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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필법(유시민) - 창비

야곰야곰+책벌레 2021. 5. 2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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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작가를 좋아하고 그의 책을 좋아하는 것은 참 잘 읽힌다는 점이다. 쉬운 글로 적어내지만 가볍지 않은 그의 문체를 좋아한다. 유시민 작가 본인도 강조한다. 말을 사용한 시간이 글을 사용한 시간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글이라는 것도 읽었을 때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적어낸다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인슈타인도 "어린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어떤 책에서는 문장에 어려움이 있어서 몇 번을 곱씹으면서까지 이해하기도 한다. 문장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글의 여백이 많아서 저자의 생각을 공감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읽은 사람의 자세이다. 책을 비평하기 전에 책을 쓴 사람과 최대한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야 내 입장에서의 비평을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여러 책의 글쓰기를 예를 들어서 설명한다.

  첫번째는 유발 하리리 교수의 '사피엔스'다.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정체성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이라고 적지 않고 '사피엔스'라고 적었다. '사피엔스'에서는 그 정체성이 중요하다.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 동물로 분류하며 살아왔다. '사피엔스'라고 적은 것은 지구를 살아가는 종의 정체성으로 글을 적기 위함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속한 범주나 인종, 태생 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사피엔스'이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를 순수한 상태 그대로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발생한 인류의 비극도 감정의 동요 없이 객관적으로 적어갈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은 관점과 태도를 조금 또는 크게 달라지게 만들어주며 이런 체험할 때, 많은 공부가 된다.

  두번째는 칼 세이건 박사의 '코스모스'다. 엄청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면서 첫 페이지를 펴기 무서울 정도로의 두께로 엄청난 압박이 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편하게 읽힌다. '코스모스'라는 책은 지식을 위한 책이기보다는 감정을 공감하는 책이다. 우주의 백과사전 같을 것 같은 책이지만 칼 세이건 박사의 일기 같은 책이다. 책 곳곳에 칼 세이건 보인의 감정들이 스며들어 있다. 설렘 그리고 두근거림과 함께...

  보이저 1호가 61억 킬로미터 밖에서 지구를 향해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 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학자라면 목적에 더 충실했을 텐데 인류에서 '지구는 광할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알려주려고 보이저 1호 궤도에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었음에도 자세를 틀어서 찍어서 지구로 보내게 된다. 이런 감정이 충만한 과학 교양서는 백과처럼 읽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과학 소설처럼 읽으면 더 재밌다.

  3번째로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강의'이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젖어보는 것이다. 그 대상이 책 속의 인물이든지 작가든지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을 해보는 것이다. 그것을 할 수 있어야 나 혹은 나의 글도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나오지 않을까. 책을 열심히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는 경우가 많다. 글 속에 들어가 공감을 하지 못했게 때문이 아닐까. 독서도 내 경험이 되면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설명해주고 있지만 굴원의 '어부사'를 예를 들어 설명한 교육관이 동의하는 부분이라 잠시 언급하자면, 위인전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마냥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뇌가 발달되기 전에 위인전을 읽는다는 것은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위인처럼 살아갈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어부사'의 말귀처럼 세상에 맞춰 사는 것 또한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행복해야 한다.

  다독의 의미는 크게 없다. 책과 내가 얼마나 공감하느냐, 책장을 더 넘기지 못하고 먹먹해지는 그런 감정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책에서 위로받고 싶다면 위로받을 준비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 책에서 위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된 사람만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책은 글쓰기가 공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강의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서 책으로 만들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얘기하셨지만, 책을 읽다가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고 공감되지 않는다면 잠시 덮어두고 다른 책을 읽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었을 때에 잘 넘어가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치인을 관두고 내려온 사람이니가 '어부사'가 공감되고 감동을 받은 것이지만 만약 대권을 노리는 사람이었다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란다. 그런 사람에게는 '손자병법' 같은 책을 쥐여줘야 한다. 책은 읽을 사람이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공감을 할 수 있고 공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을 만났을 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자로 적어나갈 때 비로소 내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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