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일본소설 26

달려라 메로스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민음사 북클럽 에디션으로 만나는 다자이의 3번째 책이다. 처음에 만난 '인간 실격'에서 너무 깊은 심연을 봐서인지 계속해서 만나는 다자이의 작품에는 생각보다 서정적이고 희망적인 부분을 계속 찾아내게 된다. 그중에서도 다자이가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안정된 시기를 보냈던 시절에 썼던 '달려라 메로스'는 더 이상 희망적일 수 없다. '나는 신뢰받고 있어. 나는 신뢰받고 있어.'를 외치며 역경을 이겨내는 이 작품은 세상의 불신과 불신을 조장하는 유혹 속에서도 신뢰를 지키고 포기하려 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이 잘 표현되고 있다. 그간 다자이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작품이다. 달려라 메로스는 애니메이션의 이름 같기도 하고 일본 드라마에서도 종종 인용된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친구에게 '네가 달려라 메로스냐?'라는..

(서평)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 모로

'집착'에 대한 단어를 '가족'에 이어 붙여 스토리를 전개해 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신선한 소재도 아니고 기분 좋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왜, 너여야만 했나"라는 평범하면서도 간절한 질문은 이 작품을 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사건 그 자체보다는 슬픔과 집착이라는 심리적인 상태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들게 했다. 사랑의 광기로 묻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엮여 있는 이 작품은 모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즈노 다이키라는 소년의 죽음으로 출발해서 그 소년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며 마무리된다. 완전히 다를 것 같은 두 사건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다이키의 엄마인 미즈노 이즈미가 있었다. 15년의 거리가 있는 두 사..

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 검은숲

아름다운 미스터리. 내가 읽은 미스터리 책 중에서 이런 장르가 있었던가. 64의 섬세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긴장감을 느끼며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의 대단함을 느꼈었다. 그런 와중에 '빛의 현관만큼 좋지는 않네요'는 후기는 눈에 확 들어왔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64가 평가절하를 받는지 궁금했다. 설정은 한 인물을 찾는 과정을 그렸지만 그 속에서 그려지는 주인공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고뇌는 작가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던 것일까. 여행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무려 7년의 세월을 들여 다듬었다. 스토리는 동일하지만 원래의 문장은 10 퍼센트도 남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 작가도 자신에게 필요한 그 한 작품을 위해 피나게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주인공 아오세는 건축가다. 댐에서 틀장이를 하던 아버지를 따라 건축 현..

今会,いにゆきます(지금 만나러 갑니다)(市川拓司)- 小學館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를 나는 사실 드라마로 가장 먼저 만났다. 영화를 보았지만 배역을 맡은 사람과 이야기는 드라마 쪽이 좋았다. 영화 쪽 남자 주인공은 일본 역사 사극에서의 무사 이미지가 강해서 몰입이 어려웠다. 책도 구매했고, 욕심에 원서까지 구매를 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얘기다.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타쿠미와 그를 사랑하는 아내 미오. 누가 봐도 귀여울 수밖에 없는 유우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린 그들에게 행복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유우지를 낳고 얼마 있지 않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미오는 타쿠미에게 자신은 '아카이브' 별로 떠나고 둘이 잘 지내는지 비가 오는 계절에 만나러 올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타쿠미는 유우지에..

64 (요코야마 히데오) - 검은숲

12년 베테랑 기자가 10년을 공들여 만든 경찰 소설이다. 굉장히 공포스럽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안고 책을 읽었지만 잔인한 부분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700페이지나 되지만 읽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일상적인 모습에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긴장감이 있었다. 하나의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천재적인 형사의 모습이 아닌 그 앞에서 나약하기도 하고 집요하기도 한 경찰이라는 조직의 갈등과 고뇌를 서술하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이기 이전에 조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쇼와 64년(1989년) 한 소녀가 유괴되어 끝내 시체로 발견되는 미제 사건이 발생한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건은 해결되지 못하고 공소시효는 1년을 남긴 상태로 작품..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1988년 초판을 찍은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도서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알리는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 편의 단편을 담고 있으며 모두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으며 받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자는 이 작품집을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행복한 상처 깁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것은 작품의 주인공들이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퍼져있는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따뜻한 형태로 상처를 치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체가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친절하고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문장들은 불편함이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가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세밀한 묘사가 읽는 재미를 유..

(서평) 보름달 커피점의 고양이 별점술사 (모치즈키 마이) - 지금이책

귀여운 고양이가 전달하는 삶의 지혜, 노년의 피아니스트가 남긴 작은 소망,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과 해결 그리고 다른 이야기이지만 인물의 관계가 계속해서 연결되는 스토리 전개. 일본 작가들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귀여움이 있고 감동이 있고 생활에 가깝다. 귀여운 판타지를 담고 있고 훈훈함과 해피엔딩으로 즐거움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은 지금이책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펼치면 얼마 전에 읽은 마스다 미리 작가의 가 바로 떠오른다. 현실 세계에서 상처받은 혹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힐링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다. 그 과정에서 고양이가 등장하고 점성술이 등장해서 오묘함을 더해 준다. 여러 일본 작가들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특히 작가..

(서평) 화이트아웃 (심포 유이치) - 크로스로드

사실 화이트 아웃이라고 해서 히말라야를 생각했다. 왜 눈 내리고 힘든 산에 대한 도전 하면 히말라야만 생각나는지 모르겠지만 인류가 끊임없이 도전하는 곳이라서 그랬나 보다. 화이트 아웃은 눈보라가 너무 거칠어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하얗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에서는 앞길이 막막할 때 화이트 아웃이 종종 등장했다. 해발 2000미터 이상 눈으로 뒤덮인 산에 있는 일본 최대의 댐에 일어난 테러 집단과 자연에 대한 댐 관리 직원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이 작품은 크로스로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오쿠토와 댐은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산에 있는 일본 최대의 댐이다. 높은 곳에 있을 뿐 아니라 겨울에는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리기도 한다.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길은 차단되고 관리소로 가는 아..

(서평) 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시) - 검은숲

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고바야시 야스시의 유작인 이 책은 인공지능으로 뒤덮인 지구에서 관리되며 살아가는 인류의 삶과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리고 인류와 인공지능의 사이의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하고 있다. 로봇에게 속박을 건 인류가 되려 로봇에게 속박당하며 살아가는 모순 속에서 로봇과 인류의 공존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은 시공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어느 노양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약 100세에 가까운 사람들로 이뤄진 시설에서 사람들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주인공 시부로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만 다들 치매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들이라 그럴 수 있을까라며 수긍하는 듯했다. 하지만 서랍 속 자신의 일기에 적힌..

(서평) 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시카 코타로) - 소미미디어

제목을 보자마자 왜 거꾸로 소크라테스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뒤집어 생각하는 철학서인가도 싶었지만 이 책은 5편의 단편 소설이었다. 단편 소설이면서 그 안의 인물들이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철학을 품고 있는 이 소설은 소미 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라고 하면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가 아닐까 한다. 라고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무지의 지' 즉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지를 말한다. 진정한 지는 자신의 무지를 알아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 소크라테스에 '거꾸로'를 붙인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무지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으로 얘기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