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로부터 추천받은 이 도서는 제목부터 강렬했다. 자서전이라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도 큰 발자취가 있는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나도 나 자신에게 엄격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인생의 2막을 준비하기 전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기록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정의 내릴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지나온 날들 중에 있었던 아픔과 고통에서부터 나를 치유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역사를 적어가면 나 이외의 사람들의 역사를 남길 수 있다. 가족들과의 역사뿐 아니라 지인들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역사를 남길 수도 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때에도 자신의 얘기를 잘하지 않는다. 부모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어렴풋이 알 뿐이다. 내 역사를 남기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내 인생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나 추상적이고 애매해서 그리 간단하게 대답할 수 없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것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인생이란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사람에게 시시각각 일어나는 '일련의 사상의 흐름' 정도로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다 보면 '내 인생은 무엇이었는지' 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기 역사를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자기 역사 연표>이다. 자신이 살아온 날들 중에 특별한 부분들을 연표에 맞춰서 작성한다. 커리어나 꿈의 변화도 그리고 자산이나 환경의 변화도 적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동시에 있었던 사회적 이벤트도 함께 기술하면 역사 속에 나의 역사를 나열할 수 있다. 연표를 만든다는 것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두 번째로는 <인간관계 클러스터>이다. 인간관계 클러스터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관계를 마인드맵과 같은 표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추가로 작성하면 좋은 것은 <에피소드 수첩>인데 이것은 평소에 미리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일기처럼 내 역사를 남기기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님, 지인 등의 이야기를 듣고 메모하고 시대별로 촬영해 둔 사진 등을 이용하면 자기 역사를 쓸 준비는 된 것이다.
글을 써 내려가는 데 있어 부모님 내지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인간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당연한 순서이다. 그리고 <최초의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부터 쓰는 것이 글을 이어 나기가 쉽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 한편에 숨겨둔 응어리는 있기 마련이다. 인생은 어쩌면 이런 이벤트의 연속이기도 하다. 이런 응어리를 녹여 풀어주면 처음에는 반감이 들기도 하지만 응어리는 글로 풀어지게 될 것이다. 머릿글과 후기는 가장 마지막에 작성하도록 한다.
이렇게 실행만 하면 누구나 나름대로의 자기 역사를 쓸 있지만, 정작 쓰기 시작했다고 해도 일정한 자극이 없으면 노력을 지속시켜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에는 자기 역사를 쓰는 게 재밌을 것 같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은 다카바시 다카시 교수가 50세 이상으로 한 사람들을 모아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을 간단한 설명과 참가자들의 글을 예시로 풀어가고 있다. 다카시 교수는 개인의 역사는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세계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역사가 모이면 방대한 세계사가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개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다.
글 속에 담긴 참가자들의 글들에서는 또 다른 책을 보는 듯하다. 그들의 솔직한 자기 역사의 기록은 시중에 나와 있는 팔기 위한 에세이와 또 다르다. 그들은 그들을 위해서 그들의 아이들이 읽어주길 바라면서 적었기 때문에 진솔하다. 다른 사람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재미도 있는 동시에 한 시대를 열심히 살아온 어르신들의 마음들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그 내용이 일본의 것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다 사람 사는 얘기여서 반감이 들진 않았다.
나도 나의 역사를 적을 생각이다. 내 연표부터 조금씩 만들어가다 보면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전에 조금 덜 방황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미처 얘기하지 못한 말들도 담아 둘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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