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김진명 작가의 이름을 처음 만났다. 그것은 꽤나 오래전 이야기이고 우리에게는 낯선 이휘소 박사를 화제의 인물로 만들었다. 우리에게 꽤나 중요한 인물이었을 터인데 세상에는 너무 낯선 존재였다. 김진명 작가는 그를 세상에 내보였다. 그 이후에도 여러 작품을 출간하고 있지만 역사와 사실에 대해서 얘기하려 했던 것 같다.
작품 속에 사회를 녹여내려고 하는 김진명 작가의 첫 에세이는 이타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에세이는 어느 정도의 삶을 살아 본 뒤에 자신만의 내면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에세이를 즐기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이 에세이는 김진명이라는 걸출한 작가의 삶의 한 조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작품은 5 챕터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사로운 이야기는 1 챕터에서 얘기하는 것이 전부였다. 2, 3 챕터는 그의 생각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였고 4 챕터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 5 챕터는 닫는 글이었다. 그는 생각보다 당돌한 아이였고 자기 생각이 잘 정착된 사람이었다. 자신은 큰 성공을 할 거라며 당당하게 유학을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라든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책을 읽어보겠다는 생각도 독특했다. 비트겐슈타인의 '트락타투스 로지코 필로소피쿠스'에 도전했다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더 무섭게 독서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재밌었다.
우리 사회가 '슬픔과 비극'을 외면한다는 글은 공감이 되었다. '슬픔과 비극'을 가진 사람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각박해진 세상에 개인주의가 만연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어떤 대화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슬픔'과 '비극'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속도 전의 시대에서 나보다 타인에게 더 관심이 많지만 나보다 반발짝이라 더 더 앞 선 사람에게만 관심을 쏟고 노하우를 얻으려고 한다. 그 속에서 '좌절'하고 있어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벅찬 건지도 모르겠다.
인문학은 이런 세상에 대해 무엇인 문제인지 고민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힘을 제공해줄 수 있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다. 인문학과들은 예전만큼 인기도 없고 고전과 철학 서적 같은 경우도 계발서나 실용서에 비해서 인기가 없다. 모든 것은 비극 속에서 완성되어 간다지만, 타인의 비극과 슬픔에 대한 공감 이전에 알아채는 것부터 잘 안 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책 속에는 삶 속에서 만난 여러 인연들로부터 깨달은 점도 함께 적혀 있는데, 삶의 소소한 부분에서 자신의 생각을 깨부수어주는 평범함의 깨달음이 있었다. 책을 둘러 매고 암자로 들어가는 길에 힘들어 아령 하나 빼어 두었는데, 그 높은 산을 작은 텃밭을 일부러 매일 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노부부의 모습이라든지 자신의 엄청난 장비로 무장하고 2박 3일 만에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야호'를 지르며 만끽하고 있었는데 옆에 서 있던 평상복의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을 적어 놓은 에피소드가 좋았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민비의 살해가 역사와 달랐다는 걸 밝힌 것. 광계토대왕비를 대하는 대한민국 사학계에 대한 비판. 그리고 박정희에게 총을 쏘았던 김재규의 뒷 이야기도 있었다. 역사 또한 권력자들에게 편집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사색하고 맞춰보고 더 나아가서는 사료로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중국의 동북 공정,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서 우리나라에도 삼국지 같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나 '고구려'였다. 역사를 잘 기록해 놓는 동시에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필한다고 했다. 한국의 역사는 잘 모르면서 삼국지 내의 큰 비중이 없는 인물까지 달달 외는 사람들이 있듯 역사의식에 호소에서 읽어달라고 하고 싶지 않고 정말 재밌어서 읽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대와 상관없이 자신의 자아를 찍어 누르며 세상의 모습을 집필하는 작가들의 모습은 안쓰럽고 때론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은 시대를 품고 있을 때 고전이 되듯 사회의 모습과 함께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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