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읽고 싶었다. 집에 분명 그래픽 노블이 있었는데 수많은 책들 어디쯤에 있을 텐데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참에 원문을 읽자는 생각에 구매를 했다. 책은 생각보다 두꺼워서 "이렇게 긴 이야기였든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목차를 펴보는 순간 이 책은 단편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피츠제럴드라는 사람이 <위대한 개츠비> 작가라는 것도 알았다(사실 작가 이름 잘 외우지 않는 편이다).
나는 벤자민 버튼만 필요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 읽게 되었다. 일단 소감은 매우 피곤하다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장은 매끈하고 풍성한 느낌이 드는데 이상할 정도로 스토리가 머리에 잡히질 않는다. 원래부터 단편을 어려워하는 성격이지만 완벽하게 기억나질 않는다.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 이름도 비슷하다 보니 이어지는 소설인지 아닌지 살짝살짝 갸우뚱한다. 스토리도 묘하게 겹친다.
그래도 맨 처음 읽은 <젤라빈>은 나름 괜찮았다. 퀸카를 바라보던 한 비루한 젊은이의 반전이랄까. <낙타의 뒷부분>은 뭔가 풍자적인 느낌이면서도 그저 밋밋한 그 시대에 있을 법한 일 같기도 했다. <리츠칼튼 호켈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는 부자들의 심리를 말하는 듯했고 역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여러모로 재미와 의미가 있었다.
스토리는 작가가 살던 시절의 시대를 잘 묘사한다고 해야 할까. 문장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표현력 묘사력은 좋았다. 배워두고 싶은 장면도 종종 나왔다. 하지만 어떻게인지 역시 집중이 되질 않았다. 영미 소설에 유독 약한 나여서 일까. 9120년대 미국 소설은 현대 영미 소설만큼이나 적응이 안 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벤자민 버튼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비슷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아서 바로 생각났기 때문에 그 스토리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인으로 태어날 수 있냐는 것에 물음표를 달면 시작부터 이야기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거꾸로 흘러가는 일생에 대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심리만 보면 참 괜찮은 작품이라고 싶었다(요즘은 이런 거 따지는 사람이 많아서).
읽는데 조금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벤자민 버튼만 읽기엔 책이 나머지 작품이 너무 많아서 결국 다 읽기는 했는데 다음에도 벤자민 버튼만 읽을 것 같다. 단지, 문장 연습할 때 다시 들여다볼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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