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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33

Littor(릿터)(2023년 4/5월 41호) - 민음사

릿터 41호는 를 키워드로 삼았다.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문제를 끄집어내어 얘기하는 것은 어쩌면 문학의 역할 중에 하나다. 그만큼 문학은 멈춰버린 사회적 논의를 계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이 상업적, 문학적으로 분류되지만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은 모두 문학적으로도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그 문학이 존재하던 시절을 관통하는 그 시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시작한다. 를 쓴 하마노 지히로의 인터뷰를 실었다. 아무래도 금기라는 키워드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이 책에서부터 인 것 같았다. 독일의 동물 성애 옹호 단체 와의 만남을 글로 옮긴 일종의 보고서다.   이 책은 동물 성애자를 옹호하려는 것도 비판하려는 것도 아닌 '성애' 그 자체를 통해 우리 시대의 ..

Littor(릿터)(2023년 2/3월 40호) - 민음사 편집부

잠깐 짬이 난 관계로 밀린 잡지를 읽어본다. 작년부터 구독했는데, 두 번째 온 를 이제야 읽다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 릿터 40호는 를 키워드로 삼았다. 취미와 특기는 어릴 때부터 주야장천 질문을 받고 또 거기에 답했다. 나의 취미와 특기는 뭐였더라..  지금 취미는 독서지만 한때는 인라인도 탔고 탁구도 쳤고 사진도 찍었고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다. 지금도 시간을 낼 수 없어 못할 뿐이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그럼 취미랑 특기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좋아서 시작한 취미에 푹 빠지다 보면 자연스레 잘하게 된다. 심지어 직업이 되기도 한다. 단지 잘하는 것을 묻는 '특기'는 취미와 다른 걸까? 특기는 내가 생각하기에 주위 사람들에 비해서 잘하는 것을 얘기할 수 있다. 혹은 내보이고 싶은 ..

내 이름은 빨강 - 요약

열정 혹은 정열의 색인 빨강은 색을 3 원소 중에 하나며 자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색이기도 하다. 동시에 빨강은 피의 색이면서 이슬람의 색이다. 동시에 세밀화에 사용되는 물감으로는 꽤나 귀한 색이기도 했다. 빨강은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점에서 제목에서 주어 '나' 또한 중의적일 수 있다. 강렬한 첫 문장으로 유명한 이 소설답게 제목 또한 예사롭지 않다. 튀르키예 작가라는 말보다 이스탄불 작가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 파묵은 이스탄불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냈으며 그의 작품 대부분이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장 잘 아는 것을 써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튀르기예 중상층의 생활 그리고 이스탄불에 대해 적고 있다. 콘스탄티노라고도 불리는 이스탄불은 동로마의 수도이면서 오..

한낮의 우울 (앤드루 솔로몬) - 민음사

회사 업무로 엄청 힘든 시절이 있었다. 중국 땅에서 이틀에 한 번씩 퇴근을 하며 힘겹게 버티다가 그만두었다. 육체적 힘듦 보다 회사의 꽉 막힘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실망이 컸다. 그래서 떠났다. 퇴사 날짜를 받아두고 자리에 앉아 업무를 정리했다. 그리고 우연히 생각난 TED와 우연히 내 앞에 나타난 동영상은 많은 힘이 되었다. 의 제목으로 시작된 앤드루 솔로몬의 강의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처럼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다. 삶에 있어 최악의 경험을 한 이들이 버티고 견디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그것이 결국 또 우리를 만들어 낸다는 그의 말에는 깊은 감동이 있었다. 그때까지 그의 경력은 약간 특별했다. 양성애주의자며 남자와 결혼했으며 학창 시절 남자답지 못하다고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다..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 민음사

독서 클럽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소모임을 열고 각자 읽고 싶은 대로 (사실 읽고 싶지 않으면 않은 대로) 그렇게 함께 읽고 있다. 우리 모임의 첫 번째 '내 이름의 빨강'을 2월에 읽었으니,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몇 달 함께 읽다 보니 조금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새롭게 읽는 책은 읽는 대로 진행하고 첫 책부터 다시 꼼꼼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작가의 여러 책을 읽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스탄불'은 작가를 알아가는 마지막 책이 될 듯하다. 'hüzün'이라는 티르기예 단어는 우리나라 말의 '한'처럼 다른 나라의 언어로 품어내기 힘든 정서적인 특별함이 있다. 이난아 역자는 이를 '비애'라고 번역했고 이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한 때는 서양 최대의 도시였고 또 다른 ..

