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 비룡소

야곰야곰+책벌레 2021. 9. 24. 11:07
반응형

  이 책은 제목에서 풍기는 단순한 호기심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얘기해준다. 이야기 속에서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존경을 받는 사람이 바로 <기억 보유자>다. 기억 보유자는 아무나 될 수 없으며 선택되어야 한다. 주인공인 <조너스>가 바로 새로운 기억 보유자에 선택이 된 것이다.

  평화로운 마을. 행복한 가정을 이룬 한 가정의 평범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평범한 가족,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는 아주 평범한 그림이다. 하지만 이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태어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입양이 되고 리본을 달아주며 9살이 되면 자전거를 받고 12살이 되면 장래에 가질 직업이 주어진다. 모든 직위는 위원회에서 내려준다.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 세상 그것이 이 책 속의 세상이다. <늘 같음의 세상>에서는 변화를 거부하며 모든 세상은 무채색으로 이뤄져 있다. 장애인은 있을 수 없다. 태어나자마자 직위 해제되어버린다. 나이 든 노인 또한 직위해제가 된다. 직위 해제란 즉 죽음이다. 이 사회에서 인간은 모두 기계처럼 살아간다. 본인들만 모두 느끼지 못하지만...

  기억 보유자가 존중받는 것은 세상의 모든 기쁨과 행복과 더불어 번뇌와 아픔 고통의 기억까지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이라는 것을 없애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을의 정해준 규칙에 벗어난 일이 벗어났을 때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 기억은 필요하다. 아주 평화로운 삶을 위해 기억을 편집한 마을을 만들었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가장 존중받아야 마땅함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아주 부드럽게 넘어가는 글이지만 그 속에는 여러 문제들이 들어 있다. 아기들의 직위해제는 낙태를 노인들의 직위해제는 안락사를 무채색의 마을과 주민들에게서는 인종차별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직위를 내려주는 것은 선택되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지 못하고 목표만을 항해 달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독자는 느낄 수 있을까.

모든 게 똑같으니까 선택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을 때 제가 옷을 고르고 싶어요! 파란 옷을 입을까, 빨간 옷을 입을까 하고 말이에요.
조너스는 아무 색깔도 없는 자기 옷을 내려다보았다.
...
무슨 옷을 입든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건 아무 상관없어요.
하지만
...
중요한 건 <선택> 그 자체란 말이지?
조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공 <조너스>가 기억 보유자로 선택받은 후 아버지가 아기를 직위 해제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게 된다. 그 뒤 잘 보채는 가브리엘을 자전거 뒤 좌석에 앉히고 마을을 탈출하게 된다. 험난한 여정이었고 때로는 <기아>라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가슴속에 남아 있는 뜨거움으로 눈 길을 헤쳐나가고 결국 새로운 세상에 도착하게 된다.

  사실 그 뒤의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늘 똑같음을 강요받는 삶에서 뛰쳐나갈 용기가 있었고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헤쳐나갔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기억을 나누었다. 그리고 결국 다채로운 삶에 도착하게 되었다.

기억을 품는 게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고통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그러니까 기억은 함께 나눌 필요가 있어


  작품은 <기억>에 대한 중요함을 <기억 보유자>라는 것에 투영해서 나타냈다. 기억은 슬프기도 행복하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용기를 낼 수 있고 지혜로울 수 있으며 또한 함께 나눌 수도 있다. 기억, 그것 자체가 지혜이며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은연중에 얘기하면서 "어떤 마음이 드세요?"라고 물어보는 듯한 필자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글이 좋았다. 역자 또한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다양한 생각을 해보기에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