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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14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스콧 피츠제럴드) - 올리버

갑자기 가 읽고 싶었다. 집에 분명 그래픽 노블이 있었는데 수많은 책들 어디쯤에 있을 텐데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참에 원문을 읽자는 생각에 구매를 했다. 책은 생각보다 두꺼워서 "이렇게 긴 이야기였든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목차를 펴보는 순간 이 책은 단편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피츠제럴드라는 사람이 작가라는 것도 알았다(사실 작가 이름 잘 외우지 않는 편이다).  나는 벤자민 버튼만 필요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 읽게 되었다. 일단 소감은 매우 피곤하다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장은 매끈하고 풍성한 느낌이 드는데 이상할 정도로 스토리가 머리에 잡히질 않는다. 원래부터 단편을 어려워하는 성격이지만 완벽하게 기억나질 않는다.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 이름도 비슷하다 보니 이어지는 ..

벗겨진 베일 (조지 엘리엇) - 민음사

독특한 제목에 눈길이 닿아서 민음 북클럽에서 선택을 했다. 사람의 심리 묘사의 절묘함을 보여준다는 조지 엘리엇의 책이어서 기대도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쯤을 읽은 후에 이틀의 공백이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는데, 처음 읽을 때보다 확실히 기억나는 부분이 많아졌다. 굉장히 절묘하고 세세해서 눈으로 훑어가며 읽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흘리는 부분이 페이지를 넘기는데 방해가 되었다. 굉장히 곱씹으며 읽는 편이 여러모로 좋은 책이었다.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판타지 소설에는 단골손님처럼 나오지만 이 작품에서는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에 집중한다. 그런 힘인 처음 몇 번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계속된다면 분명 굉장한 피곤함..

(서평) 집으로 가는 길 (제이슨 레이놀즈) - 밝은세상

아이들의 시선에서 적어나간 열 편의 단편 소설. 소설이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책이다. 첫 장부터 등장하는 코딱지에 대한 얘기는 독자를 당황하게 만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년 시절에 하굣길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여러 가지로 적어 놓았다. 생각보다 심심하게 학교 생활을 했던 나에게는 눈으로만 보던 장난꾸러기 녀석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는 작가의 다짐처럼 장난기 가득한 이 책은 밝은 세상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도 사실 작은 오해로 시작할 수 있었다. 나의 상상력을 더하자면 가출 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였다. 대단한 착각을 한 것이다. 이 책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인물들만이 등장하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

(서평) 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 비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이 만난 또 다른 이방인.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동질감과 벗어나고 싶은 감정이 뒤엉킨 주변인으로서의 삶과 심리를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 한 명은 하버드에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며 추방을 기다리는 듯한 무기력함을 다른 한 명은 택시 운전을 하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지지 않으려는 듯한 투쟁심을 보여준다. 하버드라는 견고한 울타리 속의 인간이 택시 운전을 하며 추방을 무서워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느끼는 심리를 잘 묘사한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온 유대인. 튀니지에서 온 아랍인. 둘은 어쩌면 앙숙이어야 할 것 같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적응하는 이방인으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추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추방되기를 기..

(서평) 셔기 베인 (더글러스 스튜어트) - 코호북스

현대의 나의 시점으로 본다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다. 영미 소설은 여전히 정서적으로 생경함이 앞선다. 책을 덮고 나서도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셔기 베인이 마음의 짐을 내리고 그나마 말동무가 되어주는 리앤이 옆에 있어 줬다는 것으로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부커상을 받은 대부분의 이야기는 비슷한 면이 있다. 어려운 시절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들의 타락을 읽고 있음에 짜증이 밀려오고 답답했다. 이건 또 다른 공감일까? 1980년대의 암울했던 글래스고의 한 여자의 처절한 삶과 그 옆에 끝까지 지켜낸 한 소년의 이야기는 코호 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셔기 베인은 소설 전체를 이끌고 있는 애그니스 베인의 막내아들이다. 애그니스 베인은 가톨릭을 믿는 전 남편에 회의를..

(서평) 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 은행나무

기도하는 4명은 가족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신경질적인 X 표시가 그 위를 덮고 있다. 이것은 의 표지다. 왜 이런 콘셉트일까 싶었지만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정말 이런 집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900페이지에 가까운 가족 저마다의 시련과 고통 그리고 심리를 묘사한 이 책은 은행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었다. 작품은 목회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어 간다. 그래서 기독교에 관한 얘기 성경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큰 챕터 또한 과 이다. 대림절은 크리스마스 4주 전을 얘기한다고 한다. 예수의 성탄과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라고 해서 이라고 부른다. 교회력은 대림절로 시작하기 때문에 한 해의 시작이기도 하다고 한다. 은 예수가 사망하고 3일 만에 부활했음을 ..

(은행이 4기) 11월 지원 도서 ( 크로스로드 )

은행나무 서포터즈 11월 선정 도서는 입니다. 전미도서상 수상작이자 이 뽑은 100대 영문 소설 의 저자 조너선 프랜즌의 신간 소설입니다. 무려 6년 만의 신작인데요. 붕괴 직전의 현대 가족을 그린 소설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섬세하게 집필하셨으면 900페이지나 될까요? 11월 또 한 권의 벽돌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흑..

활동/서포터즈 2021.11.03

(서평) 마이 선샤인 어웨이 (M.O. 월시) - 작가정신

린디 심프슨이라는 소녀의 강간 사건으로 운을 떼는 이 소설은 너무 맑은 제목과 표지에 에 반전이라도 주는 스릴러일까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했다. 우리 사회에서 추악한 범죄로 분류되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건을 중심으로 화자가 기억하고 회상하고 서술한다. 화자의 10대 시절의 사랑과 철없음 그리고 허세와 더불어 이제는 30대가 된 그의 자전적 반성을 풀어내는 이 책은 작가정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리뷰에 앞서서 잠깐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영미 소설에서 묘사되는 10대의 모습이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음주는 물론이거니와 대마초나 마약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면 "막장이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더군다나 이 소설에 주된 사건은 "강간"..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 비룡소

이 책은 제목에서 풍기는 단순한 호기심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얘기해준다. 이야기 속에서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존경을 받는 사람이 바로 다. 기억 보유자는 아무나 될 수 없으며 선택되어야 한다. 주인공인 가 바로 새로운 기억 보유자에 선택이 된 것이다. 평화로운 마을. 행복한 가정을 이룬 한 가정의 평범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평범한 가족,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는 아주 평범한 그림이다. 하지만 이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태어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입양이 되고 리본을 달아주며 9살이 되면 자전거를 받고 12살이 되면 장래에 가질 직업이 주어진다. 모든 직위는 위원회에서 내려준다.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 세상 그것이 이 책 속의 세상이다. 에서는 변화를 거부하며 모든 세상은 무채색으로..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이 책을 다 읽고 역자의 후기를 읽고 나서야 '아, 이 책은 소설집이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편의 단편 소설들은 미묘하게 이어지면서도 이어지지 않았다. 어떠한 동요도 일어나지 않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글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가는 대로 적어내는 작가의 글은 기승전결이 무색한 무색무취의 문장들의 집합이다. 짧은 글에서 무언가를 느껴내려면 더없이 집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많이 싱거웠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들은 미묘한 파동이 그나마 길게 이어져 있어서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단편들은 그런 부분이 많이 어려웠다. 다른 작가들의 소설을 초장이나 와사비 장에 찍어먹는 회라고 하면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은 회만 씹어 단맛을 느껴내야 하는 작품 같다. 그중에서 '녹턴'에 실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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