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 자이언트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1. 9. 2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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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캠페인은 내가 꼬맹이였을 때부터 들어온 말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글짓기나 그림 그리기는 단골 숙제이기도 했다. 남극의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지도 30여 년이 다되어 간다. 이제 미디어에서는 연일 탄소 중립에 관한 뉴스가 나오며 지속가능 경영(ESG)이 기업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인류는 과연 성장을 멈추고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미 사회는 브레이크를 잡을 수 없을 만큼 가속되어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은 환경오염을 결국 막아내지 못한 인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인류가 직면한 재앙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식물의 위대함을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생존을 위해서 동족에게 총을 쏘고 내성이 있는 인간을 생체 실험하는 인간의 잔인한 모습과 로봇 식물학자 레이첼이 재앙을 이겨낼 수 있는 모스바나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비교하며 인류가 환경을 대하는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지구 끝의 온실>은 이미 재앙을 딛고 일어서고 있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식물생태학자 아영은 더스트생태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과학자이면서도 괴담을 즐겼다. '스트레인저 테일즈'라는 미스터리 사이트에 접속하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최근 모스바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해월에서 알 수 없는 푸른빛을 보았다는 글을 읽게 된다. 어린 시절 이희수의 정원에서 보았던 푸른빛을 떠올리며 그곳에 지원을 가게 된 아영은 모스바나에 대해서 수소문하게 된다.

  아영은 모스바나를 약초로 사용하는 아마라, 나오미 자매를 찾게 되는데, 그들로부터 프림 빌리지라는 곳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더스트에 내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냥꾼에게 쫓기고, 실험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 프림 빌리지 도착하게 된다. 그곳은 돔이 없지만 내성 없는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마을 언덕에는 온실이 하나 있었는데 식물학자 레이첼이 건네는 작물을 심고 그녀가 주는 분해제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들은 마을에 동화되어 갔지만 강력한 더스트 폭풍과 다른 인간들의 침입으로 마을을 떠나기로 한다. 이때 나오미는 지수로부터 더스트 분해제를 배우게 되어 나중에 많은 사람들을 구하게 되고 그 능력 때문에 <랑가노의 마녀들>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마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지수는 레이첼이 준 식물들을 나눠주며 멀리 떠나고 발 길이 닿는 곳에 식물을 심으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아마라, 나오미도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는 중에 더스트를 해결할 수 있는 살포제가 개발되었고 사람들은 그들을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영은 나오미와 얘기를 나누면서 맞춰지지 않던 퍼즐을 맞춰가게 된다. 더스트가 급격히 줄어들던 시절에 세계 여기저기에서 모스바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게 된 것이다. 

  김초엽 작가는 글의 말미에 대재앙을 만든 당사자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영웅으로 추대받는 모습으로 인간의 추잡스러움을 또 한 번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세상을 구한 것은 식물을 품고 세계 곳곳으로 흘러간 희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말을 보여 주면서 사소해보지만 소중한 마음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EU는 2035년까지 내연차를 없애는 초강력 탄소 규제안을 발표했다. 그들은 소설 속 돔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다. 환경오염을 만든 주범이었지만 영웅을 자처한다. 더스트 저감 살포제를 만든 돔의 어느 기업처럼 그들도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 서로가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행동이 아닐까.

  자연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인간의 생존을 위한 문제이다. 자연에게 있어 인류는 그저 하나의 종에 불가하다. 인류가 떠나도 그들은 다시 번창할 것이다. 모스바나처럼 끈질기게 생존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자연에게 보호받기 위해서 자연을 지켜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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