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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14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앞서 읽은 책들과 마찬가지도 이 책 또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로 이야기를 적어 간다. 굉장한 질문을 아주 잔잔한 문체 속에 숨겨두는 작가의 스타일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책은 굉장히 나를 힘들게 했다. 굉장히 우울한 주제이면서도 너무나도 담담하게 적혀있는 글자들이 더 슬프게 했다. 표지는 아주 시원한 새파란 색인데 그곳에는 우울함이 묻어 있다. 클라라와 태양에서처럼 작가는 주인공의 존재들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중간중간 드러내는 '기증'이라는 단어와 '근원자'라는 단어에서 어렴풋이 클론에 대한 얘기임을 알아챌 수 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비인간적인 현실로 다가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체세포 분열로 특정 장기를 만들어낼 수 없음을 자각한 인류는 장기 이식만을 위한 클론 양성소를 만든다...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일본인이지만 사실 영국에서 자란 작가가 가장 영국적인 것을 그려낸 책이다. 정통이라는 것에 대한 얽매임은 앞으로 나아감을 주저하게 만들고 끊임없는 자기 합리화를 만들어낸다. 1900년대 초반의 영국의 스티븐스라는 집사를 통해서 여러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변혁하고 있는 세상에서 세상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프로페셔날함만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는 것은 현재의 우리가 보자면 고지식하고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인들도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쉬이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자신의 주위 것들로부터 얻으려고 하는 것은 현대인의 고민일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철학적 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 타고 다니는 ..

내 손을 놓아줘(에드워드 독스) - 달의시간

제목으로만으로도 누군가와 '이별'을 이야기 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죽음에 다다르는 이야기를 말이다. 루게릭이라는 불치의 병에 걸린 아버지가 안락사를 선택하고 세 아들과 스위스로 가는 여정을 적었다. 여행 중에 일어나는 세 아들과의 에피소드와 대화를 통해서 그들 간의 애증과 갈등 그리고 인정하는 모습에 다다르는 그림을 600페이지가 넘는 지면에 섬세하게 적어 놓았다. 이 책은 책세상에서 진행하는 서평에 참여하여 먼저 읽게 되었다. 표지와 제목만으로 신청하는 서평이였는데 최근에는 매번 이렇게 두꺼운 책들만 만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불륜으로 만들어진 가족. 그 안에서도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이복 형제.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랑을 받아온 막내와 형들의 차이에서 오는 아버지를 대하는 마음이..

(서평) 샤프롱 (로라 모리아티) - 문학수첩

1920년대 미국의 근대사와 엮여 있는 두 여성의 삶을 서술한 이 책은 문학수첩에서 진행하는 서평에 참여하면서 나와 인연이 닿았다. 소설을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그 양을 늘려가고 있는데... 이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는 잠깐 후회도 했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장편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샤프롱은 주인공의 이름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Chaperon(샤프롱)은 사교계에 나가는 젊은 여성의 보호자를 의미했다. 사실 두 여성의 이야기라고 적었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샤프롱'을 했던 '코라'의 이야기인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무대가 미국이였고, 미국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가끔씩 여러 번 읽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두꺼운 책이 무색하게 금방 읽어버렸다. 처음부터 신여성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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