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은 튀르키예, 이스탄불 출신으로 올해로 70세(1952년생)가 된다. 이스탄불 내에서도 상류층이 거주하는 니샨타쉬 구역에서 태어났으며 파묵 역시 부유층 출신이다. 원래 화가를 꿈꾸었으나 건축학과로 진학하였으나 자퇴를 하고, 저널리즘으로 전공을 바꿨다. 6년 뒤 첫 소설 <어둠과 빛>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로 등단하지만 당시 대세와 맞지 않아 출판되지 못하다가 3년이 지난 뒤 겨우 출판을 하게 된다. 파묵의 젊은 시절은 미술, 건축, 저널리즘으로 정리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오랜 시간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동서양 문화의 충돌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서구화를 위한 전통 상실 등의 문제가 있다. 파묵은 이런 문제들을 다룬 작품을 소개해 왔다. 파묵은 오스만 제국의 학살에 대해 튀르키예의 잘못이라고 발언하였다가 국가모독죄로 기소되었고 우파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 우파들은 서구의 입맛에 맞는 발언 덕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게 아니냐며 폄하하고 있다. 파묵은 살해 위협의 수위가 높아져 결국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현재는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2년 등단한 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오르한 케말 소설상'을 받으면 튀르키예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어 '고요한집'(1983년)으로 마다라르 소설상, 유럽 발견상을 받는다. 그리고 1985년 '하얀 성'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다. '하얀 성'은 18개국에서 번역되었다.
어려서부터 화가가 꿈이었던 파묵의 작품은 예술적 시각과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인다. 이슬람 세계의 고전적이고 전통적 예술이 서구의 영향으로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내 이름은 빨강'은 그의 대표작이다. 무려 32개국으로 번역되었다.
파묵은 오전 5시에 일어나 하루 10시간씩 글을 쓰는 성실한 작가정신을 가졌고, 대학 졸업 후 7년 간 수도승처럼 틀어박혀 독서를 했다. 그의 작품은 장편이지만 챕터 별로 떼어 읽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훌륭한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소설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보편적 종교라고 얘기했다. '세계적 작가는 소설을 멋지게 쓸 뿐 아니라 인간적인 것을 소설에 피력한다.'는 파묵의 말은 작가적 자부심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세밀화 같은 파묵의 치밀한 글쓰기는 많은 참고 서적을 읽고 조사하고 합치는 작업이었다. 그는 순서대로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계획이 없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계획을 세운 뒤 그곳에 걸맞은 글을 옮겨 적는다. (한겨레)
파묵의 작품 세계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이며, 그 대답은 무엇이든 상관없는 것 같다. 파묵 역시 자신에게 서양인 혹은 동양인이 되라고 주문하지 말라고 짜증을 낸 적이 있다. 'Who are you?'라는 질문에 녹아 있는 정치적 폭력성을 비판했다. 나는 그저 나일뿐이다. 있는 그대로 있을 수도 매 순간 변할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자유를 꿈꿀 수 있다. 나를 '나답게'만 살아달라 주문하는 정체성의 그물이야말로 폭력이며, 모두이면서도 그 누구도 아닐 수 있는 자유야말로 작가의 생명일 것이다. 파묵은 오늘도 이야기 '로써' 다른 무엇을 획득하고자 하는 삶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를 살아내며, 이야기에 취해 이야기 속으로 저물어가는 삶을 꿈꾸고 있다.(씨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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