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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른 공부 (양순자) - 가디언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2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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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왔을 때,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하여 시작한 사형수 교화위원. 저자는 30년간 사형수들을 보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은 교화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깨달음과 배움을 얻었다고 얘기한다. 죽음 앞에서 섰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새롭게 새기는 시간이었다. 죽고 싶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정작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오늘을 힘껏 살아가는 것이다.

  2012년에 출간되어 이미 1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의 재출간이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며 나이 듦이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이 책은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을 단숨에 날려 버릴 특효약을 찾곤 한다. 하지만 인생은 하루하루 내가 걸어가는 발자취의 연속. 내가 걷는 대로 남는 발자국을 자신이 모를 수 없다. 그런 것을 외면한 채 특효 처방을 찾는 것 부대 앞 터미널에서 헤매는 이등병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인생을 충실히 걸어가다 보면 길을 잃더라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고 그런 경험은 또 나름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인생에 무의미한 경험은 없고 단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쓸 건지가 중요할 뿐인 것이다.

  인생은 후반기에 들면 마음 편히 살아가고 싶겠지만 인생은 늘 새로운 숙제를 안겨준다.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길라잡이가 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게 되기도 한다. 죽을 만큼 어려운 숙제를 만났을 때에도 그런 마음가짐을 할 수 있는 것은 사형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길을 찾았다는 저자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인지도 모르겠지만 인생은 늘 우리에게 곤란함을 주곤 한다. 

  우리는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모두 사형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까. 사형수의 경우는 자신의 죽을 날을 받아놓고 살아간다. 죽음을 의식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죽음의 두려움에 떠는 마음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교도소 밖의 우리는 삶이 영원할 것처럼 무사태평으로 살아간다.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게 만든다. 집을 나설 때 모든 것을 반듯하게 하고 나서는 저자의 행동에서 삶의 대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은 인간의 삶에 무관심하다. 착하고 나쁘고를 떠나 삶을 마무리해야 할 사람은 자연스럽게 데려간다. 자연이라는 집행관은 말이 없다. 죽은 자의 얼굴이 가지각색이라는 점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가야 좋을지 간접적으로 얘기해 주기도 한다. 

  자신의 입에서 나간 말은 누군가를 거쳐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고 인생의 궤적은 자신의 얼굴에 남는다. 인생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속에 무엇을 느끼고 깨닫을지는 본인의 몫이다.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 살아갈지는 또한 개인의 선택이다. 죽을 짓을 했으면 살아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며 사과하라는 말은 냉정해 보이지만 그것 또한 사실이다.

  억울하게 사형수가 된 사람의 모습. 희대의 살인마 또한 존중받았을 때 다른 모습으로 행동하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개화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점 또한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서장훈식의 팩트 폭행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나는 이런 말을 좋아하기 때문에 잘 읽을 수 있었다.

  인생이란 완성될 수 없는 것이라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죽음 앞에 섰을 때 이만하면 잘 살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면 좋겠다. 미련은 두려움을 만들고 집착하게 된다. 여전히 미련이 많은 삶이지만 나름의 노력으로 생의 마지막에는 웃으며 작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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