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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프랭크퍼트) - 필로소픽

야곰야곰+책벌레 2021. 6. 3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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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리에 딱 박혀버리는 제목과 묘하게 고급스러운 이 책을 받아 보았을 때에는 사실 그 크기에서 놀랐고, 그 두께에서 다시 놀랐고 가격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제법 큰 책일 것이라는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호주머니 뒤에 넣고 다니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개소리에 대하여'라니.. 어떤 얘기를 할까 조금 흥미진진해졌다. 책은 도입부가 가장 어려웠다. 영어권에만 있는 Bullshit이라는 단어를 한글로 옮긴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는 것은 옮긴이의 후기에서 알 수 있었다.

  '개소리'라는 것을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꽤 신선하고 새로웠다. 그리고 '개소리'라는 것이 사회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 우리는 왜 '개소리'를 경계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개소리'는 거짓말과 다르다. 개소리쟁이들에게는 자신이 하는 말의 진리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단지 자신의 '개소리'를 들키지 않고 잘 헤쳐 나가는 데 있어 사실들이 자신의 이익과 관계되지 않는 한, 그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들이 현실을 올바르게 묘사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목적에 맞도록 그 소재들을 선택하거나 가공해낼 뿐이다.

  개소리가 위험한 것은 진리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거짓말은 적어도 진리를 인정하고 그것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진리에 대해 인정을 한다. 사랑의 반대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개소리는 진리의 가장 큰 적이 된다. 그럼에도 개소리가 무분별하게 번지는 것은 거짓말을 했을 때의 비난을 받지 않는 것이다. 즉, '아님 말고'의 행위로 비난을 피해 갈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개소리를 많이 접한다. 정치권에서 하는 얘기는 매일 같이 '개소리'이며, '사람이 미래다.'라고 광고하면서 연일 구조조정을 일삼는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일반이라고 이 '개소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많은 SNS에서 개소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말하려고 할 때 우리는 침묵하지 않고 떠들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개소리'다.

  책은 30분 정도면 가뿐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그 내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회사에서 얼토당토 않는 개소리가 간택당하는 모습도 우리는 종종 만난다. 우리 사회는 거짓말로 비난받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에 너도 나도 개소리를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상당히 어려운 얘기를 하고 있다. 읽다 보면 '이 책이 개소리하고 있네'라고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에 가장 맞닿아 있는 '개소리'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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