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독서 937

(서평) 샤프롱 (로라 모리아티) - 문학수첩

1920년대 미국의 근대사와 엮여 있는 두 여성의 삶을 서술한 이 책은 문학수첩에서 진행하는 서평에 참여하면서 나와 인연이 닿았다. 소설을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그 양을 늘려가고 있는데... 이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는 잠깐 후회도 했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장편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샤프롱은 주인공의 이름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Chaperon(샤프롱)은 사교계에 나가는 젊은 여성의 보호자를 의미했다. 사실 두 여성의 이야기라고 적었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샤프롱'을 했던 '코라'의 이야기인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무대가 미국이였고, 미국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가끔씩 여러 번 읽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두꺼운 책이 무색하게 금방 읽어버렸다. 처음부터 신여성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 허블

어느 방송이었던가.. '김초엽'이라는 신예작가에 대해서 대단한 호평을 하고 있었다. 그 제목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SF나 판타지 계열의 소설일 것이 분명할 것이었다. 소설을 먼저 읽어본 본 사람은 아내였다. 아내는 내용이 쉽지 않아서 반복해서 읽어가며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면 괜찮게 느껴진다고 했다. 사실 나는 책에 몰입하는데 10페이지도 걸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놀라웠다. 이 책은 7개의 단편을 모아둔 책이다. 단편이라고는 조금 긴 느낌이 있지만 이야기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했으며 독자에 던지는 질문은 가볍지 않았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끌어 가는 점이 너무 좋았다. 책의 이야기들은..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프랭크퍼트) - 필로소픽

뇌리에 딱 박혀버리는 제목과 묘하게 고급스러운 이 책을 받아 보았을 때에는 사실 그 크기에서 놀랐고, 그 두께에서 다시 놀랐고 가격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제법 큰 책일 것이라는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호주머니 뒤에 넣고 다니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개소리에 대하여'라니.. 어떤 얘기를 할까 조금 흥미진진해졌다. 책은 도입부가 가장 어려웠다. 영어권에만 있는 Bullshit이라는 단어를 한글로 옮긴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는 것은 옮긴이의 후기에서 알 수 있었다. '개소리'라는 것을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꽤 신선하고 새로웠다. 그리고 '개소리'라는 것이 사회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 우리는 왜 '개소리'를 경계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개소리'는 거짓말과 다르다. 개..

사원의 마음가짐(마쓰시타 고노스케) - 청림출판

우리에게는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마쓰시타 전기(현,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의 책이다. 일본 재계에서는 '경영의 신'이라고 추앙받았지만, 현재 파나소닉의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못하다. 마쓰시타 회장이 추구하던 경영철학과 많이 다른 길을 가고 있는 현 파나소닉의 상황을 보면 돌아가신 분이 어떤 생각이 들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이 책을 읽은지는 꽤 되었고, 지금의 MZ세대와 공감하기에는 너무 먼 시절의 책이라 리뷰를 해놓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MZ세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시대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하기에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 일본 경제 부흥을 가져다준 경영 1세대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연구 대상이며 인기가 많은 듯하다. 이제는 구 시대의 ..

내가 공부하는 이유(사이토 다카시) - 걷는나무

이 책은 매일 책을 대하지만 공부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절. 내가 정말 잘 해내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하루하루가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한 시절에 만났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부하는 메이지대학교의 괴짜 교수 사이토 다카시라면 어떤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을지 궁금했었다. 다시 힘을 내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의 일관된 주장은 하나다. '공부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공부는 내 생각과 인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며, 때가 되면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 이익을 위한 공부만 하지, 재밌거나 호기심이 생겨서 하는 공부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 급한 일에 매달릴수록 삶의 호흡은 얕아질 수밖에 없다. 가..

