나 정의를 고려하지 못한다면 법조인의 자리도 AI에게 내어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잘 외우는 것은 컴퓨터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번 읽는 법조인들의 글이 따뜻한 법조인들의 글이라서 아직은 그래도 희망이 있나? 그런 생각이 든다. 돈과 권력을 쫓는 법조인보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법조인이 더 인정받는 사회가 꼭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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