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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지없이 많은 책들이 세상에 나왔고, 또한 나에게로 왔다.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리뷰를 부탁 받는 일이 많아졌다.
시간에 허덕여서 리뷰를 진행하지 못할 것 같은 도서들은 반려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31권..
이제는 내 글을 쓰기로 다짐했음에도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습관이 나를 괴롭힌다.
내 글을 쓰는 것보다 남의 글을 읽은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면서 쉬운 일이기도 한다.
이렇게 또 10월의 마지막 반성을 해본다.
11월은 조금 더 분배가 잘 된 독서를 할 수 있길...
1.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 현대지성
이 책은 철학에서 다루는 '의지의 자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민적' 혹은 '사회적' 자유를 얘기한다. 사회가 개인에게 대해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것이다.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해관계가 엮여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며, 국가는 이런 부분에 대해 개입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 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바로 그 자유. 다양성을 해치지 않으고 개인을 존중하며 끊임없이 토론하는 자유. 소수자나 어린이, 여성과 남성 모든 인간이 대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미덕이다. 그런 자유야 말로 사회의 충돌을 조율하고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최대 효용이다.
2.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 창비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장례식장을 들리는 손님들과의 기억을 더듬으며 사상가인 아버지를 놓아주고 누구보다 잘 놀아주고 예뻐해 줬던 아버지를 찾게 해 준다. 아버지의 마음은 사상과 관계없이 아버지였던 것이다.
책은 너무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울고 웃을 수 있다는 후기가 무슨 말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무거운 주제에 어떻게 보면 민감한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만 글은 너무 위트 있었다. 작가가 깔아 둔 감정선을 타고 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닿아 있다. 이 책을 읽으니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완전 다른 형식에 다른 스토리지만 그 글이 품은 감정을 너무 잘 알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아버지이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3. 범수 가라사대 / 신여랑 / 창비
허세 없는 사색이 어딨을까?라는 작가의 마지막 질문 또한 좋았다. 자존감은 사색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뇌가 다시 정렬하는 사춘기. 허세는 어쩌면 중요한 건지 모르겠다. 쓸데없는 사색은 없을 거다. 그들이 우주와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해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내가 범수 엄마가 되어도 범수 엄마 같은 마음이겠지만 범수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딸내미의 강추 작품. '범수 가라사대' 너무 재밌다.
4. 얼굴 없는 인간 / 조르조 아감벤 / 효형출판
이 글의 주된 내용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항상 그렇듯이 합법적이거나 불법적이거나 자신의 목표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단순히 비난하고 증오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정도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팬데믹 앞에 무력한 게 아니라 '무력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력한 의지'는 권력자에게 나의 의지를 힘없이 내어주고 만다.
5. 안락사회 / 나우주 / 북티크
'아파서 쉬러 왔다'라고 당당히 말하고 '미쳐 있을 때가 좋았지'라며 푸념하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이제는 흔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감정을 가진 채로 살아가기엔 너무 힘든 세상이다. 감정은 이제 인간이 살아가는데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우리의 DNA가 어떻게 움직일까? 실제로 사이코패스는 인류 진화의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성적이면서도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감정적 치우침은 생존에 불리한 것이다. 우리는 인조인간을 만들고 있지만 인조인간이 만들어지기 전에 감정을 잃어버린 인간이 먼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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