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내 손을 놓아줘(에드워드 독스) - 달의시간

야곰야곰+책벌레 2021. 7. 20. 00:15
반응형

  제목으로만으로도 누군가와 '이별'을 이야기 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죽음에 다다르는 이야기를 말이다. 루게릭이라는 불치의 병에 걸린 아버지가 안락사를 선택하고 세 아들과 스위스로 가는 여정을 적었다. 여행 중에 일어나는 세 아들과의 에피소드와 대화를 통해서 그들 간의 애증과 갈등 그리고 인정하는 모습에 다다르는 그림을 600페이지가 넘는 지면에 섬세하게 적어 놓았다.

  이 책은 책세상에서 진행하는 서평에 참여하여 먼저 읽게 되었다. 표지와 제목만으로 신청하는 서평이였는데 최근에는 매번 이렇게 두꺼운 책들만 만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불륜으로 만들어진 가족. 그 안에서도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이복 형제.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랑을 받아온 막내와 형들의 차이에서 오는 아버지를 대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아버지는 새로 만난 친구와 안락사를 가려고 했지만 막내 루이스가 이를 막고 스스로 이 임무를 맡으므로서 시작된다. 안락사를 받아들일 수 없던 세 아들이 여행을 통해 점차 그것을 인정하게 되는 모습이 주된 내용이다.

  시대적 배경이 꽤나 현대에 가까워서 아버지의 불륜이라는 설정은 읽는 내내 불편함이 있었다. 인간의 애증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뒤틀려버린 인간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까지 비틀어야 하나 싶었다. 이런 설정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박식하면서도 여러 방면을 즐길 줄 아는 아버지의 얘기는 자신을 위한 변명으로 계속 읽혔다. 어떻게 보면 나는 첫째나 둘째 아들에 동화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조소를 날리고 비난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말해주마. 아이들이 널 이해해주길 바랄거다.

  홀로 세상을 등지려고 했으나 아들들과의 여행을 통해서 아버지는 살아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적어도 떠나기 전에 아들들에게만은 이해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지혜롭고 듬직한 아버지의 모습을 계속 연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해받기를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넘어서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인 것 같다. <죽음을 향한 여정>이라는 설정은 오랫동안 아버지와의 무언의 담을 쌓고 있던 아들들과의 대화를 열어주려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나흘 간의 <여행>은 짧은 시간일 수도 있었겠지만 두 형에게는 내적 분포를 표출하고 가슴 속의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을 것이고 막내 루이스에게는 형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아버지에게는 추억과 사랑이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화, 분노는 사랑의 상처를 우리가 소독하는 방법이란다.
  

  마지막에 가서는 아버지의 안락사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두 형들의 응어리도 여전할 것이고 마지막 장면에서의 루이스의 마음처럼 오히려 엉망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결국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의 말만 하려 했던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모습은 아니었을까?

  그냥 술술 읽었지만 리뷰를 적으려고 하니 내적 분노가 계속 일어나 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되어 버렸다. 이것은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내적 동화가 일어난건지 지금도 혼란스럽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