왜 나는 당신의 안부가 궁금했던 걸까요(김본부) - 나무야미안해

작가님에게 직접 선물 받은 책은 처음이라 약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긍정적인 생각만 들었다면 그것은 거짓이었을 것이다. SNS를 시작하고 누군가로부터 부탁받은 메시지 중에서 가장 긴 글이었을 것이다. 가끔 글에서 향기가 나기도 하고 온기를 느낄 수도 있다. 메시지에는 상대를 생각해주는 조심스러움이 글에 묻어 있었다. 사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는 그렇게 기대를 갖지는 않았다. 책이 내용이 더 중요하겠지만 손으로 맞이하는 종이의 질감과 표지 디자인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하다. 감성 팔이 책이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읽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작가님께 조금 죄송하다. 좋은 산문집을 고르기가 어려운 것은 글쓴이와 내가 감정적인 공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공감이 깔리지 않으면 지..

(서평) 시시리바의 집(사와무라 이치) - 아르테

'계간 미스터리'의 서평 참여가 인연이 되었는지 아르테(arete) 출판사에서 서평을 먼저 요청해주셨다. 사실 미스터리나 호러 같은 경우는 심신이 미약하여 잘 읽지 않는 편이고 책을 읽을 때의 서늘함 감각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는데, 이런 서늘함을 넘어서는 스토리의 탄탄함과 긴장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계속 도전하고 있는 최근이었기에 호러에 대한 도전도 기꺼이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서평을 제안해준 출판사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와무라 이치라는 작가의 화려한 경력도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주말 낮에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지만, 처제의 방문과 아이들과의 일정으로 결국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첫 장을 넘길 수 있..

달러구트 꿈백화점(이미예) - 팩토리나인

베스트셀러에서 좀처럼 내려가지 않던 책이어서 궁금증이 생겼다. 꿈 + 판타지의 공식은 조금 흔하지 않을까는 생각이 있었고 꿈에 관한 얘기는 판타지에서는 그렇게 새로운 소재는 아니었기 때문에 몇 달을 그냥 지나쳤었다. 원래 책 표지가 '나미아 잡화점의 기억'이랑 묘하게 닮아 있는 것도 한 몫은 했다. 나는 사실 뜬금없는 부분에서 책을 구매하기도 구매하지 않기도 한다. 책을 구매하게 된 시기는 50만부 기념판의 겉표지가 바뀌면서이다. 뭘 그런 걸로 구매하냐 싶기도 하겠지만 이쯤 되다 보니 한번 읽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연상되는 도입부에서 환상적이면서 몽한적인 스토리가 예상되었으나 현실감 물씬 풍기는 대화에서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꿈을 판다는 스토리..

(서평) 아트 하이딩 인 뉴욕(로리 짐머, 마리아 크라신스키) - 혜윰터

코로나로 인해서 여행이 멈춘 지 만 2년이 다 되어 간다.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려고 식당의 칸막이나 건물의 벽에는 사진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며 여기저기 관광 명소 사진을 붙여 놓았다. 내가 보기엔 더 가고 싶을 것 같은데... 사진을 즐겨 찍던 시절에도 나는 관광 명소를 찍는 것보다 그곳에 가는 길에 만난 풍경들이 좋았다. 담백하고 소소하기도 해서 정겹기도 했지만 어디서나 뻔하게 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니라서 좋았다. 요즘 방송들도 보면 일반인들의 얘기를 하는 프로가 종종 보인다. 이 책 '아트 하이딩 인 뉴욕'의 서평 모집도 뉴욕의 길거리 예술 작품을 다뤘다는 얘기에 신청을 했고, 약간 풍경이 되어주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얘기한 지원 댓글이 영향을 줬는지는 운 좋게 서평에 참여할 수 있었다. 헤윰터에..

권력이동 (앨빈 토플러) - 한국경제신문

'미래쇼크', '제3의 물결'에 이어 펴내는 3부작 중 마지막인 '권력 이동'을 드디어 완독 하였다. 첫날 맹렬하게 읽어 나가다가 책 리뷰와 여러 가지 업무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20여 년 전에 알 수 없던 문장들에서 이제는 앨빈 토플러의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권력이라는 것은 억압적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친근한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권력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관계의 한 국면(aspect)에 지나지 않는다. 권력이란 원래 중립적이며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이다. 동일한 인물이 환경에 따라서 권력자일 수도 있고 약자일 수도 있는 것과 같다. 권력이 돈을 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3 물결이 다가오면서 권력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 석기시대 돌멩이로부터 권력은 시작되었다. 물리적 형태로 존재했던 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