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딜레마 (B.A. 패리스) - 아르테

야곰야곰+책벌레 2021. 9. 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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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공포스럽거나 하지는 않다. 두 인물이 상대방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자신에 가둔 상태에서의 자신의 고통을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인내 등 여러 가지 감정의 표현이 좋은 작품이었다. 마음에 담은 고통과 다르게 현실은 아내의 40번째 생일파티로 모두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 행복 속에서의 고통을 표현함으로써 보통의 스릴러와는 다른 느낌의 긴장감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남편 <애덤>과 아내 <리비아>의 두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서술한다. 시점을 변경시켜 본인이 됨으로써 심리를 더 자세하게 적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리비아는 남편 애덤의 결혼을 할 때에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고 인연을 끊다시피 살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40번째 생일은 성대한 파티를 하고 싶었다. 제대로 된 결혼식을 보상받겠다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애덤은 그런 40번째 생일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리비아는 사실 40번째 생일 파티를 하지 않았도 괜찮았다. 그녀의 딸 <마니>의 불륜에 대해서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남자 친구인 줄 알았는데 계속 유추하다 보니 남편의 친한 지인이었고 자신의 절친의 남편이었고 딸의 절친의 아빠였다. 리비아는 그 사실을 알고 남편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혼자서 여러 상황을 계속 유추해 간다. 파티가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계속해서 여러 생각에 잠긴다.

  애덤은 딸 <마니>가 엄마 몰래 엄마 생일에 홍콩에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딸이 타고 오는 항공편 중에 하나가 사고가 발생해서 전원 사망이라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딸이 환승할 비행기를 타지 못했을 거라고 애써 생각한다. 딸이 살아 있을 거라고 여러 경우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두려움이 가져다준 행동이었다. 아내의 파티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 딸의 죽음도 파티가 끝날 때까지 확인하고 않았던 것이다.

  둘은 오래 살아온 만큼 미묘한 감정선을 읽어내지만 결국 드러내지 못하고 파티가 끝난 후에야 서로가 가진 고통을 내어 놓는다. 아슬아슬한 감정들이 만나 폭발한 후 서서히 정리되어 간다. 말해야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말하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랑하는 마음이 곧 고통의 연장이 되어버리는 장면 속에서 대단히 섬세하고 짜임새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은 딸의 불륜과 죽음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서 기분 좋게 읽기는 쉽지 않다. 부모의 마음이 모두 걱정과 고통으로 물들어 있어서 읽는 내내 힘겨움이 있다. 읽으면서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도 생각하게 되며 파티 내도록 무너지지 않고 있을 자신은 없었다. 파티가 끝나고 해가 밝을 때까지 자신이 만든 공포와 싸워나가는 이 작품은 스릴러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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