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今会,いにゆきます(지금 만나러 갑니다)(市川拓司)- 小學館

야곰야곰+책벌레 2022. 4. 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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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나는 사실 드라마로 가장 먼저 만났다. 영화를 보았지만 배역을 맡은 사람과 이야기는 드라마 쪽이 좋았다. 영화 쪽 남자 주인공은 일본 역사 사극에서의 무사 이미지가 강해서 몰입이 어려웠다. 책도 구매했고, 욕심에 원서까지 구매를 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얘기다.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타쿠미와 그를 사랑하는 아내 미오. 누가 봐도 귀여울 수밖에 없는 유우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린 그들에게 행복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유우지를 낳고 얼마 있지 않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미오는 타쿠미에게 자신은 '아카이브' 별로 떠나고 둘이 잘 지내는지 비가 오는 계절에 만나러 올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타쿠미는 유우지에게 늘 엄마는 아카이브 별로 떠났고, 우리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동안은 엄마는 아카이브 별에서 살 수 있다고 얘기한다.

  매주 주말이면 타쿠미와 유우지는 숲의 빈터로 향한다. 공장이 있었던 그 자리에는 여러 가지 부속품들이 널려 있고 유우지는 볼트며 너트 그리고 기어 같은 것을 모으는 것에 꽤나 열심히다. 비가 오는 계절 그곳에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미오를 만났고 타쿠미와 유우지는 유령으로 돌아온 엄마라며 미오가 유령임을 자각하지 못하도록 비밀로 하자고 한다.

  그렇게 6주간 많은 과거의 얘기를 나누는 것이 대부분인 문장들이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즐거운 이야기가 된다. 타쿠미가 왜 공항을 가지게 되었는지, 미오는 왜 타쿠미를 기다렸고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이해하는 이야기 조각들이 이어 맞출 수 있다.

  사실 처음 책이나 드라마, 영화로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에 제목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미오가 아카이브 별에서 가족들을 만나러 갑니다.'라는 것을 얘기하는 줄만 알았지만 이번에 읽고 보니 운명을 향해 가는 미오의 다짐이었다. 20살 타쿠미와의 관계가 가장 안 좋을 시기. 8년 후로 타임리프 한 미오는 이미 죽어 있는 자신과 남아 있는 가족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면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행복한 7년. 그리고 자신의 죽음. 

  극단적인 선택지를 앞에 둔 미오는 여러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대로 다른 인연을 찾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이 될 수 있다. 혹은 한약을 먹어 자신의 체질을 바꾸려고도 했다. 하지만 8년 뒤에 보았던 행복. 그리고 사랑스러웠던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었다. 굉장히 두려운 일이었지만 미오는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고 행복을 택한다.

  마지막 미오가 타쿠미에게 전한 편지와 함께 동봉된 한 장의 일기에는 그녀가 타쿠미에게 느닷없이 프러포즈를 받았던 호수의 마을로 타쿠미에게 가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타쿠미의 프러포즈를 받는 순간 모든 운명은 시작된다. 그럼에도 당당히 맞설 마음이다라고 얘기하는 듯한 미오의 문장은 슬프면서도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10개월 남짓 원서를 필사하면서 엄청 느린 독서법으로 이 책과 마주했다. 더없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 속에 가슴을 찌르는 듯한 슬픔이 군데군데 묻어 있어서 필사가 힘들었던 것보다 마음이 힘들었다. 그저 아름다운 로맨스 정도로 느꼈던 기존의 느낌과 달리 행복으로 슬픔을 묻고 있는 듯한 느낌도 감출 수는 없었다. 타쿠미의 마음도 미오의 마음도 유우지의 마음도 다행이다 싶다가도 안타깝고 이내 슬픔으로 번져버린다. 아름다운 추억을 넘으면 또다시 현실이 맞닥트리고 있다.

  사실 읽으면서 드라마 속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본 지 10년도 더 되었을 텐데 소설 장면과 겹치면서 스냅숏처럼 지나갔다. 드라마 작가의 훌륭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소설에는 없는 세 가족을 보듬어 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유우지에게 당돌한 친구를 미오와 타쿠미에게는 부모님과의 오해를 풀어주었다. 스무 살까지 매년 유우지의 생일에 케이크를 배달하게 한 미오의 부탁 또한 소설에는 없는 부분이다.

  처음 해보는 엄청 느린 독서. 마음을 다잡는 것도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감정을 받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가와 깊게 소통해보고 싶다면, 그 정도로 좋은 책을 만났다면 필사를 하며 독서하는 것은 꽤나 좋은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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