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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 (Kazuo Ishiguro)

야곰야곰+책벌레 2021. 11.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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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즈오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영국국립해양학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서 가족 모두 영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6세가 되던 해이다. 영국 켄트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였고 1983년 29세에 영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일생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일본 문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고 본인도 일본 문학은 잘 아는 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집안에서는 여전히 일본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일본인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점은 작가로서 좋았다고 그는 밝혔다.

  그의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많으며 과거를 배경으로 한 것이 두드러진다. 조금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많기 때문에 극적인 해피엔딩을 바라는 것은 어렵다. 항상 담담하게 서술하며 결말마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읽어 본 대체로의 그의 글이었다.

  그는 일본인이 적은 가장 영국적인 호평을 받으며 <남아 있는 나날>로 1989년에 맨 부커상을 받았고 2017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노벨 시상위원회는 '감정에 강하게 호소하는 소설에서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우리의 환상 뒤에 숨겨진 어둠을 여실히 드러냈다'라고 평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픔이 그려져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등장인물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많다.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이 책을 다 읽고 역자의 후기를 읽고 나서야 '아, 이 책은 소설집이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편의 단편 소설들은 미묘하게 이어지면서도 이어지지 않았다. 어떠한 동요도 일어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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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시작해서 그저 평범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다섯 편의 소설은 "일상은 99.9%가 평범하다"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매일 쳇바퀴 같은 인생이 무료해서 우리는 다이내믹한 콘텐츠를 원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매일매일 노력해서 만든 것이 쳇바퀴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려고 하듯이 평범함을 정말 조미료 하나 뿌리지 않은 듯한 문장으로 적어낸다. 우리 인생은 그렇게 극적이지 않듯이 말이다.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앞서 읽은 책들과 마찬가지도 이 책 또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로 이야기를 적어 간다. 굉장한 질문을 아주 잔잔한 문체 속에 숨겨두는 작가의 스타일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책은 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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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슬픈 것은 그런 '장기기증'을 당연한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죽음이라는 것에 대항해 보지 못하고 무덤덤하게 죽어가는 클론들의 모습이다. 잔인한 글, 단어 하나 없이도 이렇게 잔인한 상상을 들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소름 돋는다. 종막에 다다르서는 메스꺼러움을 느낄 정도로 페이지를 넘기기 쉽지 않았다. 글의 내용은 무덤덤했는데 그런 전개가 더 슬펐다. 주인공 중 한 명이 절규하며 소리를 치는 장면이 더 인간적이었다. 작가는 클론을 끝까지 인간적일 수 없게 만들어서 슬픔을 더 극대화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스토리 전개가 가즈오식의 문체임을 지난 몇 권에서 알 수 있었다.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일본인이지만 사실 영국에서 자란 작가가 가장 영국적인 것을 그려낸 책이다. 정통이라는 것에 대한 얽매임은 앞으로 나아감을 주저하게 만들고 끊임없는 자기 합리화를 만들어낸다. 190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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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달링턴의 몰락으로 인해 새로운 미국인 주인을 맞이한 스티븐스가 그간의 미덕인 집사로서의 절대적인 믿음, 복종과 헌신을 잠시 내려두고 자신에게는 조금 각별했던 켄턴이라는 총무를 만나러 가는 여행에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그간의 일을 회상하며 나아간다. 여행의 권유는 미국인 주인의 권유가 있었기도 하지만 켄턴에게서 날라온 갑작스러운 편지 때문이기도 하다. 집사를 하는 동안 사사로운 감정이 있었으나 '완벽한 집사'를 해내기 위해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지난날과 달리 그녀가 달링턴 홀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여행을 떠난다.

 

 

클라라와 태양(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귀여운 제목과 표지 디자인에 책을 펼치면 아름답고 감동적인 동화가 툭하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클라라가 로봇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까지 꽤 많은 페이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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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 공학이 가져다 줄 미래는 '더 향상될' 수 있는지에 따라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클라라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로봇에게 '감정'을 만들어줄지도 모르겠다. 로봇에게 '감정'을 심는 것은 잔인한 일인 동시에 무서운 일이다. 애완동물에게도 학대를 가하는 인간이 로봇에게 그러지 않으라는 법도 없고 로봇 또한 항상 다정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로봇이 인간의 자리에서 소중한 사람을 대체하는 연극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에도 섬뜩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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