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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82

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 - 레모

비강이라는 작가는 감정을 유도하는 글쓰기를 잘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듯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적어나가면서 독자의 마음은 먹먹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일상 같은 얘기를 흘리면서 감정의 진폭을 만들어 낸다. 이런 마음일까? 이런 마음일 테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충실한 마음'은 무엇인가? 이 마음은 참 많이 다중적이다. 충실하다는 것이 좋은 의미로만 사용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하게 요동치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면서 사회적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의 고뇌와 아픔이 있다. 내가 가진 페르소나에 알맞은 행동을 하는 것은 과연 충실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가면 속에 숨겨진 내면을 드러내어 보여줄 수 없는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다. 책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

고마운 마음 (델핀 드 비강) - 레모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너무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 버린 듯했다. 비판적 사고, 과학적 지식으로 뇌가 굳어 있었을까. 기계처럼 문장을 읽어나가다가 불현듯 글자만 탐독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이 듦 그리고 잃어감을 대하는 모습. 그리고 옆에서 묵묵히 지켜 봐 주는 사람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치밀한 스토리로 읽어내는 책이 아님을 알아채고는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느끼려고 했지만 사실 쉽지는 않았다. 여유로움이 있고 공감의 마음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읽어내었을 때 진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세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그런 미묘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린 시절 아랫층 마쉬카 할머니의 호의를 받았던 마리는 어느새 입장이 바뀌어 보살핌을 나누고 ..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 자이언트북스

45억 년 전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구는 우주의 순리대로 존재하고 또한 변화하고 있다.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혹은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들로 인해 환경은 여러 번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많은 생물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였지만 지구의 입장에서는 사사로운 문제일지 모른다. 태어나고 사라지는 생명체는 이런 순리를 따른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공룡이 사라지고 포유류가 출현하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450만 년에서야 인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형태로 처음 등장했다. 사피엔스가 된 후, 농경을 위해 정착한 이후, 더 이상의 진화는 이루지 못한 것 같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문명을 만들었고 과학과 함께 지구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거대한 생태계에서 어느새 인간은 우세..

(서평) 광개토태왕 담덕 2 : 천손신화 (엄광용) - 새움

누구보다 큰 뜻을 가진 무 왕제의 큰 뜻일 잘못 이해한 하대곤 장수와 그에게서 길러진 해평. 인생은 누구에게서 태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길러졌는가도 중요하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기꺼이 손을 내밀고 잡는 권력의 모습. 그 속에서도 굳건한 대왕의 자세. 자신의 행동을 끝없이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현자의 자세. 새로운 대왕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광개토대왕의 출생과 소수림왕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던 이 책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늙은 대왕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불혹을 넘긴 나이에 자식이 없이 홀로 태자에 자리에 있던 대왕 구부는 어쩐지 연약해 보였다. 능력 없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고구려 연대표를 보고 그가 소수림왕이었다는 사실일 알곤 판단이 바뀌었다. 대왕 구부의 진가..

(서평) 광개토태왕 담덕 1. 순풍과 역풍 (엄광용) - 새움

가장 훌륭한 왕을 언급하다 보면 세종대왕과 함께 어김없이 나타나는 왕이 있는데,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다. 이 좁은 땅에 사는 우리에게 광활한 광야를 평정했던 왕의 모습은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기 충분하다. 명장 이순신의 이야기도 충분히 훌륭하나, 때론 위기에서 나라는 구하는 얘기가 아니라 넓은 땅으로 의지를 내달리는 진취성을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장편의 역사 소설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고구려는 우리의 위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 영토가 북한과 중국에 닿아 있어 우리나라의 역사 자료는 충분치 못하다. 오히려 북한의 역사학자들의 연구가 훨씬 정확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역사 인용 대부분이 조선에만 닿아 있어 아쉬울 때..