소설과 소설가 (오르한 파묵) - 민음사

하버드대에서 강연을 의뢰받은 파묵이 틈틈이 작성한 이 글은 그의 글쓰기의 자세를 알 수 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글을 쓰는 그는 의식을 따라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분석적인 면이 있다. 그는 건축학을 전공했듯 글의 구조를 모두 짜놓은 뒤 채워 넣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화가 되려 했던 그는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기도 한다. 그가 말하는 소설과 소설을 대하는 작가와 독자의 이야기가 심오하다. 우리가 소설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무얼까? 이것은 인간의 습성에서 기인한다. 모순되는 두 사실을 믿을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소설은 허구이면서도 진실이라고 믿는 독자에서 찾을 수 있다. 소설을 읽고 쓰는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소설에는 인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이들을 '소박한 사람'..

오르한 파묵 (이난아) - 민음사

'내 이름은 빨강'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오르한 파묵은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작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음에도 고독한 집필의 세계로 들어섰다. 글을 쓸 때가 행복하기에 계속해서 쓴다는 그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하루 10시간을 앉아 글을 쓴다. 매일 같이 쓴다. 그럼에도 자신은 하루 평균 0.98장을 쓴다며 하루 한 장도 쓰질 못하는 자신을 소개한다. 하지만 사실 대단한 양이다. 쓰지 못하는 날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재능과 공상의 능력을 작가의 덕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는 '글 쓰는 게 행복해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누가 글을 쓰라고 압박을 하면 그것이 너무 기뻐야 한다고 했다. 소설가란 개미와 같은 끈기로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가는 사람이며, 오로지 그 자신..

작가의 사랑 (문정희) - 민음사

민음사 사은품으로 선택하게 된 시집. 문정희라는 이름이 낯이 익어 선뜻 골랐다. 사실 시집이라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늘 윤동주나 김소월의 시를 읽었다. 조금 더 살펴보면 한용운 정도까지가 나의 시의 영역이다. (아.. 도종환, 류시화 시인도 있구나.) 그럼에도 집에 제법 많은 시선집이 있는 것으로 봐서 꽤나 시를 잘 읽고 싶단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꽤나 오랜 세월을 시를 적어 오신 분이며 요즘 시들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시대를 품은 시들이 많았다. 여성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고 있다. 조금은 혁명적인 느낌도 있고 강한 메시지도 내보였다.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인 김명순과 수많은 명저를 소개한 김수임을 소환한다. 김수임은 리강국과의 연인 사이로 같은 빨갱이 혐의로 사형당했다. 하지만 훗날 ..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 민음사

빨강은 정열, 피 그리고 이슬람교의 색이다. 빨강은 색은 3요소이기도 하고 자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색이기도 하다. 빨간 물감의 재료인 버밀리온은 기원전 300년 중국에서 이미 '진사'라는 이름을 가진 광물을 이용하여 만들고 있었다. 이슬람교의 혈연을 나타내는 빨간색은 중국을 통해 전달되었고 그들의 문화 역시 페르시아와 더불어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은 오스만 제국의 중심 도시며, 동서의 문물이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그야말로 문화의 용광로 같은 곳이었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문화의 소용돌이 속에 전통과 변화의 바람,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예술가들의 번뇌는 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 된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막강한 파워는 주변 나라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벗겨진 베일 (조지 엘리엇) - 민음사

독특한 제목에 눈길이 닿아서 민음 북클럽에서 선택을 했다. 사람의 심리 묘사의 절묘함을 보여준다는 조지 엘리엇의 책이어서 기대도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쯤을 읽은 후에 이틀의 공백이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는데, 처음 읽을 때보다 확실히 기억나는 부분이 많아졌다. 굉장히 절묘하고 세세해서 눈으로 훑어가며 읽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흘리는 부분이 페이지를 넘기는데 방해가 되었다. 굉장히 곱씹으며 읽는 편이 여러모로 좋은 책이었다.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판타지 소설에는 단골손님처럼 나오지만 이 작품에서는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에 집중한다. 그런 힘인 처음 몇 번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계속된다면 분명 굉장한 피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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