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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이유(사이토 다카시) - 걷는나무

야곰야곰+책벌레 2021. 6. 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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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매일 책을 대하지만 공부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절. 내가 정말 잘 해내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하루하루가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한 시절에 만났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부하는 메이지대학교의 괴짜 교수 사이토 다카시라면 어떤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을지 궁금했었다.

  다시 힘을 내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의 일관된 주장은 하나다. '공부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공부는 내 생각과 인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며, 때가 되면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 이익을 위한 공부만 하지, 재밌거나 호기심이 생겨서 하는 공부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 급한 일에 매달릴수록 삶의 호흡은 얕아질 수밖에 없다. 가쁜 호흡이 심장을 자극해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삶의 호흡이 얕은 사람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많이 힘들어한다.

  무언가를 즐기며 배우는 그런 깊은 호흡이 필요하다. '호흡이 깊은 공부'는 새로운 지식으로 마음의 세포를 재생시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더 나은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공부는 자신의 내면에 나무를 한그루 심는 것과 같다. 이런 나무들이 다양하게 자라 숲이 되면 어지간한 어려움에는 쉬이 꺾이지도 시들지도 않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공부를 자꾸 포기하는 이유는 시험과 성적으로만 평가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즉 공부의 목표가 시험과 성적이었기 때문에 어른이 된 이후의 공부는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시키는 사람도 통과해야 할 시험도 없는 사회인에게 예전의 공부 방식으로는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알려 주지 않고,
스스로 답답해하지 않으면 말해 주지 않는다.
네 귀퉁이 가운데 하나를 보여 주었는데 나머지 세 귀퉁이를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다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스스로 어찌할까 어찌할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다.
- 공자 -

  사람들은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진짜 하고 싶은 것 하기' 등의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도 말이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인생에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매일 바쁘게 살다 보면 일상의 리듬에 취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에 충격을 주는 일은 아무 때나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큰 병을 앓거나 죽음 앞에 서면 비로소 평범했던 일상이 낯설게 보이는 것이다. 이런 '낯설게 보기'를 가능하게 하는 일 들은 인생에 자주 일어나지도 않으며 일어나지 않는 게 좋다. '낯설게 보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부다.

사랑은 영원한가?
즐거움만 쫓는 것은 나쁜 것인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넘겼다 삶과 생명, 사랑, 쾌락에 대해 아주 잠깐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데 궁극적인 질문이 되는 것은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며 이 답을 찾아가는데 필요한 것도 공부인 것이다. 우리는 공부를 삶을 바꾸는 '수단'으로만 여기느라 잘 몰랐을 뿐이다. 일상에 질문을 던지고 공부를 통해 얻는 새로운 자극을 삶에 녹여내는 '공부하는 삶'을 살게 되면 자신의 인생의 방향도 조금씩 변하게 될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공부는 책을 읽는 것이다. 만약 책을 읽는 것이 어렵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버리고 어떤 책이든 일부분이라도 읽으면서 좋은 부분, 나와 통하는 부분들을 찾아보라. 만약 '이거다'싶은 부분을 만난다면 그것을 시작으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 나갈 수도 있다. 거기서부터 공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공부의 시작은 나와 잘 맞는 공부를 찾아 그 공부가 내 몸에 자연스럽게 배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 성향과 맞지 않는 공부, 평소 습관과 맞지 않는 공부법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그저 남의 공부를 흉내 낸 가짜에 불가하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게 무엇이든 자기에게 최적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공부법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무기 삼아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안 되는 일도 없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증명해 냈는데도 우리는 스스로의 노력의 힘을 믿지 않고 의심한다. 공부하는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노력의 힘을 의심하지 말고 믿자. 공부하면서 얻은 것들이 인생을 어떻게 바꿔 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 걸음 내딛었을 때 그 위치는 분명 어제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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