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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산의 역사 (매리언 랭킨) - 문학수첩

야곰야곰+책벌레 2021. 9. 1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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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하나의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철이면 하나쯤 가방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산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으로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이런 독특한 책을 문학수첩에서 지원해 준 이 작품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역사 속이나 문학 속에 등장하는 우산의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목답게 우산이 역사 속에서 지니는 의미와 책이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우산을 소개하면서 흥미롭게 해 주었다.

  우산은 아주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왕의 권위를 뜻하는 물건이었다. 태양으로부터 군주를 보호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왕 위로 뻗은 하늘이기도 했다. 우산은 왕의 신성한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천주교에서는 교황의 머리 위를 우산으로 덮었으며, 중국에서는 우주의 상징이었다. 불교에서는 부처를 상징하는 여덟 개의 표식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인도에서는 우산을 쓰지 않으면 왕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우산은 <차별의 징표>였다. 우산은 실용적이지 못했고 여러 장식을 달아 호화스럽게 만든 장식품이었기 때문이다. 우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돈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가게에서도 우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선금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신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우산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부정적인 시선의 시작은 우산 자체에 있었다. 전혀 실용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드레스 코드와 맞추는 등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하늘의 의도 즉, 사람을 젖게 만들려는 것에 저항한다는 이유였다는 것이었다. 과학이 아닌 의식주에서도 종교의 탄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모자도 같은 이유로 억압당했다고 하니 우산은 오죽했을까 싶다.

 그럼에도 우산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물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실용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산의 보호라는 근본적인 기능이 우산을 계속 쓰게 만들었고 문학에서도 우산은 보호의 상징이었으며 우산을 쓰지 않은 것은 고난이거나 고난을 이겨내는 강인함 등으로 표현되었다.

  이렇게 보편화된 우산은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하늘에서는 낙하산을 연상시켰고 바다에서는 돛으로 이어졌다.

  우산은 보호의 기능도 하지만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붕 아래 나의 공간도 중요하지만 우산은 이동하는 나만의 공간이 된다. 특히 비가 오는 날 우산 속은 세상과 어느 정도의 벽이 만들어진 내 세상이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 비만 오면 우산을 쓰고 이어폰을 끼고 마냥 걷는 것을 좋아했다. 나무가 우거지거나 숲 속에서 비가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가 좋았다. 

  지금은 너무 저렴한 우산이지만 귀빈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고, 탄압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개인 차량을 이용하면서 예전만큼 각별한 사이가 되지는 못하지만 삶 속에 녹아든 우산의 역사를 읽는다는 재미는 느끼기에는 충분히 괜찮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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