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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의 어린 왕자 (정여울) - 크레타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3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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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보아뱀 그림이고 가장 많이 들은 것은 여우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왕자는 당연하다는 듯한 마음들을 차분히 곱씹으면서 소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생을 살아오며 당연한 것이라며 자신을 다독이던 세월 속에 상처받은 자아를 숨기고 살고 어느새 자신이 왜 화가 나고 왜 슬픈지 알 수 없게 된다.

  어린 왕자를 읽으며 내면의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고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적어내는 정여울 작가의 에세이는 크레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로 인한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이 심리 상담 기법은 카를 융의 원형(archetype)의 개념에서 분리돼 나왔다고 한다. 내면 아이의 개념은 심리학보다는 상담학에 가깝다고 한다. 작가 또한 니콜 르 페라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에서 많은 것을 느낀 듯했다.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내면 아이를 불러내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내면 아이는 '조이'로 정여울 작가는 '루나'로 서로를 부르며 지나간 상처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 본다. 기억을 끄집어내어 살펴보고 그때의 감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다독인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 덮여 있었기 때문에 아물지 못했다는 것이다. 덧난 상처를 다시 살펴보고 아물 수 있도록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었다.

  전교 일등,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스타 작가로 이어지는 정여울의 커리어에는 슬픔이 묻어나질 않을 듯 하지만 글 속에는 많은 상처들이 묻어났다. 그리고 내면 아이와 함께 공감하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하고 반대로 치유받기도 하는 작업이었다. 상처 없는 작가는 없는 것일까. 섬세한 사람들의 상처. 그리고 그 당시에서는 당연함이라는 억압에 묻혀 버린 상처. 잘못이 아닌데 잘못이었던 행동. 잘 아물지 못하는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는 하나의 위로가 될 것 같다.

  글 중간중간에는 어린 왕자의 글들이 인용되고 있는데, 아주 유명한 부분들이지만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고민과 독백에 잘 어울리게 정렬되어 있어서 읽는데 마음을 환기시켜주기도 하고 얘기를 좀 더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내면의 아이를 만날 것 같지 않지만 글이 조금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기억이나 억울함은 다시 끄집어내어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주는 것은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 그리고 작가의 고민이 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내면의 자아는 또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이 방법은 나에게는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도 아픔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블랙홀 같은 상처가 나에게 없다는 것을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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