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 ( 셰리 토머스 ) - 리드비

야곰야곰+책벌레 2022. 4. 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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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을 읽어봤을 책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그 존재는 알고 있는 세계적인 탐정이 바로 '셜록 홈스' 다. '셜록 홈스가 여성이었다면?'이라는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많은 부분 '셜록 홈스'의 내용을 따라간다. 단편인 줄 알았는데 시리즈 물이며 셜록 홈스의 에피소드를 모두 이용할 생각인 것 같았다.

  여성의 대우와 활동이 억제되어 있던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인 셜록 홈스가 사건을 맡고 해결하는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은 리드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 '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는 셜록 홈스의 '주홍색 연구'를 그대로 가져왔다. 셜록과 왓슨이 만나 처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첫 번째 작품답게 사건보다는 배경과 인물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할당할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강했다. 더 군다니 빅토리아 시대이고, 주인공이 여성이었고 그 당시에는 좀처럼 할 수 없었던 사회 활동을 하게 된 명분을 만들어야 했다.

  셜록 홈스는 가상의 인물이며, 그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사람은 '샬롯 홈스'이다. 어려서부터 특별했던 아이는 결혼보다는 사회생활을 원했고, 그것을 위해 아버지와 약속을 했지만 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샬롯은 어떤 이와 성관계를 맺어 혼사를 입에 올리지 못할 사람이 되려 했고, 결국엔 집을 떠나게 된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이 머물 곳은 많지 않았고 돈을 번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절망으로 떨어지면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던 샬롯에게 왓슨이 나타난다. 그녀는 다른 이들보다 꽤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샬롯에게 투자를 하기로 한 왓슨은 여흥으로 시작했지만 샬롯과 함께 당시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최근에 등장하는 많은 추리소설들은 심리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부분이 많아서 굉장히 전문적이며 디테일하다. 그런 면에서 오랜 시절이 흐른 이 소설에서 그런 긴박감을 느끼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니었나 싶었다. 사건은 정지된 상태였고 비밀을 풀어가는 단서를 모우는 단계에서도 어떤 극적인 장면이나 위험이 출몰하지 않았다. 단조로운 단서 하나하나에 감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원래의 셜록 홈스에서도 오류가 여럿 있다고 했고 첫 권은 습작의 느낌도 많았으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최근의 과학수사 추리물에 익숙해서 전개가 조금 느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단순 추리물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는데,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그 시대의 여성 차별과 그것에 대항하는 샬롯의 모습에서 공감을 받고자 하는 흔적이 많았다. 좋은 가문과 결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었다. 여성이 직업을 가지려면 전문 교육 기관을 졸업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시대에 당당히 반기를 들은 샬롯에게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닥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세상은 아직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결국 사건 해결로 돈을 벌게 되지만 그 모든 것들에 어느 남성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여성상 또한 독립적으로 달성할 수 없었음 얘기한다.

  익숙한 존재들이 여성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신선함이 있었고, 추리물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추리에 본격적이지 않다. 샬롯이 셜록이 되려면 꽤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고, 느닷없이 여탐정 셜록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말을 귀 기울지 않는 시절에 지성의 최고봉에 있기 위해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며 독자와 신뢰를 얻는 작업을 하는 듯했다. 그 이야기는 고전에 닮아 있었기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사건이 터지길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긴 독자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충분한 상황 설명을 마친 첫 번째 이야기였기 때문에 두 번째 이야기부터는 보다 본격적이게 전개가 될 것 같다. 사건도 해결해야 하며 여성인 것도 숨겨야 한다. 어쩌면 원래의 셜록보다 더 어려움이 많고 더 흥미진진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남장을 한 셜록을 기대했지만 당당하게 여성의 옷을 입고 추리를 하고 있는 모습에 예상이 빗나가는 신선함은 있었다.

샬롯이 앞으로 어떻게 지성체로 인정받을지가 더 궁금한 추리소설이면서도 인문학적인 작품이다. 등장하는 여성들이 툭툭 던지는 말속에 존재하는 뼈를 찾아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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