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 문학동네

야곰야곰+책벌레 2022. 4. 2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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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분의 깊은 후기를 읽고 마음에 들어 손에 쥐게 되었다. 굉장히 철학적인 제목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두껍지 않은 책은 나를 방심시켰지만 첫 페이지부터 만난 괴테는 쉽지 않은 책임을 얘기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닿아 역자의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소설이었지만 작가 자신을 주인공에 대입한 자전적 느낌이 강했다.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했다.

  35년 동안 압축기를 사용해서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세상과 단절된 채 더러운 지하실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폐지를 압축한다. 그 속에는 엄청난 양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는 그런 책에 이끌려 따로 보관해두고 읽고 또 읽고 하며 교양을 쌓아간다. 고독한 노동 속에서 책은 그에게 즐거움을 주었을 것이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그는 책 속에서 만나는 많은 철학자와 성인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 끼리의 사상과 주장을 섞어낸다. 그는 내면에서 그가 알고 있는 세상을 쌓고 부수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그 일이 너무 힘들었지만 죽을 때까지 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어 새로운 압축기가 생겼다. 그 압축기는 성능이 너무 좋아서 책을 엄청난 속도로 빨아드린다. 책을 쳐다볼 여가도 없이 일만 하게 된다. 그리곤 그는 끝내 자신의 압축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끊임없는 노동 속에서도 지식을 탐하는 인간과 마치 부품처럼 일만 하는 인간을 비교하여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기계화되어가는 근대적인 세상의 얘기일지도 모른다. 많은 철학자들이 쏟아져 나왔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기능적인 학문만이 중요시되고 있다. 인간의 지성에 대한 노력은 과연 그런 식이여야 하는지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삶의 의미,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이 그저 노동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압축기에 걸어 들어가는 것보다 나은 것이 무엇일까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머릿속은 너무 시끄러웠다. 짧은 문장들이 서로 이어지지 않아기도 했거니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섞여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나에게는 너무 시끄러운 독서가 되었던 모양이다. 

  마음이 조용해지면 다시 한번 천천히 페이지를 넘겨보고 싶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역자 후기부터 읽어보면 이해가 더 쉬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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