(서평) 더블 버드 (버드 스미스) - 마요네즈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글의 초안을 폰을 통해서 작성한다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미친 사랑 이야기만 쓴다'는 문구 또한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로맨스를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지만 읽으면서 오히려 갸우뚱해지는 시간이 많았다.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극단적인 문장을 내어 보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히려 웃기는 일인 듯 적힌 이 글은 마요네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꽤 많은 초단편들도 이뤄진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장편의 경우에는 작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도 읽어갈 수 있지만, 단편의 경우 생략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작가의 생각을 더듬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보는 작가. 익숙지 않은 문화는 의아함을 가지고 계속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분명 유머 ..

벗겨진 베일 (조지 엘리엇) - 민음사

독특한 제목에 눈길이 닿아서 민음 북클럽에서 선택을 했다. 사람의 심리 묘사의 절묘함을 보여준다는 조지 엘리엇의 책이어서 기대도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쯤을 읽은 후에 이틀의 공백이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는데, 처음 읽을 때보다 확실히 기억나는 부분이 많아졌다. 굉장히 절묘하고 세세해서 눈으로 훑어가며 읽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흘리는 부분이 페이지를 넘기는데 방해가 되었다. 굉장히 곱씹으며 읽는 편이 여러모로 좋은 책이었다.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판타지 소설에는 단골손님처럼 나오지만 이 작품에서는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에 집중한다. 그런 힘인 처음 몇 번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계속된다면 분명 굉장한 피곤함..

달려라 메로스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민음사 북클럽 에디션으로 만나는 다자이의 3번째 책이다. 처음에 만난 '인간 실격'에서 너무 깊은 심연을 봐서인지 계속해서 만나는 다자이의 작품에는 생각보다 서정적이고 희망적인 부분을 계속 찾아내게 된다. 그중에서도 다자이가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안정된 시기를 보냈던 시절에 썼던 '달려라 메로스'는 더 이상 희망적일 수 없다. '나는 신뢰받고 있어. 나는 신뢰받고 있어.'를 외치며 역경을 이겨내는 이 작품은 세상의 불신과 불신을 조장하는 유혹 속에서도 신뢰를 지키고 포기하려 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이 잘 표현되고 있다. 그간 다자이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작품이다. 달려라 메로스는 애니메이션의 이름 같기도 하고 일본 드라마에서도 종종 인용된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친구에게 '네가 달려라 메로스냐?'라는..

스캔들러스 (문은숙) - 동아 & 발해

여성향 로맨스 웹소설을 읽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최근에 보았던 여성향 로맨스의 정석을 본듯한 기분이다. 전의 남자와 헤어지는 설정이 있어야 하지만 여성의 잘못이 아니여야 한다. 적어도 주인공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낄 만큼의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과 완벽한 남성상의 설정과 함께 여성에게 무심해한다. 가질 것 다 가진 철벽남 정도 될까. 그리고 수동적이지 않은 여성상과 매력. 외모로 반해서는 안 되는 설정. 여성향 로맨스의 법칙은 이렇게 녹여내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흥미로 독자를 끌고 가는 책이기 때문에 읽음에도 막힘없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뭔가 알 것 같은데 계속 읽게 되는 기분은 흡사 무협지를 읽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남자들이 무협지를 읽는 기분이 여자들이 이런 로맨스를 읽는 ..

(서평)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 모로

'집착'에 대한 단어를 '가족'에 이어 붙여 스토리를 전개해 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신선한 소재도 아니고 기분 좋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왜, 너여야만 했나"라는 평범하면서도 간절한 질문은 이 작품을 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사건 그 자체보다는 슬픔과 집착이라는 심리적인 상태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들게 했다. 사랑의 광기로 묻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엮여 있는 이 작품은 모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즈노 다이키라는 소년의 죽음으로 출발해서 그 소년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며 마무리된다. 완전히 다를 것 같은 두 사건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다이키의 엄마인 미즈노 이즈미가 있었다. 15년의 거리가 있는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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