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읽은 책들과 마찬가지도 이 책 또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로 이야기를 적어 간다. 굉장한 질문을 아주 잔잔한 문체 속에 숨겨두는 작가의 스타일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책은 굉장히 나를 힘들게 했다. 굉장히 우울한 주제이면서도 너무나도 담담하게 적혀있는 글자들이 더 슬프게 했다. 표지는 아주 시원한 새파란 색인데 그곳에는 우울함이 묻어 있다. 클라라와 태양에서처럼 작가는 주인공의 존재들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중간중간 드러내는 '기증'이라는 단어와 '근원자'라는 단어에서 어렴풋이 클론에 대한 얘기임을 알아챌 수 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비인간적인 현실로 다가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체세포 분열로 특정 장기를 만들어낼 수 없음을 자각한 인류는 장기 이식만을 위한 클론 양성소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